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진 피해 어르신의 진심어린 한마디에 눈물 흘린 구호팀

  • 기고
  • 입력 2023.03.02 10:46
  • 수정 2023.03.02 10:47
  • 호수 1671
  • 댓글 0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보내온 편지5

가장 먼 꼬냐 지역으로…자동차로 꼬박 6시간 걸려 도착
꼬냐는 굿월드 장학생 라비아의 대학교 기숙사 있는 곳
현재 갈 곳 없거나 정부 지원 못받는 시리아 난민 등 거주
속옷·신발·휴지·과자·생리대 등 요청받은 물품 구매해 전달
일면식도 없는 생존자 40여명 팔 걷어부치고 구호팀 도와
“한국 잘 모르지만 도와줘서 고맙다…언제까지나 기도할 것”

불교계 국제개발구호 튀르키예 지진구호 연합팀(굿월드자선은행, 더프라미스)은 2개의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굿월드는 튀르키예 지진피해 생존자들에게 물품 지원, 더프라미스는 시리아와 시리아인 지진 생존자 지원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날 우리는 지금까지 지원했던 지역 가운데 가장 먼 지역 꼬냐(Konya)로 향하기로 했다. 새벽 4시 가지안테프를 출발해 서서히 떠오르는 아침 해를 등지고 자동차 그림자를 따라 서쪽으로 향했다. 꼬냐까지는 약 570Km, 차로 대략 6시간이 걸리는 상당히 먼 지역이었다.

꼬냐(Konya)는 굿월드와도 인연이 있는 곳이다. 바로 튀르키예 장학생 라비아(Rabia)의 대학교인 Konya Selcuk Üniversitesi 의 기숙사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숙사는 현재 이재민들의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

라비아는 지진이 발생하자 대학생 자원봉사팀 Agafed Aşçılar fedarasyonu에 들어가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약 3주간 봉사자 40명과 함께 하타이와 누르닥, 마라하쉬 지역에서 천막생활을 이어왔다. 그리고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돼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시리아 가족 등을 기숙사로 데려오는 활동도 하고 있다.

현재 이 기숙사에는 346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여성이 250명이며, 아이들은 80명이다. 이들은 120개의 방에서 4~5명이 생활하고 있다. 식사는 자원봉사자들과 이재민들이 순번을 정해 조리하는 단체급식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다행스럽게도 끼니는 거르지 않고 있다.

 

우리는 먼저 기숙사 사감 선생님에게 정보를 얻은 후 요청받은 물품을 구하러 나갔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속옷, 신발, 휴지, 칫솔, 치약, 비누, 샴푸 등이며 이 외에도 지난 20년간 긴급구호를 해왔던 경험으로 아동복, 실내화 생리대, 드라이기, 빨래건조대, 네오그란테, 과자, 인형 등을 꼬냐 시내에 있는 도매상에서 구입했다. 물품을 모두 담으니 2톤 트럭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기숙사로 갔다. 도착하니 어제 만난 기숙사 사감 선생님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지진 생존자들이 연신 고맙다며 우리를 반겨줬다. 선생님은 “여기는 원래 학생들이 머물던 기숙사이기 때문에 보관장소가 그리 넓지 않다”며 “건물 내부에 사무실로 쓰던 공간과 지하 창고에 나눠 보관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어떤 것을 사무실에 놓을지 물어보고 나눠서 넣으려는데 아저씨, 아주머니, 할머니, 아이들까지 남녀노소할 것 없이 40여 명의 생존자분들이 함께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할머니 한분은 연신 눈물을 흘리시며 “70세가 넘었지만 한국이 어디있는지도 모른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먼 곳까지 와서 이렇게 도와주니 고마워서 자꾸 눈물이 난다”며 우리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죽을 때까지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라고 말했다. 어르신의 진심어린 눈물과 한마디에 라비아와 자원봉사자들, 우리팀도 함께 울었다.

이렇게 아쉬운 작별을 하고 라비아의 배웅을 받는데 몇 번이고 나에게 “국장님 어떻게 하면 굿월드에 후원할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때마다 나는 “지금처럼 하면 된다. 주변의 어려움이 닥쳤을 때 달려가서 돕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도우면 그 자체가 후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비아는 알아들을 듯 말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시 가지안테프로 6시간을 달려 돌아오니 밤이다. 오늘도 밤 11시가 넘어서 누웠다. 우리는 등 따수운 숙소에 누워 잠을 잘 수 있지만 누우니 생존자들의 모습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살을 에는 추위에 얇은 텐트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을 분들 생각에 자꾸만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후원계좌 KB국민은행 506501-04-310628

[1671호 / 2023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