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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종교편향은 국가‧사회적 폐해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스님의 사진을 보니 참으로 만감이 교차한다. 수행자인 스님이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런 시위를 하겠는가? 스님이 이렇게까지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든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 종교편향의 심각성, 그것이 초래하게 될 큰 문제에 대해 눈감고 대충 넘어가려 하는 정치권의 무심함과 무감각, 이런 문제들이 총제적으로 느껴져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

공적인 행사인 시무식에서 특정 종교의 찬송가를 불렀는데 그 자신의 공식적인 사과도 없고, 공식적인 문책이나 징계도 없다. 작은 문제 같지만 참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이 적당히 넘어가게 되면 그 뒤로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뒤따를 것이다. “아, 저 정도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공격적인 포교에 대한 동경을 지니고 있는 특정 종교의 공직자들이 한 걸음 한 걸음 그 선을 넘게 될 것이다.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고, 결국 사회적인 큰 갈등으로 번져 나가게 되는 앞날이 눈에 선하다.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신앙의 자유’는 무한하지만 사회적인 차원, 즉 남과 관계가 있는 ‘포교의 자유’는 엄하게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것이 일 개인의 경우라도 문제가 있는데, 공적인 지위를 가진 사람이 이런 착각을 지니고 있으면 그 파장이 심각한 상황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공적인 지위를 이용해 자기 종교를 선양하는 것이 마치 자신의 굳건한 신앙심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참으로 터무니없는 착각에 빠져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한 비판이 있게 되면 그것을 자신의 신앙이 시험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런 비판을 자신의 신앙을 증명하기 위한 과정에서 겪는 시련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과거에 어떤 공직자가 기독교 기념일에 공무원 시험 등이 있어 종교생활에 지장이 있다는 민원을 받아들여, 그 기념일에 있던 시험들을 다른 날로 옮겨 버렸다. 아마도 어린이날 등 공휴일로 옮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일단 공식적으로는 대충 사과하였다. 그렇지만 그의 본심은 그 뒤에 드러난다. 자신의 종교계 언론에 기고하면서 “앞으로는 모든 기독교 기념일에 그런 시험 같은 것이 없게 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신앙적 포부를 슬그머니 비쳤던 것이다. 

이번 일도 끝까지 추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몰지각한하고 맹신적인 동료  신앙인들에게 오히려 영웅 대접받는 일로, 그래서 자신의 종교와 적대적인 종교로부터 박해와 시련을 받는 영웅 대접받을 수 있는 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일이 종교인을 떠나 의식 있는 현대사회의 시민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공직자라는 사람이 그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은 참으로 변명할 여지가 없는, 우리 국가와 사회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일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거듭 힘주어 말하지만 이것이 한 특정 종교의 투정이 아니고,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바라는 올바른 지성의 정당한 요구임을 드러내야 한다. ‘공(公)’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는 ‘공직자(公職者)’가 종교적 편향을 일으킨 근본적인 문제를 불자들이 모두 인식하게끔 하고, 나아가 온 국민이 거기에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할 것이다.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니 어설프게 마무리되지는 않으리라고 믿는다. 아니, 위상 있는 기구에서 제기했기에 어설프게 끝나면 안 된다. 무게 있는 기구의 문제제기 조차 적당히 호도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게 된다면 이는 정말로 큰일이다. 아예 시작을 않은 것보다 못한 일이 되고 만다. 피켓을 든 스님의 모습이 외로워 보이지 않도록 뜨거운 마음들이 뒤를 받쳐줘야 한다. 불자들 뜻만이 아니다.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까지도 모아보자.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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