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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손으로 가꾼 ‘진관사 마음의 정원’

  • 교계
  • 입력 2023.04.10 06:00
  • 수정 2023.04.14 12:26
  • 호수 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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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9일, 식목일 맞아 신도200명
속리 정이품송 후계목 심기 체험
정원 돌보기, 마음가꾸기와 같아
자연과 하나되는 특별 명상 진행

“이건 이제 려안이 소나무야. 앞으로 잘 지켜줘야 해. 알았지?”

진관사 주지 법해 스님이 소나무 묘목을 심다 여섯 살 려안이에게 건넨 말. 내려오는 햇살에 얼굴이 뽀얗게 빛나던 려안이는 스님을 향해 싱긋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이내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다. “나무야, 튼튼하게 자라줘.” 속삭이는 동생이 귀여운 듯 옆에 있던 이려준(13)군도 환히 웃는다. 

서울 진관사가 4월9일 오전11시 ‘마음의 정원, 탄소중립 평화의 나무심기’ 행사를 가졌다. 신도회와 보현회(50대 중년 모임)를 비롯해 어린이법회·청소년법회·청년법회 신도 등 200명 가까이 모였다.

신도들은 호미, 모종삽, 물이 담긴 페트병 등 장비를 들고 팀 별로 옹기종기 모여 꽃과 나무를 심었다. 묘목은 ‘보은 속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의 후계목. 조선 7대 임금인 세조가 속리산으로 행차하자 어가 행렬이 무사히 통과하도록 스스로 번쩍 가지를 들어 올렸다던 그 나무의 종자다.

어린이·청소년팀은 주로 명부전 뒤 야트막한 경사가 이어진 산으로 향했다. 스님들이 심기 좋게 미리 구덩이를 파둔 상태였다. 덕분에 아이들은 어른들 도움 없이 나무 심기에 도전했다. 느슨하게 녹아 폭신한 땅에 나무 뿌리를 곧게 세우곤 부드러운 겉흙을 채웠다. 직접 흙과 나무를 어루만지며 오감으로 자연을 만끽한 시간이었다.

김승현(중계중1)군은 “학교에서 탄소중립에 관해 많이 배웠지만 일회용품 줄이기가 쉽지 않았다”며 “오늘 나무심기를 통해 탄소중립을 실천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태윤(중암중1)군은 “최근 산불로 나무가 타는 것을 봤다. 마음이 아팠다”며 “우리들이 심은 나무가 오랫동안 산과 진관사를 지켜줬으면 한다”고 했다. 조재환(화수중2)군도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듯 저도 튼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연호(구산중2)군은 “절에 오면 밥도 맛있고 공기도 좋고 마음도 차분해진다. 오늘 소나무를 심으면서 더 재밌고 행복했다”고 미소를 보였다.

행사는 식목일을 전후해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마련됐다. 이에 더해 “마음밭 가꾸는 법도 안내해주고 싶었다”는 게 진관사의 설명이다. 실제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은 느긋한 리듬으로 마음을 살피는 과정과 닮아 있다.

나무심기에 앞서 진관사가 짧은 명상 시간을 마련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아동청소년교육학과 교수 혜주 스님은 대웅전 앞마당에서 ‘싱잉볼(Singing Bowl)’로 명상을 지도했다. 스님은 “마음을 한 곳에 모으고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명상을 해보자”면서 “대지의 단단함, 바람결, 따스한 햇볕, 향기로운 꽃내음을 온전히 느끼자. 우리가 지구와 언제나 연결돼 있음을 알아 차리자. 사랑과 감사, 평화의 마음을 전하자”고 안내했다.

주지 법해 스님은 “진관사는 ‘종교를 넘어’ 모든 이가 소통하고, 나누고, 행복해지는 공간”이라며 “우리 스스로 행복해야 주변도 밝아지고 사회도 안정된다. 이는 국가가 번창하고 세계가 평화로워 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관사 마음 밭 주인공은 오롯이 여러분이다. 각자 마음의 정원을 건강히 일구고, 기르고, 거두고, 나누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행사에는 장영환 한국사찰림연구소 이사, 이대진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탐방시설과장, 박가은 탐방시설계장도 함께했다. 이대진 과장은 “미래 세대들이 나무를 심고 가꾸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뜻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77호 / 2023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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