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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

기자명 하림 스님

아이들 원하는대로 해주기보다
힘들어 할때 응원해주는 것처럼
불교 고통 해결의 길로 안내하고
마음 치유 실질적으로 활용돼야

서울 국제 불교 박람회에 다녀왔다. 개막식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과 차드 맹 탄 구글 명상지도자와의 대담이 있었다. 먼저 차드 맹 탄의 강의가 20분 정도 진행됐다. 차드 맹 탄은 자신이 어떻게 구글에서 명상 지도를 하게 되었고 현재 명상지도자로서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공유했다. 

행사 전 대기실에서 잠시 차드 맹 탄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다. 사람이 주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는 매우 부드럽고 친절하며 겸손했다. 대화 중에는 위트와 함께 늘 미소를 지으면서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강의하는 현장에서의 느낌도 비슷했다. 자신에게 진솔하고 정직했다. 그는 어린 시절 경험한 불교 이야기를 했다. 그가 고민이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길을 찾을 때 불교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본 부모님의 신행 모습은 늘 건강과 자녀에 대한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으로는 고민이 해소되지 않을 것 같아서 교회에 갔다.

통성기도하고 울고 소리치면서 고민과 하소연을 풀어내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겠구나!’ 하며 교회를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다음 주에 어느 비구니스님을 만났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길을 찾는다고 하니 “불교가 바로 고민을 벗어나는 길”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아! 불교가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 대학교에서 그 비구니 스님의 특강이 있었고 그 인연으로 불교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우리는 불교를 어떻게 알고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가 돌아보게 됐다. ‘원하는 것이 있는데 성사되지 못할까 봐 걱정되고 불안할 때 부처님께 기도하면 성취된다고 안내하고 있지 않았는가?’ 불교 수행의 근간이 되는 ‘대념처경’에서는 괴로움을 설명할 때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하며 기도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때 구하는 마음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곧, 원하는 대로만 된다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훈련을 할 수 없게 된다.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 준다면 그 아이는 심신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힘든 일을 겪을 때 믿어주고 응원해 준다면 더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불교 신행의 과정도 지금 젊은이들에게 또는 무엇인가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어 길을 찾는 이에게 비구니스님이 차드 맹 탄에게 안내했던 것처럼 ‘불교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라고 안내해야 한다. 그는 그때부터 불교 공부와 수행을 시작했으며 일상에서 늘 알아차림하고 멈추어서 관찰할 수 있었다. 그는 습관과 업의 힘이 아니라 스스로 멈추어서 분명히 알고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가치를 자신의 삶에서 발견했다. 그때부터 삶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었다. 

어느 날 그는 몹시 편안한 순간을 만났고 그 순간을 기억했다. 그는 힘들 때마다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자리는 더 굳건해졌다. 구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내면 검색’이라는 프로그램 진행과 강의로 새로운 삶을 걷고 있는 그의 강의에서 현재의 한국불교가 비추어지고 나아갈 방향이 그려졌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거쳐오면서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러나 번뇌를 벗어나 해탈로 가는 길임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이 끝없다 해도 아직 힘든 마음을 치료하는 데 한계가 많다. 

총무원장스님도 불교가 실질적으로 힘든 마음을 치유하는 데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한국불교에서도 동양의 수행과 서양의 실험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이 만나는 동서양 융합 시대가 열리는 소식이다. 세상 사람들의 평화를 위하여 붓다의 가르침이 널리 전해지기를 기원한다.

하림 스님 부산 미타선원장
whyharim@hanmail.net

[1675호 / 2023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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