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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카디타 세계대회 개최기념 특별기고] 1.  한국에서 만나는 모든 붓다의 딸들에게

기자명 본각 스님

18차 샤카디타, 세계적 위기 부처님 지혜로 당당히 맞서겠다는 선언

‘위기의 세상 속 깨어있기’ 주제로
세계 30개국 3000여명 서울 집결

29건 워크숍·각국 불교문화 소개
비구니승가 어려움·불평등 논의도

상대 바라보며 나를 세우는 기회
호스트로서 세계불자 넉넉히 맞길

제1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가 6월23~27일 서울 강남 코엑스와 봉은사 일대에서 열린다. 사진은 2004년 김포 중앙승가대에서 열린 제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 모습.
제1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가 6월23~27일 서울 강남 코엑스와 봉은사 일대에서 열린다. 사진은 2004년 김포 중앙승가대에서 열린 제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 모습.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4년 6월27일 제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이하 샤카디타대회)가 김포 중앙승가대에서 7일간 개최되었다. 그 당시 주제는 ‘여성불자의 교육과 수행 : 현재와 과거’였다. 그리고 다시 19년만인 오는 6월23~27일 ‘위기의 세상에 깨어 있기’를 주제로 전국비구니회와 샤카디타 코리아의 주관 하에 서울 강남 코엑스와 봉은사 일대에서 제18차 샤카디타대회가 열린다.

이번 대회 역시 전통에 따라 크게 학술발표와 문화행사로 나뉘어 진행된다. 행사의 중심은 27편의 논문 발표와, 한국과 세계를 아우르는 참가자들의 다양한 워크숍, 그리고 문화행사와 백담사로의 사찰순례 등이다. 특히 사찰순례는 ‘한국의 자연, 천년고찰, 그리고 명상’이라는 주제로 명상과 휴(休·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전 세계는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공통의 재난을 함께 겪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치르면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이념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991년 12월26일 소련이 무너지면서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국가들이 새롭게 국제 사회에 등장하였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공산 진영  또한 막을 내렸다. 20세기 후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세력이 이념적으로 대립하던 냉전시대가 공식적으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3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신냉전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세계는 전쟁에 휘말릴 위기에 처해있다. 전쟁의 위기 속에 국제 경제의 위험한 연결고리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처럼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일군 대가로 기후 온난화와 환경오염이 등장하였고, 이제는 피해갈 수 없는 일상의 모습이 되어 우리를 압박해 오고 있다. 자본주의사회 시장경제를 중시한 대량생산의 결과물이다. 누구를 탓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한국은 그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언제나 강대국의 각축장이며, 북한은 늘 핵으로 남측을 위협하며 한판 승부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풍요로움에 젖어 물자를 낭비하고 소비를 즐기면서 닥쳐오는 위험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본다.

이러한 때 열리는 제18차 샤카디타 서울 대회는 여성불자들이 팬데믹, 기후위기, 전쟁 등 전 세계를 공포와 혼란으로 빠뜨린 위기 앞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선언이다. 위태롭고 두려운 현실이지만 이를 직시하는 여성불자들의 용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불교의 지혜를 얻으려는 노력이 이번 대회의 원동력이다. 전 세계 3000여명의 여성불자들이 6월의 여름 서울에 모여서 ‘위기의 세상 속에 깨어있기’를 주제로 세계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제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위기인 줄도 모르고 위기 속에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깨어있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요즈음이다. 위기가 닥쳐와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을 1차적으로 알아차리기를 바란다. 지금의 위기 상황은 총체적인 위기이다. 나만 피해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문제이다.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깨어 있는 지혜를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교의 지혜와 자비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각자가 깨어있는 것에서부터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 출‧재가와 연령의 차이를 넘어 전 세계 여성불자들이 평등한 연대의식을 갖고 사회참여를 확대해 시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해답을 찾자는 메시지를 공유하기를 바란다. 

이번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비구니승가, 나아가 여성불교계에도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깨달음을 추구하기 위해 비구니승가에 들어온 전 세계의 여성 불자들은 젠더의 높은 벽을 뛰어넘어 거룩한 승가의 일원이 되었다. 불완전한 인간 존재임을 일상에서 늘 자각하며 수행과 행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진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다른 이를 위하여 법을 설하는 일생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새삼 한국비구니승가에 묻고자 한다. 위와 같은 출가사문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여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출가사문으로서 이 분명한 길을 본래의 가치대로 잘 걸어가고 있는가? 

