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엇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선택하는가

기자명 하림 스님

정치 얘기에 분노한 택시기사
화제 바꾸니 친절한 안내자로
주의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삶의 길과 도착하는 곳 달라져

조계사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택시를 탔습니다. 갑자기 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스님! 한 가지 물어봅시다. 대통령이 이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약간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그래도 무슨 말씀을 하실지 모르니 그냥 “그러니까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5분 상간에 흥분해서 고함을 치십니다. 둘만 있는 택시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홧김으로 둘러싸입니다. 당신은 화를 내고 저는 들어주니 신이 나셔서 목소리가 더 커집니다. 이를 어쩌나 하다가 마침 눈에 백화점 건물의 예쁘고 화려하게 치장된 불빛들이 보입니다. “어머! 저것이 뭡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때부터 친절한 설명이 시작됩니다. 이번에는 전체가 생동감 있는 영상으로 가득 찬 건물이 보입니다. “와! 저것은 무엇인가요?” 이번에도 더욱 신이 나서 설명을 하십니다. 시골에서 온 스님에게 서울에 사는 당신이 안내자가 되면서 저는 작아지고 당신은 커진 겁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친절한 태도와 언어로 변했습니다. 난폭하던 운전도 차분해졌습니다. 어느덧 서울역에 도착해서 내릴 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더니 “감사합니다!”라는 답변도 돌아옵니다.

15분 정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마치 싸움하는 아수라 세계에 갔다가 아름답고 친절한 천상의 세계를 다녀온 듯했습니다. 기사님의 주의가 화가 나는 내용으로 가니 화가 나는 태도로 돌변했습니다. 그런데 듣고 있으니 스스로 더 괴로움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예쁘게 단장한 조명을 보더니 순식간에 태도도 변하고 말도 마음도 변합니다. 주의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서 삶의 길이 달라지고 도착하는 곳도 달라짐을 여실하게 발견합니다. 
요즈음 ‘나는 주의를 어디에 두고 사는가!’라며 자주 돌아봅니다. 괴로워서 힘들어하는 신도님들의 모습을 봅니다. 이럴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어떻게 하면 저분을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도와드릴까? 

처음에는 도와줄 길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그 길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중생의 번뇌를 치유하는 마음의 의사 중 가장 뛰어난 의왕이라고 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번뇌에서 벗어나는 가르침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화가 많이 난 사람이 어떻게 하면 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화 대신 자비와 연민과 평화의 길로 갈 수 있을까? 부처님께서는 어떤 번뇌에서 벗어나려고 왕자의 명예와 권력과 부를 버렸을까?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그 길을 발견했고 그 길은 어디에 기록되어 있을까? 

다시 경전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힘들어하는 신도님들의 마음만은 치유해주고 싶어서입니다. 그래서 발견한 길이 ‘고오타마 붓다의 생애’라는 책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살아오신 길을 다시 보면서 부처님의 고민이 무엇이었고 고민을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길로 벗어났는지 찾게 되었습니다. 

또 ‘대념처경’의 서문에는 “근심과 걱정,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 여기에 있다”라고 분명하게 밝히신 대목이 있었습니다. 경전의 맺음말에는 “이렇게 안내해 준 대로 7일만 열심히 하면 바로 열반에 들거나 비록 번뇌가 있을지라도 최소한 그것에서 휘둘리지 않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라고도 밝혀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의 앞부분에는 주의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번뇌를 잘 다룰 수 있는지도 자세히 안내해주었습니다. 

택시기사님과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선택하는가가 바로 우리의 삶이 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자신이 할 수 있습니다. 행동하고 말하기 전에 잠시 멈추어야 선택과 결정의 시간은 나의 것이 됩니다. 마치 길을 건너기 전 잠시 멈추어 서서 건널지 말지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을 바라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그 길을 선택하는 순간마다 나의 삶이 건강해지리라 믿습니다. 올 한해, 좀 더 삼보에 가까이 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림 스님 부산 미타선원장
whyharim@hanmail.net

[1667호 / 2023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