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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가 감사를 낳는다

기자명 한산 스님

수행, 사랑하는 법 배우는 과정
솔직한 생각·감정 글로 써보면
무의식 속 묵은 감정 해소 가능
감사 일기, 행복해지는 지름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행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나에게 있어서 수행도 마찬가지다. 탐진치로 얼룩진 번뇌를 내려놓고 사랑하는 법을 익히는 여정이다.

오랜 시간 동안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정히 봐주기보다는 부정적이라 여기며 모른 척 회피하거나 눌러 없애기 바빴던 것 같다. 기쁨과 행복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듯 분노와 우울도 느닷없이 찾아온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며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불쑥 찾아오는 생각과 감정을 내 것이라 붙잡는 힘이 점점 빠지게 되었고, 지금 여기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는 가장 좋은 연습은 마음을 글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매일 시간이나 분량을 정해서 몇 줄이라도 글 쓰는 연습을 시작해보자. 작심삼일로 끝난다 해도 스스로 비난하지 말자. 언제든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항상 스스로 하는 일을 응원하고 예쁘게 봐주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생각을 여과 없이 적어 내려가다 보면 사소한 것에 얼마나 쉽게 짜증을 내고, 투정 부리며, 쉴 새 없이 비난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고 깜짝 놀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글쓰기는 오히려 무의식에 숨겨진 묵은 감정을 만나 해소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마음을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글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나는 ‘감사 일기’ 쓰기를 추천한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을 때 번뇌는 끼어들 공간이 없기에 감사 일기는 행복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 미국 마이애미대학 마이클 맥클로우 심리학 교수는 “잠깐 멈추어 우리에게 주어진 감사함을 생각해보는 순간 당신의 감정 시스템은 이미 두려움에서 탈출해 아주 좋은 상태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100일 동안 감사 일기를 쓰도록 안내하는 책을 출간한 뒤 감사한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책을 출간하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을 만나게 되었고, 행복의 길을 펼쳐나갈 다양한 일을 기획하게 되었다. 좋은 인연과 만남이 확장되고 있어 날마다 더 감사함을 느낀다. 

직접 만든 책을 마음껏 선물할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은혜를 입은 인연, 고마운 인연, 처음 만난 인연을 위해 마음을 담은 책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 근사한 일일 줄이야.

얼마 전 통영 고등학생 연합 전시회를 구경하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전시회를 구경하는 것으로 그쳤겠지만 이번에는 학생들의 실력에 감탄하며 책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책을 선물해도 되겠는지 물었을 때 다들 기쁜 얼굴과 몸짓으로 대답해주었고, 한 명 한 명 이름을 묻고 사인하며 책을 전해주는 그 시간이 무척 환희로웠다. 나누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크다는 것을 몸소 느끼는 요즘이다.

그런가 하면 홍대선원에서 만나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 한 청년 법우님은 감동적인 메시지를 보내 왔다. “감사 일기를 쓴지 이틀 만에 벌써 삶이 여러 가지로 풍요로워지고 있어요. 천국과 지옥이 나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일기 쓰기의 이로움을 몸소 느껴 책을 만들고 감사 일기 쓰기를 권하면서 감사한 세상이 계속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 신비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평생 기도하는 말이 ‘감사합니다’ 뿐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부처님께 기도하면서 무언가를 이루게 해달라고, 소원을 들어달라고 청하고 빌기만 한다면 기복신앙에 그치고 말 것이다. 앞으로는 “부처님 소원을 들어주세요”라는 간청보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부처님 덕분입니다”라고 기도해보는 건 어떨까.

감사 일기를 쓰고, 감사 기도를 하다 보면 진실로 깨닫게 된다. 이미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모든 존재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미 많은 것을 풍요롭게 누리는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감사함으로 물들 당신의 일상을 응원한다.

한산 스님 일상다감사 지도법사 happyhansan@naver.com

[1668호 / 2023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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