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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환술에 속지 않으려면

기독교복음선교회, 일명 JMS를 세운 교주 정명석의 비행을 고발한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경악시키고 있다. 1980년대 애천교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교단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했다. 지금도 전국에 수십 개의 교회를 거느리며 활동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총연합에서 사이비로 규정했다. 그렇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에서는 이 교단의 종교적 활동을 막을 수는 없다. 수많은 젊은 여성에 대한 교주의 성폭력이 드러남으로써 대중이 문제의 심각성을 비로소 알아차리게 되었다. 정명석은 10년간의 옥살이를 하고 난 뒤에 다시 구속되어 재판 중이다. 

불행하게도 JMS는 한국 사회의 실상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이 교단이 발흥하던 때는 민주화와 노동운동이 불같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박정희의 오랜 군사독재를 끝내는가 싶더니 그 후예인 전두환과 노태우가 다시 군홧발로 백성의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갈망을 짓밟았다. 의로운 백성들은 국가의 폭력으로 투옥되고 죽어갔다. 혼란과 갈등에 처한 젊은이들의 영혼을 복음이라는 종교적 세계로 끌어들여 폐쇄된 정신의 출구를 열어 준 것이다. 그들은 정명석의 성경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격의 없는 행동에 열광했다. 세력이 커지자 그는 팔레스타인의 예수를 흉내 내어 이 시대의 메시아로 군림했다. 실제로 정명석은 하느님을 볼 필요 없다며 자신이 메시아라고 말한다.

한국이야말로 거대한 정신병동이며 JMS다. 권력과 자본에 중독된 수많은 메시아들이 판치고 있다. 정명석은 이러한 한국인들의 욕망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작금의 정치 행태가 바로 JMS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법기술자들이 곳곳의 정부 권력기관을 장악, 온갖 법망을 구사해가면서 자신들의 욕망 충족을 위해 주권자인 백성 위에 군림하고 있다. 나아가 비대해진 자아를 지닌 오만한 정치가들은 약육강식의 야만적 국제질서에 이 나라를 편입시키기 위해 일제식민강권통치 기간 일본이 우리 백성들에게 가한 참혹한 과거를 잊고 묻어버리자며 미해결인 채로 부(負)의 유산을 젊은이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재벌들은 돈을 무기로 노동자들을 기계와 소모품으로 보고 어떻게든 이윤을 짜내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 자본에 포획된 정부는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들의 삶의 행복과 여유마저도 박탈시키고자 한다. 병원에 가보라. 갖은 질병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문전 행렬을 이루고 있는지를.

정명석은 내 안의 욕망을 대변한다. 욕망을 실현시킬 때까지 우리 자신의 부조리한 행위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불행의 원인은 객관화된 환경에 이끌리는 나에 대한 착각에서 온다. ‘대반열반경’의 ‘수명품’에서는 비구들이 나에 대한 집착을 여의면 교만을 여의고, 교만을 여의면 열반에 든다는 이치에 대해 부처님께 여쭌다. 부처님은 의사와 우유에 비유한다. 미련한 의사가 임금에게 생긴 병의 원인은 알지도 못하면서 우유만을 먹게 했다. 8가지 의술에 통달한 한 뛰어난 의사가 나타나 가지각색의 병을 치료하는 처방과 약을 잘 구사하여 치료했다. 그럼에도 좋은 우유는 임금이나 백성의 병세에 맞는 치료약으로 쓰기도 했다. 그리고 부처님은 “모든 법이 내가 없다고 하지만 진실로 내가 없는 것도 아니니, 어떤 것이 나인가? 만일 어떤 법이 진실하고 참되고 항상하고 주재(主宰)가 있고 의지가 있어서 성품이 변하지 않으면 이것을 나라고 할 것이니, 저 명의가 우유약을 잘 아는 것 같다”고 설한다.

스스로 구족한 성품, 불에도 타지 않고 물에도 녹지 않는 본성, 무상한 욕망에 끌리지 않는 불생불멸의 불성이 바로 법신, 법성이다. 그것을 잊어버리는 순간 욕망의 불길이 활활 타올라 또 다른 정명석이 된다. 밤마다 욕망에 뒤척이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라. 나의 그림자가 바로 그의 모습이지 않은가. 법신의 여래인 나의 성품을 회복하게 하는 부처님이 명의이며 8정도가 약제다. 권력과 돈을 가아(假我)와 동일시하는 착각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불법이다. 주위에 횡행하는 숱한 JMS의 환술을 분별하는 밝은 지혜가 절실하다.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1674호 / 2023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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