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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티베트 등 세계 곳곳서 비구니승가 속속 재건

  • 교계
  • 입력 2023.06.29 13:03
  • 수정 2023.06.30 12:39
  • 호수 1687
  • 댓글 0

티베트불교계 부탄에선 왕실 주도로 144명 비구니 첫 탄생
캄보디아 여성수행자들도 스리랑카에서 비구니계 정식 수계
네팔도 ‘재가비구니’ 전통 계맥 전승…“불교사 획기적 사건”
샤카디타 대회서 비구니계맥 복원·전수 다양한 노력 조명

전 세계의 비구니 승가공동체가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비구니계맥의 전통이 없었던 티베트불교계와 비구니계맥이 단절됐던 남방 상좌부불교계 비구니 계맥 전래와 복원 움직임이 매우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부대중이라는 불교 본연의 평등공동체가 복원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사실은 전국비구니회와 샤카디타 코리아가 6월23~2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제1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에서 발표된 25편의 논문과 51개 주제의 워크숍에서 드러났다. 특히 열악한 수행·생활 여건 속에서도 비구니계맥 전래와 복원을 위해 꾸준히 펼쳐온 노력들이 다양하게 소개됐다. 그 결과 세계 곳곳에서 비구니승가가 모습을 드러내는 추세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2022년 6월 21일 비구니계 수계식이 봉행됐다. 144명의 사미니가 비구니계를 수계했다.  [슝드라창 페이스북 캡처]
2022년 6월 21일 비구니계 수계식이 봉행됐다. 144명의 사미니가 비구니계를 수계했다.  [슝드라창 페이스북 캡처]

티베트불교계인 부탄에 비구니 승가가 새롭게 성립된 것을 비롯해 재가비구니라는 독특한 전통을 계승해 비구니승가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네팔, 비구니계맥 복원과 승가 구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캄보디아 재가불자들의 활동 등은 전 세계의 비구니승가 구성 움직임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티베트불교계 최초로 비구니수계가 이뤄진 부탄의 사례는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번 대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부탄의 비구니 페마 디끼 스님이 발표한 논문 ‘비구니계 부활을 위한 부탄의 노력’에 따르면 2014년 샤카디타 회원들 방문을 계기로 144명의 사미니계 수계식이 최초로 열린 데 이어 2022년 6월 21일 사미니에 대한 비구니계 수계식이 왕실 주도로 봉행됐다. 비구니계를 수계한 144명 가운데 20명은 인도 히마찰주, 라다크, 따씨종 출신의 여성 수행자였다. 비구니계맥이 인도로 전래 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부탄불교 최고 지도자인 제켄포로 부터 비구니계를 수계하는 비구니스님들. [슝드라창 페이스북 캡처]
부탄불교 최고 지도자인 제켄포로 부터 비구니계를 수계하는 비구니스님들. [슝드라창 페이스북 캡처]

페마 디끼 스님은 “이는 부탄 비구니 뿐 아니라 불교사 전체에 있어 결정적 순간”이라며 “비구니로 인정받은 이들이 비구들만 배울 수 있었던 전통 교육을 받을 수있게 됐다는 사실은 대단히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 수계식은 부탄 최대 종단인 드룩빠까규파의 수장인 제켄포의 승인 아래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켄포는 당시 “비구 승가를 통해 비구니 수계식을 거행하기로 했으며 율장이 뒤받침하고 의도된 목적에 따라 의식이 수행되는 한 더 이상의 승인은 필요하지 않다”고 천명하며 “지금은 논쟁할 때가 아니라 목적과 이익의 적절한 우선 순위를 알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시기이므로 두려움이나 불쾌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선언해 티베트불교 내에 비구니승가 성립을 둘러싼 논쟁의 여지를 근절했다. 

