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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성경이 헌법 근간” 주장에 법학자들 “반헌법적 발언”

  • 교계
  • 입력 2023.05.12 10:49
  • 수정 2023.05.14 06:18
  • 호수 1681
  • 댓글 22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서 “헌법 기초 선교사 노력 의한 것”
지난해부터 “헌법 체계 성경서 나와” 잇따른 발언으로 논란
기독교계 “대통령도 인정…교과서에도 명확히 서술할 것” 주장
안경환·김상겸·정종섭 등 헌법학자들 “상식에도 안 맞는 발언”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대응특별위 대통령실 면담 재요구

윤석열 대통령은 4월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서 영어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가 된 자유와 연대의 가치는 19세기 말 미국 선교사들의 노력에 의해 우리에게 널리 소개됐다”며 “그 후 우리 국민의 독립과 건국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서 영어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가 된 자유와 연대의 가치는 19세기 말 미국 선교사들의 노력에 의해 우리에게 널리 소개됐다”며 “그 후 우리 국민의 독립과 건국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대통령실]

“헌법 체계가 성경에 있다”고 거듭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던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미국 순방에서도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가 된 자유와 연대의 가치가 선교사들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등 저명한 법학자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 발언이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시민사회수석과의 면담을 재요청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4월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영어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가 된 자유와 연대의 가치는 19세기 말 미국 선교사들의 노력에 의해 우리에게 널리 소개됐다”며 “그 후 우리 국민의 독립과 건국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은 기독교 정신이 대한민국으로 계승돼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됐고, 헌법의 기초가 됐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기독탄신일, 부활절에 교회를 찾아 헌법 근간이 성경에 있음을 언급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12월25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를 찾아 “법학을 공부해보니 헌법 체계나 모든 질서, 제도가 다 성경 말씀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문명과 질서가 예수님의 말씀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4월9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2023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해서도 “저는 늘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 헌법정신,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다 성경 말씀에 담겨있고 거기서 나왔다고 했다”며 “진실에 반하고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헌법정신을 잘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어린시절 꿈이 목사였음을 밝혔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은 기독교의 영향하에 푹 빠져서 지냈다고 했던 만큼 헌법과 성경의 연관성에 대한 발언 또한 대통령의 종교관이 투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친기독교적 행보를 이어온 윤 대통령 발언에 기독교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를 계기로 교과서에 수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박명수 서울신학대 명예교수는 4월30일 국민일보에 “기독교의 역할에도 지난해 한국사 교육과정 개정에서 근현대사 기독교는 언급이 없었다. 대통령도 기독교의 중요성을 인정한 만큼 교과서에도 이 부분이 명확하게 서술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송태섭 목사)도 윤 대통령의 연설에 관해 5월1일 “미국 선교사들이 전한 복음과 기독교적 가치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에 방점이 있다”며 환영 논평을 냈다.

[대통령실]
[대통령실]

그러나 법학자들은 “성경이 헌법의 근간”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지적한다.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헌헌법은 1919년 3·1운동의 정신,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대한민국임시약헌’과 조소앙의 ‘건국강령’ 등을 바탕으로 초대 법제처장을 역임한 유진오 박사가 기초했다. 실제로 당시 제정된 헌법 전문에는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고 민주주의 제제도(諸制度)를 수립하여’라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밝혔다. 헌법 어디에도 기독교적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은 1948년 공포된 제헌헌법부터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명문화돼있다. 헌법 20조 1항의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2항의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국교를 전면 부정하고 정교분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66조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헌법 전문가들은 헌법이념과 체계가 성경에서 비롯됐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헌법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5월10일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기본 헌법 원리, 상식에 맞지 않는다. 헌법학자로서 그렇게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헌법학을 전공한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명예교수도 “헌법이 성경에 기초하고 있다면 기독교의 보장을 위한 규정을 보장하고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헌법 근간이 성경에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헌법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기에 더 이상 그런 발언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양법철학 및 법제사를 전공한 김지수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통령이 취임식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를 선서했는데,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민족문화 창달에도 반하는 서양문명 친화적 망언을 일삼는다면, 헌법을 위반하는 셈이 되어 탄핵사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교가 인정되지 않는 나라에서 모든 종교를 포용해야 하는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특정 종교에 편향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은 심각한 종교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 헌법연구관, 서울대 법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헌법학 권위자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대통령의 발언이) 무엇을 근거로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헌법정신은 종교와 관련이 없다. 자유라는 것은 억압, 독재 체제 하에 살아오다 발견한 가치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존중하고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인간에 대한 존중, 자유 등 소중한 가치가 많은데 이 모든 것이 특정 종교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해석하는 건 곤란하다”며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 있고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기에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법학자인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도 “기독교 성경은 신 중심의 중세시대를 대변하는 것이고 헌법은 중세시대를 벗어나서 인간 이성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의해 자유와 평등이 중심이 됐고 이것은 미국 헌법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헌법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이 우리 헌법정신이 성경에서 나왔다고 말하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이 같은 발언이 헌법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심각한 종교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불교계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 선광 스님)는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4월 한 차례 대통령실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자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의 면담을 재요구키로 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81호 / 2023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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