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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에 걸친 다섯 대가의 ‘조론’ 주해…중국을 읽는 거대한 창

  • 출판
  • 입력 2023.04.04 22:29
  • 수정 2023.04.05 12:19
  • 호수 1676
  • 댓글 0

조론오가해
조병활 역저 / 6권 1질 / 장경각 / 30만원

위진남북조~명대에 이르는 대표 ‘조론 주해서’ 다섯 권 번역·해설
‘오가해’로 엮어 출간한 조병활 박사 “어려워 말고 곱씹어 읽길”

'조론오가해'

중국불교사상사의 출발점으로 손꼽히는 ‘조론’은 후진시대(384~417)를 살았던 승조 스님이 집필한 이래로 명나라 말기인 17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중국 당대의 내로라하는 학승들과 현인들에 의해 시대를 달리하며 수십 편의 주석서가 쓰여졌다. 이는 ‘조론’이라는 한 권의 논서가 중국불교 역사와 사상, 철학 등에 두루 미친 방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동시에 후학들로서는 한 권의 논서를 향한 1300여년에 걸친 주석서들을 통해 각 시대별 불교의 변천과 함께 사회 전반의 사상과 철학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는 매력적인 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 번역된 ‘조론’ 주석서는 손에 꼽힐 정도다.

“국내뿐만이 아닙니다. 수십 편에 달하는 ‘조론’의 주석서들 가운데 중국 내에서도 현대의 중국어로 번역된 것은 극히 일부입니다. 특히 이번에 번역된 다섯 편의 ‘조론’ 주석서 가운데 네 편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번역된 사례입니다.”

'조론오가해' 역주자 조병활 박사.
'조론오가해' 역주자 조병활 박사.

‘조론’ 역주를 완결한 동시에 역대 주석서 가운데 5편을 번역, 6권 한 질로 구성해 ‘조론오가해’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역저자 조병활 박사는 조론 주석서 번역이 한국불교사 뿐 아니라 중국불교사에서도 한 획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론에 대한 다섯 대가들의 해석’이라는 뜻의 ‘조론오가해’ 명칭은 역주서 발간 계획 단계에서 무비 스님이 추천해준 책 이름이다. 조병활 박사는 북경대 철학과에서 ‘북송 선학사상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중앙민족대학 티베트학연구원에서 티베트불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조론서 연구’ ‘물불천론 연구’ 등 우리말뿐 아니라 티베트어 중국어로 쓴 다수의 논문을 발표해왔다. ‘조론오가해’ 출간은 성철스님 열반 30주년 추모 학술사업의 일환으로 백련불교문화재단이 후원했다.

‘조론오가해’ 1권 '조론연구'는 조병활 박사의 '조론' 번역과 주석을 수록한 역주편과 관련 연구논문들을 수록한 연구편으로 구성돼 있다.

2권 ‘조론소’는 위진남북조시대 남조의 진나라 사람으로 추정되는 혜달 스님이 찬술, 현존 최고(最古)의 '조론' 주석서로 손꼽힌다. 위진남북조시대 중국불교에 나타났던 열반학파, 성실학파, 섭론학파, 지론학파 등 다양한 불교학파들이 벌인 논쟁들이 곳곳에 기록돼 있어 위진남북조시대 불교 연구의 필독서로 손꼽힌다.

2권과 동명인 3권 ‘조론소’는 당나라 원강 스님의 저술이다. 중국의 '시경'과 '서경'을 비롯해 ‘육경’에 두루 해박했던 원강 스님의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론'에 대한 논서이지만 이를 읽고 나면 중국 고전문학과 고시에 대한 안목이 열린다 할 정도로 방대한 고시를 인용해 불교 사상과 개념들을 설명하는 것도 특징이다.

