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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마하쟈나카 본생 (‘본생경’ 539번) ⑤마침내 출가하다

기자명 각전 스님

“애정이 없어야 죽음이 없다” 수행자가 독신인 이유

출가한 왕 계속 쫓아오는 왕비에게 “다른 길 선택하라” 설득
‘침묵·곧음·시간’ 상징한 비유로도 왕비가 포기 않고 따라오자
몸 숨기는 적극적인 행위 통해 결국 왕비도 수행자로 이끌어

마하쟈나카왕과 시왈리왕비.
마하쟈나카왕과 시왈리왕비.

이번 연재는 마하쟈나카 왕이 출가에 성공하는 대단원이다. 왕과 왕비의 동행은 계속된다. 그 동행은 출가의 의미와 성격에 대한 담론이기도 하다. 팔찌의 비유와 한쪽 눈의 비유가 그것이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왕비와 왕은 다시 길을 갔고 두나 거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개가 고기를 물고 달아나다가 왕과 왕비를 보고 놀라 고기를 버리고 도망갔다. 왕은 고기를 주워 깨끗이 닦아 먹었다. 왕비는 왕에게 개가 버린 음식을 먹는다고 비난하였다.

왕과 왕비가 거리 입구에 왔을 때, 아이들이 놀고 있는데 한 소녀가 한 팔에는 팔찌 하나를 끼고 다른 팔에는 두 개를 꼈다. 두 개 팔찌는 서로 부딪혀 소리를 내는데, 한쪽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왕은 이것을 보고 생각했다. 

“왕비는 내 뒤를 따라오지만, 여자란 출가인에게는 더러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출가인이면서 아내를 버리지 못한다고 비난할 것이다. 만일 이 소녀가 현자라면 왕비를 돌려보낼 방법을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왕이 소녀에게 “왜 네 한쪽 팔은 소리를 내고, 다른 쪽 팔은 소리 내지 않는가?”하고 물었다. 소녀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당신, 사문이여, 내 팔에는/ 두 개 팔찌가 끼어 있다./ 서로 부딪혀 소리 내는 것/ 둘째 것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당신, 사문이여, 내 팔에는/ 팔찌 하나가 끼어 있는데/ 둘째 것 없어 소리내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성자(聖者)와 같다.’

왕은 소녀의 말을 듣고 믿음을 얻어 왕비에게 말했다. 

‘그대 들었는가, 왕비여/ 저 소녀의 외우는 게송을./ 소녀 또한 나를 비난하나니/ 둘째 것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그리고는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하라, 나도 다른 길을 선택해 가리라” 하였다. 게다가 “이제 나를 남편이라 부르지 말라. 나 또한 너를 아내라 부르지 않겠다” 한다.

왕비는 “대왕님, 좋습니다. 당신은 이 오른쪽 길을 취하십시오. 나는 왼쪽 길을 취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조금 가다가 슬픔을 견디지 못해 돌아왔다. 그들은 함께 거리로 들어갔다. 

거리에 들어가 행걸(行乞)하다가 화살 만드는 집 입구에 섰다. 그때 화살 만드는 사람은 질화로 숯불 속에 화살을 구워 그것을 죽에 적셔서, 한쪽 눈을 감고 다른 쪽 눈으로만 보면서 곧게 화살을 바루고 있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화살의 곧고 곧지 않음을 진정으로 한쪽 눈으로 보는가?”하고 물었다. 화살 만드는 이가 대답했다.

‘두 눈으로 볼 때는/ 넓어지는 듯 보이는 것이다./ 굽은 것을 알지 못하여/ 곧은 성질에 맞지 않는다.// 한 눈을 감고 한 눈으로써/ 굽고 안 굽은 것 살필 때에는/ 굽은 것까지 모두 알아서/ 곧은 성질에 맞는 것이다.// 둘째 것 있으면 다투지마는/ 혼자서야 어떻게 다툴 것인가/ 천상 세계를 바라는 이에게/ 다만 혼자 있는 것 즐거움이다.’

그는 행걸해서 음식을 모아 와서 거리를 나가 물이 있는 시원한 장소에 앉아 공양을 마치고는 다시 왕비에게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하라. 나도 다른 길을 선택해 가리라”하였다. 게다가 “이제 나를 남편이라 부르지 말라. 나 또한 너를 아내라 부르지 않겠다”한다.

