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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인공지능과 대화

기자명 성진 스님

대화 수준 높아진 인공지능
합리적 여러 대안 제시하며
다른 시각서 일깨워 주기도
최종 판단·결정, 인간의 몫

대화라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유일한 의사 소통 수단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미 온라인에서는 고객 서비스 문의를 챗봇(Chat Bot)이라는 대화형 인공지능 메신저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GPT-3라는 개방형 인공지능(Open AI)이 소개되면서 더 이상 ‘대화’는 인간들 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있다. 

대화상대 중에서 가장 힘든 유형이 ‘네’ ‘아니오’ 같은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사람이다. GPT-3가 나오기 전 대화형 AI는 이런 단답형이거나 정보를 그냥 추출해 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GPT-3는 감정적 대화에서 슬픈 정서적 문제에 대해서는 먼저 위로의 대화를 한다. 예를 든다면 이렇다. “배우자의 불륜에 대해 어떻게 대처 해야하는가”라고 질문한다고 하자. 기존의 검색이나 대화형 AI는 이혼 변호사 사이트와 관련 기사 링크 그리고 동영상등을 알려준다. 그러나 GPT-3인 ‘챗 지피티(Chat GPT)’는 “당신이 이런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니 유감입니다”라고 먼저 시작한다. 그러면서 몇 가지 조언을 나열하고 마지막에는 질문자의 행복을 바라는 염원과 당부를 남긴다. 물론 다른 조언을 원하면 또 다른 조언을 제시한다. 

대화에서 감정적 위로와 동감을 먼저 건네는 것을 의외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부들의 대화에서 서운함과 다툼이 상대의 질문에 먼저 공감과 위로를 보여주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많은 남편들이 부인의 말에 먼저 공감하지 못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주려 하거나, 답을 먼저 이야기 하려고 해서 역효과를 가져오는 사례를 본다.

챗 지피티(Chat GPT)의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보편하고 합리적인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한국불교에서 출가자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질문했을 때 여섯 가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첫째가 불교에 대한 이점과 사회에서 출가자 역할의 이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잘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미디어 홍보와 워크숍 그리고 대중이 참여하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한다. 

아직은 한글에 대한 데이터가 많지 않다고 들어 영어로 이 문제를 질문했을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첫 번째 대안을 보고 이 선입견은 무너졌다. 혹자는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닌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도 이 질문을 많이 받았고 대안에 대해 나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놓친 게 있었음을 알았다. 바로 안에서의 시각이 아니라 밖에서의 시각에서 보는 것이었다. 

사회 안에서 출가자의 역할에 대한 이점에 대해 설명해 볼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출가라는 단절적인 언어에서 가져오는 선입견이 사회와의 단절을 말하는 것은 아님을 불자들만 되어도 알고 있을 것이다. 미래의 출가자들은 지금은 사회 속에 살고 있다. 불교를 잘 알 수도 아예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제자들은 불법을 전혀 모르는 사회 속으로 걸어가 전법하셨다. 사회에 살고 있는 그들의 보편적 시각에서 대안을 보아야 하는 기본적 절차를 개방형인공지능(Open AI)은 다시 한 번 환기시켜 준 것이다. 

챗 지피티(Chat GPT) 답의 명확성으로 개방형인공지능(Open AI)의 가치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그 사회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른 시각을 모니터 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비용을 저금한 기분이 든다. AI와 인간에 대한 관계 설정은 앞으로 인류가 새롭게 정의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챗 지피티(Chat GPT)와 같은 대화형 AI를 통해 얻어지는 다양한 시각만으로도 자극이 될 것이다. 모든 정보에 대한 최종적 판단과 결정은 질문자인 인간 스스로의 몫이다. 사고(思考)의 능력은 대화를 통해 수정 보안되고 성장한다. 그것이 26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의 방편이었고 다가올 미래의 방식도 이와 같을 것이다. 단지 그 대상이 인간에서 AI로 넓어진 것 뿐이다.

성진 스님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
sjkr07@gmail.com

[1670호 / 2023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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