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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수행, 포옹하고 사랑한다 말하기

기자명 한산 스님

우울증 앓고 계신 어머니와 여행
마음 내려놓을 수 있도록 긴 대화
한 번의 포옹·표현 큰 치유 효과
항상 마음 열고 사랑 표현해야

“스님, 이렇게 편하고 행복하게 살아도 돼요?” 

71세 되신 어머니와 통화 후, 나는 부처님 법 만나 출가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가하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가족과 만나는 이들에게 탐·진·치 삼독심을 내려놓는 방법을 알려주긴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

출가한 이후로 대중 생활을 하면서 절에 오는 신도, 법회 참석자들에게는 부처님 법을 전할 수 있었어도 가족과는 만날 기회와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출가할 때 가족이 행복하기를 바랐던 내 마음과도 멀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행복의 길을 전하는 대상에서 가족을 뺄 필요는 없으니깐.

심한 우울증으로 몸과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신 어머니에게 휴식 시간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껴 동생이자 도반인 무여 스님과 함께 보름간 태국, 베트남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자신의 삶 없이 오로지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만을 위한 치유 여행이었다. 다행히 코로나19가 발발하기 바로 전의 일이다.

평생 처음으로 어머니는 자신만을 위한 공간에서 잠을 자고, 삼시 세끼 준비할 걱정도 하지 않으며 오로지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다. 애지중지 우리를 키우신 것처럼 사랑을 듬뿍 드렸고, 과거의 짐과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과거와 미래로 헤매는 마음은 지금 여기로 데려오고, 호흡과 바른 자세를 챙길 수 있도록 하나하나 알려드렸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잘 키운 두 명의 딸이 스님이 되어 개인 수행 지도를 해준 셈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로도 1년 넘게 부모님이 계시는 대구로 찾아가 마음을 나누었다. 만나고 헤어질 때 인사는 포옹하며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말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해하셨다. 이제는 당연한 인사법이 되었고, 우리를 만나면 팔을 벌리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한 번의 포옹과 사랑의 표현은 서로에게 큰 치유 효과가 있음을 몸소 느꼈다.

자식 걱정은 끝이 없다고, 결혼한 자식뿐 아니라 출가한 자식 걱정까지 짊어지고 사시는 어머니와 오늘 통화를 했다. 항상 ‘그래도 더’를 입에 달며 끝없이 해주고픈 마음을 쌓아가던 어머니에게 이렇게 따라 하라고 말씀드렸다.

“할 만큼 했습니다. 자식 걱정은 모두 내려놓습니다. 자식들은 알아서 잘 사니 할 일이 없습니다. 충분합니다. 지금부터 나를 더 사랑하고 건강을 챙기며 남편과 알콩달콩 살겠습니다.”

이렇게 같이 한 문장 한 문장 말하기를 마치자 어머니는 속마음을 내비치셨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몸이 좀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식 생각도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고. 말끝에 습관처럼 ‘그래도 더’를 붙이자 “‘그래도 더’는 뭐라고 했죠?”라고 나는 물었고, “욕심이고 번뇌요.”라고 어머니는 대답하셨다. 

‘그래도 더’라고 추구하는 마음에는 탐·진·치 번뇌가 묻어 있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구하려는 탐심, 더 해주지 못해서 불만족스러운 진심, 탐심과 진심의 마음을 일으키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치심이다. 어머니는 오늘 ‘그래도 더’라는 말을 정말 내려놓기로 결심하셨다. 그동안 반복한 말씀이긴 하지만 나는 믿는다. 지금은 진실한 마음이기에.

“스님, 걱정 없이 이렇게 편하고 행복하게 살아도 돼요?” 
“물론이죠. 걱정은 아무 의미 없고 그동안 충분히 하셨어요. 앞으로의 생은 편안한 마음으로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을 감사하고 사랑하며 사세요. 행복할 자격은 충분해요. 사랑합니다.”

지금 만난 사람, 가장 가까이 대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안아주며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사랑을 가로막는 생각을 내려놓고 우리가 둘이 아님을 깨닫게 하는 큰 수행이 된다.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가장 후회하는 것도 가족을 안아주지 못하고 사랑한다 말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니, 오늘 당장 가족을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하길 바란다. 사랑을 표현하는 이들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벌써 환희롭다.

한산 스님 일상다감사 지도법사 happyhansan@naver.com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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