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메드씨, 지금 너무 강행군인데 일요일이니까 하루만 쉬고 또 움직이는 건 어떨까요?”
“미스터 김! 우리에겐 그럴 시간이 없어요. 하루빨리 한 사람이라도 더 도와야죠!”
2월26일 첫 일정은 지원 사각지대인 시리아를 위해 ‘헬프 시리아’ 측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번 대지진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지역 부근에서 발생했지만 안타깝게도 국제사회의 모든 지원과 인력은 튀르키예에만 집중되고 있다. 그 이유는 시리아가 십 여년 넘게 내전에 시달리고 있어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군과 시민군이 강력하게 대립하면서 지진 피해가 극심했던 시리아 북쪽인 튀르키예와의 국경지역은 현재 무정부 상태다. 극심한 내전으로 국경 또한 UN 안보리가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대지진이 일어난 지 20여일이 넘은 지금,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의 발표와 시리아 당국은 지진 피해 사망자 수가 총 5만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리아는 내전 중인 탓에 정확한 사망자 수 집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 수가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단지 더 많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집과 건물 붕괴 또한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굿월드, 더프라미스 연합)는 시리아의 소식을 듣고 튀르키예에서 활동 중인 시리아인 ‘헬프 시리아’ 압둘 와합 대표를 만나 먼저 미화 5천달러 (한화 약 657만원)를 전달했다. 압둘 와합씨는 시리아에서 변호사를 하다가 한국으로 유학을 와 동국대학교 대학원 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으로 귀화한 사람이다. 시리아 지진 참사 소식을 듣고 바로 튀르키예로 입국해 고향 시리아를 돕고 있다.
우리는 “지금 시리아는 튀르키예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복구는커녕 재난 수습도 거의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이 후원금을 그 중에서도 아이들을 위해서 사용해달라”고 말하며 전달했다.
이에 압둘 와합씨는 “세계의 모든 나라와 많은 단체들 마저 외면한 우리 시리아를 도와주셔서 한국의 모든 기부자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이 소중한 후원금은 신의 뜻에 따라 지금도 힘들고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어린이 생존자들을 위해 잘 사용할 것을 신께 맹세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후 우리는 가지안테프에서 북쪽으로 약 3시간을 달려 ‘사만닥’지역에 도착했다. 이 지역의 첫인상은 마치 ‘버려진 도시’였다. 일반적으로 재난이 심한 지역은 군인과 경찰, AFAD(재난 대책본부)의 직원이 상주해야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AFAD 텐트마저 한 동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주민들을 돌보는 학교 선생님들 모임을 찾아가 만나서 물어봤다. 돌아온 담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이 지역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 지역이고 정치적으로도 현 정부와 노선이 맞지 않아 지원이 하나도 없습니다.”
재난생황에 내 편, 네 편이 어디있고, 정치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우선 가장 시급한 식량부터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제일 가까운 시내까지 2시간을 달려 식량 박스를 구입했고, 트럭 2대에 옮겨 싣고 왔다. 하차 작업 중 땅이 흔들렸다. 또 여진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급히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한참을 기다렸다가 다시 작업을 하려했다. 잠시 후 선생님들은 이 곳은 지금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사람들도 위험하니 해가지기 전에 얼른 돌아가는 편이 좋겠다고 했다. 트럭기사도 얼른 가자고 했지만 우리는 “괜찮다”고 말하며 모든 식량을 전달한 후에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오늘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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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1호 / 2023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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