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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수행이론의 총망라(45)-증입 관련; 각론⑦

수행으로 우쭐해진 마음 이겨내기

난승지에선 분별심 털기 설명
지계 등 7가지 수행 지속 필요
무분별지의 진여와 하나 되어
알아차림‧지혜의 힘 유지해야

현재 필자는 ‘화엄경’을 ‘네 단락으로 나누는 설[四分說]’을 도입하여 제2분 즉, 수인계과생해분(修因契果生解分)을 소개하고 있다. 제2분의 핵심 주제는 수행 ‘이론’이다.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처님의 신·구·의 3업에 의지해야 한다고 대승 경전 작가는 생각했다. 그리하여 ‘여래명호품 제7’에서 여래의 신업(身業)을 소개하고, ‘사성제품 제8’에서 여래의 구업(口業)을 소개하고, ‘광명각품 제9’에서 의업(意業)을 소개했다. 이렇게 여래의 3업에 의지할 것을 전제로, 당시까지 전해 내려온 다양한 수행 ‘이론’을 여섯 부류로 묶어 배치한다. 즉 ①믿음[信] 관련 법문, ②이론[解] 관련 법문, ③실천[行] 관련 법문, ④발원[願] 관련 법문, ⑤체험[證入] 관련 법문, ⑥부처와 같아짐[等佛] 관련 법문이다.

‘십지품 제26’은 ⑤체험[證入]에 관련된 이론을 소개하는 법문인데, 오늘은 제5지 난승지(難勝地) 즉 ‘이겨내기 어려운 경지’를 소개할 차례이다. ‘해심밀경’이나 ‘성유식론’이나 ‘유가론’이나 ‘현양성교론’ 등 유식 계통의 여러 책 속에서도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이겨내기 어려운가? 

제1지에서 제4지까지는 세속에 물들었던 습관과 욕망을 점차로 제거하는 수행이었다. 수행이 깊어져 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우쭐해진다. 이게 극복하기 어렵단다. 극복하고 계속 정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고요하고 청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단다. 생사의 괴로움을 끊고 열반으로 나아가겠다는 ‘티 남은’ 분별심 털어내기를 제5 난승지에서 설명하고 있다.

우선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되 고요하고 청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①계 지키기, ②마음을 고요하고 청정하게 하기, ③잘못된 이론이나 의심 제거하기, ④바른 수행인지 아닌지 알기, ⑤수행 관련 지혜와 견해 갖추기, ⑥깨달음을 돕는 여러 관찰법 익히기, ⑦중생 교화하기, 이렇게 일곱 가지 수행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미세한 에고(ego)가 작동하는 분별심을 제거한 뒤, 이제는 무분별지의 진여와 하나 되어야 한다. 어떻게 말인가? 원력을 놓지 말아야 하고, 중생에 대한 자비심을 버리지 말아야 하고, 복과 덕을 쌓아가야 하고, 쉬지 말고 노력하고, 방편을 잘 구사하고, 더 높은 수행으로 나아가려 관찰 수행을 계속하고, 부처님의 보호와 염려해주심을 받아야 하고, 알아차림[念]과 지혜[智]의 힘을 유지해야 한다.

이상은 수행이 좀 되었을 때 제 마음속에 저도 모르게 생기는 우쭐해하는 ‘티’를 털어내는 수행이다. 극복하기, 또는 떨쳐버리기 수행이다. 그런가 하면 적극적으로 챙기기도 해야 한다.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첫째는 지식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청정한 수행의 방법이고, 둘째는 실천적으로 중생 이롭게 하는 행동이다. 첫째는 고집멸도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여실하게 챙기기이다. 나아가서는 ‘세속의 진리’를 비롯하여 더 나아가 ‘여래의 지혜를 성취하는 진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10가지의 진리를 알아야 한다고 한다. 둘째는 중생 구제하기이다. 사랑 베풀기와 불쌍히 여기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갖가지 기술을 몸에 익혀야 한단다. 운허 스님의 ‘한글대장경’ 번역으로 한 단락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승다운 발상이다.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하여 세간의 기예를 모두 익히나니, 이른바 글과 산수와 그림과 서적과 인장과 지대·수대·화대·풍대와 가지가지 이론을 모두 통달하며, 처방법을 잘 알아서 여러 가지 병과 간질과 미친 증세와 소갈병들을 치료하며, 귀신이 지피고 도깨비에 놀래고 모든 방자와 저주를 능히 제멸하며, 문장과 글씨와 시와 노래와 춤과 풍악과 연예와 웃음거리와 고담과 재담 따위를 모두 잘하며, 도성과 성시와 촌락과 가옥과 원림과 샘과 못과 내와 풀과 나무와 꽃과 약초들을 계획하고 가꾸는데 모두 묘리[宜]가 있고, 금·은·마니·진주 등이 있는 데를 다 알고 파내어 사람들에게 보이며, 일월성신이나, 새가 울고 천둥하고 지진하고 길하고 흉한 것이나, 상과 신수가 좋고 나쁜 것을 잘 관찰하여 조금도 틀리지 아니합니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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