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자들의 종교를 초월한 자비온정이 문화교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튀르키예 학계에서는 조계종의 자비나눔 활동이 현지 언론을 통해 조명되며 K-POP과 드라마, 영화 등의 미디어콘텐츠로만 인식되던 ‘한국문화'가 전통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와 한국인들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튀르키예는 러시아 다음으로 많은 한류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드물게 100만 이상의 한류 동호인이 활동하는 친한류 국가다. 그만큼 튀르키예는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등 대도시에 세종학당이 속속 생기고 있으며 중·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채택되고 있다. 국립대학에서도 한국학 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그 중 갈곳을 잃은 지진 이재민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한 카이세리시 에르지예스(ERCIYES)대학은 13개국 70여명의 한국학자 초청 중·동유럽 한국학회(CEESOK)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한국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대학 중 한 곳이다.
“세종대왕이 600년 전 창제한 훈민정음으로부터 ‘월인석보’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과 같은 한국의 얼이 담긴 불교 서적들이 탄생했습니다.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오늘날, 이런 서적들을 ‘K-Classic’ 콘텐츠로 정립해 알려나가야 합니다.”
정진원 교수는 2000년 튀르키예 정부의 초청을 받아 에르지예스대에 한국학과를 설립했다. 2021년 복귀해 학생들에게 ‘삼국유사’와 ‘월인석보’를 기반으로 한국의 고전 문학을 대중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정 교수는 “튀르키예의 젊은 층은 K-POP, K-드라마 등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며 “최근에는 종교나 역사와 같은 문화의 원류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학생도 많아지고 있다. 그로 인해 ‘삼국유사’ ‘월인석보’와 같이 한국불교 인문학 텍스트가 K-Classic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괵셀 튀르쾨쥬 에라캄유라시아한국학연구소장도 “한국불자들이 보내온 자비온정이 학생들에게 알려져 불교에 대한 호감도 증가했다”며 “학부생은 3·4학년 때 한국 사상에 대한 토대를 다지고 석박사과정에서 한글대장경이나 ‘월인석보’를 배운다. 학문으로 배운 불교의 현재 모습을 이번 지원으로 체감하며 한국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수데씨는 “평소 불교 수행에 관심이 많았다”며 “자비를 실천하는 모습이 인상깊다. 졸업 후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83호 / 2023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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