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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더 춥다

기자명 진원 스님

어린 시절 겨울 추위는 대부분 추억으로 남아 있다. 머리맡에 놓여있던 물그릇의 살얼음이 신기했고, 문고리에 붙어 있는 서리는 그 겨울밤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알려주는 기상척도였다. 복지관에서도 내 방 온풍기는 이용자가 올 때만, 복도 등 공간은 맹추위만 겨우 가실 정도로 사용한다. 민원이 발생할 듯도 싶은데 감사하게도 대부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뉴스에는 “난방비가 500만원이 나왔다…1000만원이 나왔다…” 등 추위만큼이나 사회를 위축시키고, 난방비폭탄 고지서는 충격을 가져왔다. 그런가 하면 서민들은 “난방비폭탄을 막아라”가 구호가 되어버렸고, 내복 판매량은 전년도 비해 두 배나 올랐다. 난방비 절약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밸브 반을 잠근다” “외출설정으로 해놓는다” “실내온도를 18~20도로 설정한다” 등등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고 있다. 자칭 환경운동가인 나는 위의 방법들을 이미 다 실천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스비가 딱 두 배 더 나왔다. 그렇다고 따뜻하게 지내지도 못했다. 은근 속상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이상 어떻게 하란 말인가. 지금 서민들이 맞닥뜨린 현실이 지금의 내가 사는 기준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자발적인 운동이고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은 아끼고 또 아끼지만, 이러한 추위와 난방비폭탄은 엄연한 현실이다.

작년과 올해 들어 난방비가 36%가 넘게 올랐다. 난방비폭탄의 원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과 달러환율 상승 등 외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예견된 일이 아닌가. 물가폭탄, 이자폭탄, 난방비폭탄, 주위에는 폭탄이 즐비하다. 분명 정부는 인지하고 있었을 터인데, 두 손 놓고 국민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은 난방비 고지서만큼 정부를 불신하게 만든다. 이럴 때를 위해 정부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항간에 “가스장사를 하는 회사들은 몇 천억에서 몇 조원의 수익을 남기고 상여금 잔치를 한다”는 말이 떠돈다. 자유경쟁을 그렇게 외치더니 결국에는 이윤을 극대화 하는 대기업들 돈 잔치를 벌려주고, 서민들은 그들의 잔치에 ‘삥’을 뜯긴 듯한 억울한 처지에 놓였다. 난방비폭탄이 마치 아끼지 않은 국민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생각은 나만 그런 걸까. 겨우 내놓은 정책이라고는 취약계층 에너지바우처란다. 에너지바우처는 몇 년 전부터 이미 시행되고 있다. 단편적인 대책 말고 입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마치 자살을 막는다고 번개탄을 없애겠다는 정책과 뭐가 다른가. 난방비는 6개월 무이자가 되지 않는 것일까.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낸 회사들에게 극대화된 이윤을 환원시킬 방법은 없는 것일까. 예견된 일에는 선제적인 대책이 따랐으면 한다.

어린 시절 어른들한테 들었던 “등 따시고 배부르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국민총생산량이 세계 10위 안에 들며, 국민들의 개인별 소득은 4만 달러를 향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자랑한다. 그렇지만 정말 4만 달러를 서민들이 손에 쥐고 있을까. 선진국이라고 자랑은 하지만 대부분 서민들은 정부의 정책보다는 스스로 해결하고 스스로 허리를 졸라맨다. 아직도 등 따시고 배부르지도 못한 기본적인 의식주를 고민해야 하는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말 서민들에게 밀착된 정부의 마음을 보고 싶다.

물론 우리 개개인도 무한정 생산하고 소비하는 신자유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소유와 소비에 있어서도 절제하는 힘이 필요하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 생활전반에 있어서 절제의 미덕이 정착되었으면 한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공동체에는 어떤 일이든 상황이든 항상 찬반이 뒤따른다. 이 같은 상황들을 일방적으로 소통해서는 안 된다. 소통의 방법들은 수없이 많겠지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동사섭이 기저에 있다면 보듬어지지 않을까 한다. 특히 정부정책을 입안하는 이들이 동사섭의 감성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진원 스님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suok320@daum.net

[1670호 / 2023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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