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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지진 교훈 삼아야

지난 2월6일 일어난 튀르키예의 지진으로 마음이 아프다. 수만 명 죽음이 확인되었고,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잔해 더미에 깔려있는지 알 수 없다. 하늘은 무고한 백성들에게 왜 이리 가혹한 고통을 안겨주는지 모르겠다. 한국인들은 마음속에 튀르키예가 6·25전쟁 때 4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견해준 형제국으로 각인되어 극한의 고통을 나누기 위한 성금과 물자를 현지로 보내고 있다. 인간과 인간이 연대하는 것은 사회적 연기(緣起)의 실천행이다. 지구 위에 다양한 형태로 절망에 처한 이웃에 대한 연민의 정이야말로 인류 최고의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아직 시시비비를 따질 때가 아니지만, 이 지진을 통해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의 지방에서 치수(治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공무원에게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는 하류에 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리는 공사를 많이 했다. 그런데 콘크리트로 그렇게 튼튼한 제방 건설을 해도 때로는 상류에서 퍼붓는 물의 양을 감당할 수 없어 홍수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았다. 물은 자신의 본성이 있어 인간 의도대로 호락호락 따라주지 않는다. 하여 상류에서 물의 흐름을 분산시키는 것이 하류의 물길을 약화시켜 홍수를 막을 수 있음을 알았다. 문제의 원천에서 해결하는 것은 도의 본말(本末)을 아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과 물의 성격을 이해하여 사전에 인간의 고통을 방지하고자 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튀르키예처럼 지진대 위에 사는 일본국민들의 의식도 변화되고 있다. 지구가 형성될 때부터 지금까지 그치지 않는 자연현상인 지진은 인간이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들고, 예측력을 발전시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렇게 하여 일본의 방진 능력은 세계 최고의 수준에 달한다. 한번은 내진설계가 미흡한 새 아파트 건물들을 법에 의거 해체시켜 그 건설회사를 도산시킨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언론에서 보듯이 일본의 대형지진은 여전히 많은 사상자 수를 내고 있다. 학습 중인 셈이다. 자연의 힘 앞에서는 겸손해야 하며, 자연이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그 피해를 만들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1999년 8월에도 이즈미트 지역에서 진도 7.6의 지진이 일어나 수만 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그 교훈으로 지진 예방을 위해 수조 원의 지진세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 세금의 행방을 모른다. 과연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백성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하는 정치는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한반도는 튀르키예의 슬픈 현실을 뼈저리게 교훈삼아야 한다. 월성원전 근처의 단층에서도 진도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2016년 9월 그 지역에서 진도 5.8의 지진이 일어나 많은 피해를 입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당시 그 원전 사업을 주관하던 도쿄전력은 어떤 지진도 끄떡없다고 했지만, 막상 진도 9.0의 지진으로 원전 폭발이 일어나고 진상 조사에 들어가자 진도 7.0 이상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를 보건대 노후 원전은 가동을 중단하고 새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미국지질조사소에서는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진도 3.0 이하의 지진이 매일 9000건 발생한다고 한다. 지구는 늘 변화하고 있다. 우주 전체가 생주이멸하며, 인간은 생로병사한다. 지수화풍의 움직임은 인간의 삶과 직결된다. 무념(無念)의 천지 운행으로 우리 삶이 영위된다. 따라서 자연의 신비에 감사하며, 자연에 순응하는 깨어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지진은 지구의 잘못이 아니다. 재해는 문명을 잘못 설계한 인간의 몫이다. 무명을 밝히는 불자들이야말로 이러한 문명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도록 계도할 책임이 있다. 시방삼세 모든 부처님의 대자대비의 손길이 튀르키예의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져주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1669호 / 2023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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