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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자비역량 튀르키예 난민돕기] 2. 지진 피해자들 임시거처  찾은 아름다운동행

십시일반 온정 담긴 임시주거시설, 무너진 잔해 속 한 송이 희망으로 

대지진으로부터 100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한 이재민 고통
임시컨테이너 360동 완공돼 문화센터 정비 마치면 입주
이재민들 “임시거처 늘어남에 희망 느껴” 감사 인사 전해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일화 스님을 환한 미소로 반기는 텐트촌 아이들. 손톱 밑에 굳어있는 검은 먼지가 이들의 어려움을 짐작케 했다.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일화 스님을 환한 미소로 반기는 텐트촌 아이들. 손톱 밑에 굳어있는 검은 먼지가 이들의 어려움을 짐작케 했다. 

튀르키예 이스켄데룬. 입구를 겨우 가린 구멍 난 천막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처량하게 펄럭였다. 척박한 모래언덕에 겨우 고정된 텐트 안에는 먼지 수북한 옷가지와 페트병 등 살림살이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빨래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요. 냄새나고 더러워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입어야 해요.” 

무너지는 건물에서 목숨만 겨우 건진 유젤 할머니는 텐트에서 병마와 싸우는 남편을 간호하며 삶을 이어왔다. 그러나 남편은 한낮 무더운 열기와 새벽 추위 속에 점점 쇠약해졌고 결국 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날이 점점 더워지니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요. 컨테이너와 같은 임시주거시설이 간절합니다.”

이재민들은 3평 남짓한 텐트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이재민들은 3평 남짓한 텐트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

튀르키예·시리아에 총사상자 20여만명, 이재민 2300여만명의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대지진으로부터 100일이 지났음에도 이재민들의 고통은 여전했다.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진우·상임이사 일화 스님)이 5월4일 텐트촌과 대학 기숙사에 몸을 피한 이재민들을 위문했을 당시, 뛰어나와 반기던 아이들의 얼굴에는 씻지 못해 생긴 땟국물이 덕지덕지 말라 있었다. 옷은 비교적 새것이었지만 손톱 밑에 굳어있는 검은 먼지가 이들의 어려움을 짐작케 했다. 

무스타파(13) 군은 부모님과 이모, 여덟 살배기 동생과 함께 한 텐트에서 옹기종기 살고 있다. 그는 “지진 이후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도와준 덕에 생필품은 어느 정도 마련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하루 종일 텐트에서 지내기 쉽지 않다. 또래들이 있어 지루하진 않지만 집에서 편하게 자던 때가 그립다”고 말했다. 그의 손을 꼭 잡고 있던 동생 베라트(8)는 애써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웃으며 “벽과 천장이 흔들릴 때 너무 무서웠다”며 “텐트에 정착하고 나서도 이따금 흔들렸다. 아직도 그때가 생각난다”고 했다.

간단히 조립한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
간단히 조립한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

아이들을 뒤로하고 텐트촌 중심부로 들어가자 이재민들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불을 지피고 있었다. 공용주방이 있었지만 전기와 식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각자 텐트 앞을 임시주방으로 삼고 있었다. 작은 바람에도 모래먼지가 이리저리 날렸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닥에는 담요와 함께 상한 음식들이 널브러져 있다. 이미 오래전에 위생을 내려놓은 모습이다.

대학 기숙사에 몸을 피한 이재민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평 남짓한 비좁은 방에 놓인 침대 3개, 언제 세탁했는지 모를 꼬질꼬질한 이불과 빵 한조각이 전부인 식단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모든 것이 한줌 먼지로 사라지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어요.”

젠넷(48)씨는 작은 진동에도 덜컥 잠을 깬다.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다. 그는 “여럿이 지내다보니 사생활도 없다. 안정을 찾을 개인공간이 간절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재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몸을 뉘일 수 있는 임시주택이었다. 좋은 소식은 아름다운동행과 튀르키예 한인회가 이스켄데룬에 건립하고 있는 임시주택 360동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훈 한인회장에 따르면 5월26일 기준 모든 공사가 완료돼 당장 거주가 가능한 상황이다. 각종 교육과 공동주방, 공연 등이 이뤄질 문화센터 정비를 마치는 대로 입주를 시작한다. 

이스켄데룬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튀르키예 군인들이 참전을 위해 부산으로 출항했던 항구도시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이날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일화 스님과 조계종 사회부장 범종 스님을 참전용사비 앞으로 안내한 무라세파 이스켄데룬 군수는 “내 가족뿐 아니라 튀르키예 국민들은 형제의 나라 한국에 무한 호감을 갖고 있다”며 “두 나라의 인연이 기록된 곳에 임시 주택을 지원해준 한국 불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재민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일화 스님과 범종 스님. 

지진 2차 진앙지인 카라만마라슈에서 피난온 튜바(34)씨도 “조계종이 임시주택을 지원해줘 고맙다”며 “나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임시거처가 늘어남에 희망을 갖게 된다. 고마움을 잊지 않고 계속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비아(28)씨도 “조계종 덕에 안전한 거처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됐다”고 연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튀르키예=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83호 / 2023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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