왕비도 “당신은 나를 아내라 부르지 마십시오”하고도 여전히 왕의 뒤를 따랐다. 

왕은 그녀를 돌려보내지 못했다. 다시 길을 떠나 깊은 숲이 멀지 않은 곳에서 감청색 숲을 바라보고 그녀를 돌려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길가에서 문쟈 갈대를 뽑아 들고, “이것을 보아라 왕비, 이것은 벌써 본래대로는 될 수 없다. 이와 같이 나와 그대가 같이 사는 것도 본래대로 될 수 없다.” 진리의 길을 가고자 이미 많이 길을 떠나왔으므로 인생은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번 시작된 길은/ 오직 앞으로만 달릴 뿐/ 옆도 뒤도 돌아볼 수 없네./ 돌이킬 수 없는 생이여,/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여!’  

다시 반게(半偈)를 외웠다. 

‘줄기가 뽑힌 갈대와 같이/ 그대로 혼자 살라, 왕비여’

이 말을 듣고 “이제 나와 쟈나카가 같이 사는 것은 없어지고 말았다”고 생각하자 슬픔을 견디지 못해 두 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의식을 잃고 길바닥에 쓰러졌다. 왕은 그녀가 의식을 잃은 줄 알고는 발자국을 지우고 숲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대신들이 그녀의 몸에 물을 끼얹고 손발을 주물러 의식을 회복시켰다. 

“대왕은 어디 갔느냐?”
“모르겠습니다.”
“찾아오너라.”

여기저기로 찾았으나 발견할 수 없자 그녀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리하여 왕이 섰던 자리에 기념탑을 세우고 향과 화환으로 공양하였다. 

왕은 설산의 산지에 들어가 이레 동안 오신통(五神通)과 팔등지(八等至, 등지=삼매)를 닦아 얻고, 그 뒤로 사람 사는 마을에는 내려오지 않았다. 

왕비는 화살 만드는 사람과 이야기하던 곳, 소녀와 이야기하던 곳, 고기를 먹던 곳, 미가지나와 이야기하던 곳, 나라다와 이야기하던 곳에 기념탑을 세우고 향과 화환으로 공양했다. 그리고 미틸라로 돌아와 아들을 관정 시켜 왕위에 나아가게 하고 자신은 출가하여 선인이 되었다. 그녀는 왕의 동산에서 살면서 변처정(遍處定, 색 등의 법이 모든 곳에 두루함을 관하는 것)을 수행하고 선정을 닦아 범천계에 태어날 사람이 되었다.

그때의 바다 여신은 연화색이며, 나라다는 사리불, 미가지나는 목건련, 소녀는 케마 비구니, 화살 만드는 이는 아난, 왕비 시왈리는 야쇼다라, 아들 디가부는 라후라, 부모는 지금의 왕의 일족이었으며, 마하쟈나카는 부처님이었다.

모든 생명체는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배우자를 만나고 후손을 이어간다.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태어남이 있고 태어남이 있으므로 죽음이 있다. 이것을 유교에서는 순리(順理)라고 한다. 그러나 죽음이 없으려면 생이 없어야 한다. 생이 없으려면 애정이 없어야 한다. 불사(不死)를 추구하는 이는 애정을 끊고 배우자와 헤어지고 홀로 있는다. 이것이 출가 생활이 독신생활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고대로부터 발생한 많은 종교들이 독신 수도자를 어떤 형태로든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러나 이러한 독신 수도를 위한 왕의 결단은 극심한 아내의 반대에 부딪혔다. 왕은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설득에 실패한 채 출가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의 출가를 끝까지 반대한 왕비는 종국에는 향과 화환으로 기념하고 결국 자신도 남편의 길을 따랐다. 말이 아니라 행위가 그녀를 수행자의 길로 이끈 것이다.

사실 왕의 비유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다. 팔찌는 침묵, 화살은 곧음, 문쟈 갈대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상징한다. 매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흘러가 버리는 현재를 침묵과 곧음으로써 대처해야 한다. 그것이 출가자의 삶이다.

각전 스님 선객 agami0101@naver.com

[1673호 / 2023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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