각국의 많은 비구니승가가 이번 18차 샤카디타대회 기간 한국에 모여 그간 승가 내에서 벌어진 불평등과 젠더 문제, 각 나라가 안고 있는 비구니승가의 어려운 현실, 수계 문제 등을 서로 펼쳐놓고 논의하게 된다.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탄탄한 비구니승단을 구축하고 있는 한국의 비구니승가는 전 세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구니승단에 무엇을 도울 수 있을 것인지 우선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 비구니승가는 승가의 본질적인 가치를 잘 지켜가고 있는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의 비구니승가와 견주어보면서 자신을 진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과연 부처님 가르침대로 잘 걸어가고 있는지, 남의 어려움을 극복해주기 위해 정진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제18차 샤카디타 서울대회를 통해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비구니승가를 바라보면서 가슴 쓸어내릴 일도 있을 것이고 모자람을 채울 지혜도 배울 것이다. 상대를 바라보면서 나를 바로 세우는 절호의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대회 기간 행사장소인 코엑스에서는 총 29건의 워크숍도 열린다. 각국의 불교문화를 한자리에서 살펴보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대회 참석자들은 매일 현장에서 열리는 워크숍 일정표를 확인하고 자유롭게 참여할 현장을 선택할 수 있다. 한국불교계에서는 사찰음식, 지화 만들기, 탁본, 발우공양 등 한국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회 기간 중에는 ‘세계의 명상’을 주제로 전 세계 불교계의 수행법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대회 첫날 오전 10시부터 코엑스 대회장에서는 티베트 불교 명상, 테라와다 위파사나 명상, 미국 선불교 명상을 차례대로 진행해 직접 비교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대회 둘째 날부터는 봉은사에서 4일간 매일 오전 6시30분 한국 선불교, 테라와다불교, 티베트불교, 베트남불교의 명상을 진행한다. 특히 매일 저녁 예불은 팔리어, 티베트어, 베트남어 등 동참 국가의 언어와 의식으로 진행, 각국의 불교 의식에 대한 이해도 넓혀 나갈 계획이다.

9건의 포스터발표도 열린다. 포스터발표는 환경과 불교계 성평등 문제들을 직시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의 여성불자들에게는 그간 한국불교를 지켜온 공로를 치하해 한마당 잔치를 열어드리는 기분이다. 동시에 다양한 나라의 여성불자들과 만나며 우리 스스로의 불교신행을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자 한국 여성불자에게 부족했던 수행풍토를 채울 수 있는 배움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가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를 자랑하고 기뻐하기보다는 겸손과 만족을 배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의 여성불자들은 모든 것이 비교적 잘 갖춰진 한국불교라는 좁은 세계에 갇혀 있거나 폐쇄된 공간에서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풍요로운 환경을 누리는 이면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출가수행자의 길을 꿋꿋이 걷고 있는 보다 많은 이들을 위한 우리의 책임이 막중함을 말해주고 있는 단면이다. 우리는 스스로 문을 열고 세계불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상생하는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여성불자는 이번 대회의 호스트로서 넉넉하고 세련된 자세로 세계여성불자를 맞이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18차 샤카디타 서울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현재 전 세계 샤카디타 회원국 45개국 가운데 30개 국가가 참여의사를 밝혔다. 등록을 마친 참석 인원은 외국인 459명을 포함 총 2262명(5월16일 현재)이다. 그야말로 한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세계대회라 할 수 있다. 

위기의 시대, 여성불자들의 역할과 극복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에 모이는 여성불자들이 먼저 서로의 각기 다른 현실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한 비구니스님들과 재가여성들이 어떻게 함께 단결하고 어떤 활동을 함께 펼쳐 나갈 수 있는가를 서로에게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깊은 성찰과 논의가 필요한 자리이다. 이는 앞으로 여성불자들의 활동과 전 세계 불교계의 주요 관심사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앞으로 샤카디타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 한국 대회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참여하는 모든 여성불자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본각 스님 전국비구니회장·샤카디타 대회장

[1683호 / 2023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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