4권 ‘조론중오집해’는 북송의 비사 스님이 강설하고 정원 스님이 집해한, 송대를 대표하는 '조론' 주석서다. 간단하고 짧게 설명하고 있어 혜달 스님의 ‘조론소’에 비해 분량이 적지만 그만큼 해석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5권 '조론신소'는 원나라 문재 스님의 저술이다. 원대를 대표하는 '조론' 주석서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방대한 내전과 교리에 근거해 '조론'을 풀어낸 솜씨가 탁월하다고 손꼽힌다. 역자는 특별히 이 책에 대해 “방대한 고전을 인용하고 있는 만큼 상당한 인내심과 정교한 사고력을 갖고 읽기에 도전해야 한다”면서도 “다섯 권의 주석서 중 한 권을 손꼽으라면 이 책을 권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6권 ‘조론략주’는 감산 스님이 본인의 수행경험을 바탕으로 찬술한 책으로 명대를 대표하는 '조론' 주석서다. 간략한 표현 속에 풍부한 의미가 내포돼 있으며 ‘조론’을 비교적 쉽게 설명한 점도 돋보인다. 이 역시 문인들의 시를 상당히 많이 인용하고 있다.

이처럼 ‘조론오가해’에 포함된 다섯 편의 논서는 위진남북조시대부터 명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당대 대가들의 조론 주석이다. 자연스럽게 당대의 시대상이 반영돼 있으며 나아가 현대 중국인들의 사상과 철학의 토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이 역저자의 평가다.

“4세기 이후 1300여년에 걸쳐 계속된 ‘조론'에 대한 주해 작업은 필연적으로 고대부터 근대까지 이어지는 중국의 문학, 철학, 사상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이해는 19세기 말에 이르러 중국인들이 막시즘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떤 자세였는지를 이해하는 단초가 됩니다. 즉 승조 스님이 인도불교라는 외래사상을 받아들여 중국의 언어로 쓴 '조론'과 이에 대한 후대의 접근은 외래 사상을 받아들이는 중국인들의 인식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가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론'을 주해한 다섯 명의 대가들은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데에만 그치지 않았다. 승조 스님이 설명한 불교의 심오한 개념들을 이해하는 각자의 시각을 드러내는데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조론’은 공 사상을 설명하며 반야‧중관사상의 요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주석하는 과정에서 혜달 스님은 열반‧불성학이라는 ‘유’의 입장인데 비해 원강 스님은 승조 스님의 반야‧중관 입장으로 다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비사 스님과 문재 스님은 화엄의 입장에서, 그리고 감산 스님은 다시 선의 입장에서 공 사상을 설명한다. 이처럼 다섯 대가들의 입장 차이는 중국불교사상사의 변천과 함께 중국불교가 얼마나 치밀한 사상적 체계를 형성하면서 발전했는지를 비교 분석해 볼 수 있는 단면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주는 후학들에게 넘지 못할 벽과 같이 다가오기도 한다. 조 박사는 “손이 닿는 한 조론과 주해서에 인용된 모든 중국 고서들을 찾아 그 내용을 확인해 갔다”고 말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을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배력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백련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백련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조병활 박사가 북경대에서 공부를 시작한 이후 15년의 노력이 맺은 결실과도 같다”며 “‘조론오가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수‧당‧송‧원‧명 각 시대의 한문 쓰임이 모두 다르며 오늘날의 중국어와도 다르다’고 난색을 표했던 것만으로도 그간의 노고를 대변해 준다”고 말했다.

역저자는 “이번에 출간한 ‘조론오가해’의 번역이 결코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나라 불교계에서는 ‘반야심경’과 ‘금강경’에 불자들의 독경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으며 특히 논서를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논서가 읽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쉽게 읽겠다는 생각을 접어두고 오랜 시간을 들여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며 곱씹어 읽는다면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고 평가한 역저자는 “적어도 ‘조론오가해’를 읽으면 일반 불자라도 불교 사상이 얼마나 심오하고 위대한지, 동시에 인류사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를 느낄 수 있으며 우리의 불교 이해가 표피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76호 / 2023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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