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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산사 창건한 ‘대만의 스승’ 성운대사 입적

  • 부고
  • 입력 2023.02.06 12:55
  • 수정 2023.02.07 12:24
  • 호수 1668
  • 댓글 4

2월5일 대만 불광산사서 적멸에 들어
일평생 세상의 평안과 행복 위해 노력
"세상 중생 위해 업장 짊어질 것" 발원
300여 도량 건립…미국·호주에 대학도

인간불교를 기치로 대만 불광산사를 창건한 이래 한평생 불교문화 진흥, 교육, 자선사업 등에 온힘을 기울여 온 성운 대사가 2월5일 불광산사에서 원적에 들었다. 세수 97세, 법랍 85세.

성운대사는 2016년 뇌출혈로 쓰러져 큰 수술을 받았으나 기적적으로 회복돼 집필, 법문 등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근래 병세가 다시 악화됐으며, 입적 당시 여러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엄염불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입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의 스승’으로 불리는 성운대사는 1927년 중국 장쑤성 장두(江都)에서 태어나 12세 때 난징 서하산 대각사에서 출가했다. 선정율학총림에서 공부하고 임제종 48대의 법맥을 이었으며, 20대에 두각을 드러내 백탑초등학교 교장, 월간 ‘노도’ 주간, 난징 화장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1949년 봄 대만으로 건너가 ‘인생잡지’ ‘금일불교’ ‘각세’ 등 간행물을 편찬하고, 1953년에는 이란(宜蘭) 뇌음사에서 염불회, 청년회, 아동주말학교, 홍법단 등을 조직해 뒷날 홍법사업의 기초를 닦았다.

성운대사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67년에 대만 가오슝에 불광사를 창건하면서부터다. 이 무렵 대사는 “세상 중생을 대신해 업장과 고난을 짊어지고, 냉혹하고 따스한 세간의 인심을 감당하고, 부처님의 대자대비를 실천하고, 부처님이 설하신 깊은 법의 이롭고 환희로운 가르침을 배우겠다”고 발원했다. 그 같은 발원으로 시작된 것이 불광산사다. 대사는 ‘교육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문화로써 불법을 펼치고, 자선으로 사회복지를 이루고, 수행으로 인심을 정화한다’는 종지를 제창하면서 불교교육과 문화, 자선, 홍법 사업에 매진했다.

세계 각지에 300여개의 도량을 건립했으며 미술관, 도서관, 출판사, 서점, 이동병원 등을 세웠고, 대만에 불광대학과 남화대학, 미국에 서래대학, 호주에 남천대학과 광명대학을 각각 설립했다. 1977년 불광대장경편수위원회를 발족해 ‘불광대장경’과 ‘불광대사전’ '중국불교경전보장백화판' 등을 편찬한 것도 대사의 큰 업적으로 꼽힌다.

성운 대사는 임제종 법을 이었으나 특정 종파에 머무르지는 않았다. 불교와 세상을 아우르는 ‘인간 불교’의 이상을 실천하는 지구인으로 자처하며 환희와 융화, 동체와 공생, 존중과 포용, 평등과 평화 등의 이념을 널리 펼쳤다.

1991년 국제불광회를 창립하고 불교의 제도화, 현대화, 인간화, 국제화 등에 지대한 공을 세웠으며, 근래까지 인간불교·생활불교의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달라이라마, 틱낫한, 숭산 스님과 더불어 세계 4대 고승으로 추앙되던 성운대사는 세계 각지로부터 출가한 제자가 1000여명,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 신도 수가 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곳곳에 많은 사찰과 학교, 복지시설을 지었지만 자신을 위한 집 한 채, 방 한 칸 짓지 않았던 성운대사. 그는 뇌출혈을 딛고 일어나 2019년 집필한 회고록에서 “저는 수행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불교의 음식을 축내지도 않고, 수행이라는 이름을 빌려 일생을 빈둥거리지도 않았습니다. 생명이 존재하는 의미는 대중을 떠나서도 안 되고, 사회에 대한 공헌을 떠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밥통이나 옷걸이 노릇만 할 뿐이니 이게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라고 밝혔다. 또 “제가 최후로 하려는 말은 마음에 중생제도의 자비원력을 품고 몸은 불법의 바다에 묶어 두지 않은 배와 같으니 일생 무엇을 추구했는지 제게 물으시면 평안과 행복으로 오대주를 비췄노라(心懷度眾慈悲願 身似法海不繫舟 問我一生何所求 平安幸福照五洲)”고도 말했다.

일평생 세상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헌신했던 성운대사는 불교에 기대어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불교가 자신으로 인해 빛나게 하겠다는 원력의 삶을 이어갔다. 또 오래전부터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이고자 했다. 생전에 쓴 임종기원문에서 “제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 제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더 이상 두렵지 않게 해 주십시오./ 여행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기쁨을 주시고/ 수감자가 석방되는 것과 같은 자유를 주시고/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움 주시고/ 공산의 둥근 달과 같은 밝고 깨끗함 주시옵소서…”라고 부처님께 발원하고는 했다. 대사는 자신의 발원했던 것처럼 지극히 평안한 모습으로 세연을 접고 적멸에 들었다.

성운대사는 ‘불광교과서’ 불광총서‘ ‘백년불연’ ‘빈승이 할 말이 있습니다’ 등 많은 책을 집필·편저했으며, 2017년 출간된 ‘성운대사전집’에는 총 365권의 저서를 수록돼 있다. 국내 소개된 성운대사의 책으로는 ‘성운대사가 들려주는 불법의 참된 의미’ ‘마음의 비밀’ ‘보통중생 보통부처’ ‘합장하는 인생’ ‘나는 자까오 화상이 아니다’ ‘부처님 광명 기원문’ ‘인간불교, 부처님이 본래 품은 뜻’ ‘불교관리학’ ‘미오지간’ ‘마음의 빛’ 등이 있다.

한편 대만 불광산사는 모든 외부 활동을 중단하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조문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68호 / 2023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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