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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경하면 마음에 불국토가 열린다 

기자명 혜민 스님

5. 독경 기도의 묘미

독송하면서 부처님 공경‧찬탄
신심 깊어지며 공덕도 생겨나
제자들 삶의 궤적 따르게 되고
마음이 곧 세상임을 깨닫게 돼

옛날 옛적에 태양과 달을 합쳐 놓은 것보다도 더 밝고 영롱한 빛의 몸을 가지신 덕의 부처님(日月淨明德佛)이 계셨다. 그 부처님께서 사시는 정토에는 유리처럼 깨끗한 땅위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큰 보배 나무들이 가득 하였다. 그 나무 아래에는 훌륭한 덕과 지혜를 갖추신 수많은 보살님들과 성문 제자들이 앉아 계셨고, 공중에는 천신들이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도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천상의 음악을 연주했다. 그 정토에 거주하는 모든 중생들은 미움이나 질투, 탐욕이나 어리석은 마음이 없이 청정하여, 모두 다 빛이 나는 투명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그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누구든 그 분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기쁨이 올라오는 한 보살님(一切衆生憙見菩薩)이 계셨는데, 부처님께서 설하신 ‘묘법연화경’의 오묘한 가르침을 듣고 큰 힘을 얻어, 자신이 어떤 생각만 하면 바로 그 생각이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는 삼매(現一切色身三昧)를 얻으셨다. 그러자 그 보살님은 ‘묘법연화경’을 설해 주신 부처님께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들어, 바로 그 삼매에 들어 아름다운 만다라 꽃들이 은은한 바람에 휘날리듯 하늘에서 비내리게 해 부처님 계신 곳을 장엄하였다. 더불어, 값을 칠 수도 없이 고귀한 깊은 향을 또 하늘에서 내리게 하여 그 향을 맡는 모든 중생의 마음이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편안해지도록 만들었다. 

방금 읽은 글은 이번 달 선원 신도님들과 함께 독송하는 ‘법화경’의 ‘약왕보살본사품’에 나오는 첫 장면을 살짝 풀어서 쓴 글이다. 이처럼 우리가 경전의 내용을 따라서 독송하다보면 내 마음의 도화지 위에 불국토의 그림이 펼쳐진다. 독송하는 소리가 붓이 되어, 부처님 정토 세계를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마음 안에서 상상으로 그리게 되기 때문이다. 독송을 깊이 하다보면 어느덧 내가 바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주인공, 일체중생희견보살이 된다. 그래서 ‘법화경’ 가르침을 받게 된 것에 깊이 감사한 마음을 같이 내게되고, 더 나아가 마음속 상상으로 만다라 꽃을 부처님 머리 위에 비내리고, 고귀한 향을 공양하는 그림을 따라서 그린다. 

이처럼 우리가 독송을 하다보면 경전에 나오는 보살 제자들을 따라서, 부처님을 공경하고 찬탄하는 마음을 자꾸 연습하게 되기 때문에 신심이 깊어지고 공덕이 생긴다. 더불어, 여러 보살님의 서원이 어느 순간 내 자신의 서원이 되고, 많은 중생들을 돕는 보살행을 나도 따라서 하게 된다. 또한, 내가 존경하는 불보살님이 거주하시는 불국토에 왕생하게 되는 인연을 맺고, 궁극에는 언젠가 나도 성불하여 중생을 위한 정토를 만드는 과정을 예행 연습하듯 그리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어떤 생각을 자주 하는가에 따라 그 생각이 인연이 되어 결국 행동으로 옮겨지듯이, 성불하는 길로 가는 부처님 제자들의 이야기를 자꾸 독송하게 되면 그 제자들의 삶의 궤적을 나도 따르게 되는 것이다.  

궁극의 실상에서 보면 마음과 세상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곧 세상이고, 세상이 곧 마음이다. 깨닫지 못한 중생들은 몸이 나라고 여기기 때문에 몸안에 마음이 갇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래서 몸이 죽으면 마음도 같이 사라질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마음이라는 투명한 큰 도화지 안에 세상처럼 보이는 영상과 몸이 함께 동시에 펼쳐져 보이는 것이지, 몸 안에 존재하는 마음이 몸밖에 이미 따로 존재하는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세상과 내 몸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주인이 바로 마음인 것이지, 내 몸속에 담겨 있는 작고 연약한 마음 따로, 몸밖의 거대한 세상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경전 독송 기도를 하게 되면 마음이 세상을 만들어 내듯, 내 미래 세상을 먼저 상상으로 세팅해 놓게 된다. 그곳에는 실상을 바로 알고 자비심으로 온 중생을 지도하시는 부처님과 보살님들이 계시고 마음은 본래 청정하여 온갖 번뇌가 없다. 마음이 주인공임을 알기에 내 미래 또한 내가 능동적으로 창조해 나가는 것임을 아는 우리들은 상상한 미래가 언젠가는 이루어 질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 나아가는 길잡이를 ‘법화경’ 독송하는 소리가 앞장서서 그려 나가는 것이 법화경 독경 기도의 묘미이다.

혜민 스님 godamtemple@gmail.com

[1670호 / 2023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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