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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국가

기자명 성진 스님

인권 중시되며 정교분리 시작
현대사회 종교 자유 존중하고
질서와 배려 기준 명문화해야
국가·종교 건강한 관계 만들어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에서 세계전통종교지도자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참석하는 동안 여러 인터뷰를 했다. 그 중 카자흐스탄의 어느 한 기자가 “종교와 국가는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당시 필자는 “국가는 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인정해야 하고 국가의 권력과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답변만 짧게 남기고 더 이상의 대화는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기자는 당시 행사 기간뿐 아니라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올라온다.

과거 왕정(王政)이나 신정(神政) 체제의 나라에서 종교의 다원주의와 독립성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왕의 허락 없이 종교가 정착할 수 없었으며, 종교의 흥망성쇠가 왕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다. 그래서 불교를 포함한 여러 고전 종교들이 각자의 경전 속에서 왕에 대한 찬탄이 빠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종교와 국가의 관계는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중요시하면서 변화가 생기게 된다. 1636년에는 로저윌리암스라는 사람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종교를 믿을 자유가 있음을 주장하고 청교도 식민지 매사추세츠를 떠나 미국 북동부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에 프로비던스 플랜테이션(Providence Pla ntations)이라는 완전한 종교 자유가 있는 정착촌을 이루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종교와 국가권력의 분리를 주장한 것은 계몽주의 유럽에서 자유주의 철학자들이다. 장 자크 루소, 데이비드 흄, 애덤 스미스, 스피노자, 몽테스키외 등 철학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정교분리를 제안했다. 그리고 미국 혁명과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에서 종교의 자유를 주요 원칙으로 포함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국가와 종교의 관계를 분류하는데 주요 몇 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정치적 용어로 세속주의(Sec ularism) 국가라는 명칭이 있다. 세속 국가에서 종교는 사적인 문제로 간주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어떤 특정한 종교를 지지하거나 장려하지 않는 것이다. 국가는 종교 문제에 있어서 중립을 유지하고 개인이 선택한 종교나 신념 체계를 실천하거나 전혀 종교를 실천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또 어떤 종교적 신념에 상관없이 국가는 모든 시민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다. 이런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국가 종교가 없으며 종교 단체는 법에 따라 동등하게 취급된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제도를 선택한 근대 국가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이다.

다른 예로 신권정치(Theocracy) 국가가 있다. 신권정치 국가에서 종교는 정부와 법체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신정체제 국가에선 종교적 신념과 법이 정부의 정책과 국가의 규범을 정하는데 기준이 되거나 종교의 지도자나 기관이 실제적 국가권력을 이룬다. 이란이나 바티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이러한 국가 형태는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형태들도 있다. 국가가 특정 종교를 국교로 선택했지만 다른 종교를 허용하는 형태이다. 반면, 공식적인 국교는 없지만 사실상 국교의 역할을 하는 종교를 두고 있는 국가의 형태로 행정적으로 특정 종교를 지원하고 관리를 하는 형태가 있다.

이처럼 국가와 종교의 형태를 단편적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이건 개인의 인권 중 하나인 종교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이해받을 수 없다. 그리고 종교가 국가의 권력을 통해 개인인 인권을 일방적으로 제약하는 것 또한 이해받기 어렵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국가의 체계 속에서 존속하고 있다. 성숙한 국가는 종교를 권력의 하수나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특정 종교를 통해 확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종교 또한 자신들의 교세 확장과 유지를 위해 국가권력을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 마련한 질서와 배려의 기준을 명문화해야 한다. 그것이 직업 현장이나 국가 공공기관에서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국가와 종교의 건강한 관계를 위한 걸음이다.   

성진 스님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
sjkr07@gmail.com

[1674호 / 2023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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