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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에서 살다가 죽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 교계
  • 입력 2023.05.08 19:25
  • 수정 2023.05.10 17:40
  • 호수 1681
  • 댓글 1

5월8일, 이용수 할머니 광주 나눔의집 행사서 호소해
지난해 8월 경기도 감사로 나눔의집 불법시설 ‘낙인’
할머니들 “나눔의집은 우리 집이다…다른 곳에 못가”

“제발 여기서 살게 해주십시오. 죽어도 이곳에서 죽게 해주십시오.”

나눔의집 제2역사관 2층에서 이용수(95)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그의 옆으론 거동이 불편한 ‘위안부’ 피해자 박옥선(100)·강일출(95)·이옥선(96) 할머니가 있었다.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대표이사 성화 스님)이 5월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어버이날 기념행사 & 박옥선 어르신 상수연 잔치’를 열었다.

이날 이용수 할머니는 “나눔의 집은 우리 집”이라며 “누워있는 할머니들을 어디로 옮겨야 한다는 말은 말아 달라”고 재자 당부했다. 이어 “옆에 계신 할머니들이 제 손을 꼭 잡으며 ‘용수야, 다른 데는 못 간다. 죽어도 여기서 죽고 싶다’고 하셨다. 할머니들 소원이다. 꼭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나눔의집 관계자에 따르면 광주시는 나눔의집 측에 지난해 8월 경기도 감사를 통해 일부 지적된 나눔의 집의 법 위반 행태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행정 처분을 사전 예고했다. 광주시는 2018~2022년 5년간 국고보조금 11억3000여만원을 불법으로 지급 받았다며 반환을 요구하고, 나눔의집을 노인복지법상 ‘요양시설’로 바꿔 시설을 운영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나눔의 집은 졸지에 불법시설로 ‘낙인’ 찍혔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 거주 장소를 옮겨야 한다는 여론도 일었다. 그러자 이용수 할머니가 이같이 발언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눔의 집 대표 성화 스님은 “이곳에 계신 할머니들은 모두 국가보호대상자들로 계속 거주하고 싶어 하시니 돌아가실 때까지 여기서 모실 수 있도록 최대한 정부와 경기도, 광주시 등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할머니들을 마지막까지 행복하고 건강하게 모시고자 저를 비롯해 시설 종사자가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벽에 부딪히고 있다”며 “제 권한 밖의 일이라 마음이 보통 무거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겠다”고 전했다.

방세환 광주시장도 “성화 스님이 말씀드린 행정상의 법리적 한계로 나눔의집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제가 경기도와 여성가족부와 잘 협의해 좋은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올해 100살을 맞은 박옥선 할머니의 ‘상수(上壽)’를 축하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40명. 이 중 231명이 사망해 생존자는 9명뿐이다. 박 할머니는 생존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1924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박 할머니는 1641년 18살 때 중국 헤이룽장성 무링으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되는 등 모진 삶을 살아왔다. 1945년 해방 후 위안소를 나왔지만 성 피해를 당했다는 자괴감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중국에 머물렀다. 이후 시민단체 노력으로 할머니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6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2002년 나눔의 집에 입소했다. 2003년에 국적을 회복한 그는 고령에도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하고, 일본 등에서 강연과 증언으로 위안부 참상을 세계에 알렸다. 위안부 피해 진상을 알리고자, 2017년 프로야구 구장인 경기도 수원시 케이티위즈파크에서 93세의 노구로 시구에 나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기도 했다.

행사는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및 꽃바구니 전달, ‘어머님 은혜’ 합창 등 1부 어버이날 기념식에 이어 2부에서 박옥선 할머니의 100살 축하 잔치와 축하공연 등으로 펼쳐졌다. 행사에는 나눔의집 대표이사 성화 스님과 지역구인 소병훈(더불어민주당) 의원, 방세환 광주시장, 주임록 광주시의회 의장, 시민단체 및 봉사단체 관계자, 시민 등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박옥선, 강일출, 이옥선 할머니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축사에 나선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이 이뤄질 때까지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또 할머니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외에도 허경행·박상영·황소제·이주훈·이은채·오현주·노영준·최서윤·왕정훈·조예란 광주시의원, 허순 경기도 여성정책과장, 서관호 여성정책과 팀장, 정유진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소장, 이성순 일본군위안부피해자연구소장, 나눔의집법인 김현덕·이상복 이사. 최덕진 나눔의집 양로시설장, 조영군 사무국장, 양한석(김순덕 어르신 자녀), 서병화(이용녀 어르신 자녀) 나눔의집유족 공동대표 등도 함께했다. 

경기도 광주=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81호 / 2023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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