비구니계 수계식은 네팔에서도 열렸다. 네팔 출신의 불교학자 울슐라 마난다르씨는 “2021년 여성 몇 사람이 룸비니에 위치한 밀교사원에서 비구니에 의해 수계식을 거행했고 다음 해에도 여성들의 수계식이 열렸다”며 “전통사원에서는 (여성들이 비구니계를 받는)이러한 혁신적인 변화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두 차례의 수계식은 성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수계의식을 되살리는데 획기적인 발전을 보인 사례”라며 네팔 불교계의 중요한 변화를 소개했다.

네팔의 비구니계 수계는 출가가 아닌 재가 상태에서의 수계로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형태다. 이에 대해 마난다르씨는 “재가비구와 재가비구니의 전통은 네와르불교라고 불리는 네팔불교의 독특한 전통”이라며 “비구니수계 전통이 사라지면 불교적 공동체 사회의 한 축이 결여되는 것이므로 밀교사원에서 여성 수계식이 재개된다는 것은 불교 공동체가 다시 완전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구니승가 복원을 위한 각국의 노력은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구니승가 복원을 위한 각국의 노력은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구니 승가 복원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캄보디아 재가여성불자들의 노력도 눈길을 끌었다. 캄보디아계 미국인 불자인 말라이 오츠씨는 ‘캄보디아 불교 사부대중을 완성할 비구니 교단 회복을 위한 도전’에서 여성이 비구니가 되는 것을 막고 있는 캄보디아 불교계의 구조적 장벽을 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소개했다. 오츠씨는 “(비구니승가가 복원되지 않는 한)현대의 사부대중은 불완전하고 포괄적이지 않다”는 말로 비구니승가 복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10여년 전부터 캘리포니아에 소재하고 있는 담마다라니 사찰과 협력해 비구니승가 복원 활동을 지속해온 오츠씨는 2018년 12월 스리랑카에게 계를 받은 캄보디아 최초의 비구니에 대해 알게 됐다. 이후 오츠씨는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서 열린 수계식에 캄보디아의 여성불자들과 사미니들이 참석해 비구니계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후원했다. 또한 보다 조직적인 활동을 위해 ‘캄보디아 비구니 승가 추진위원회’를 구성, 지금까지 캄보디아 국적의 사미니 6명과 비구니 3명을 탄생시켰다. 추진위원회에는 현재 캄보디아 내에 비구니승가의 존재와 비구니사찰 건립을 공식적으로 승인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국적의 사미니와 비구니를 후원하고 있어 상좌부불교계 비구니승가 복원의 구심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구니계맥의 복원과 전래를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은 51개의 워크숍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다. 
6월26일 ‘불확실성의 시대에 산다는 것’을 주제로 포스터 전시를 한 스리랑카 출신의 비구니 사다수마나 스님은 “1996년 10월 인도의 사르나트에서 열린 대승불교계 비구니계맥 전계 법회에서 스리랑카 사미니들이 비구니계맥을 전수한 이래 25년 만에 현재 스리랑크의 비구니승가는 4000명으로 성장했다”고 밝혀 비구니승가의 눈부신 발전 소식을 전했다. 당시 스리랑카를 비롯해 인도, 태국, 미얀마, 티베트 등 여러 나라의 여성수행자들이 비구니계맥을 전수됐지만 귀국 후 비구니계를 인정 받은 나라는 스리랑카가 사실상 유일했다. 비구니계를 인정한다는 것은 경전교육과 탁발, 비구니계 전계 등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비구니스님들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비구승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수행과 경전 공부에 매진하며 비구니승가의 규모를 성장시켰다. 사다 수마나 스님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내가 지원하고 있는 7명의 비구니들은 먹을 것도 충분하지 않은 처지에 직면하기도 했었다”며 “그럼에도 호주와 독일의 학생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후원금을 보내주었고 샤카디타 호주지회에서도 후원해 주었다”고 감사함을 표시했다. 

인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티베트불교계의 툽텐 삼텐 스님은 ‘비구니스님을 위한 사찰 연수에 대하여’라는 주제의 워크숍에서 어렵게 계를 받은 후에도 교육 과정이나 시설 등이 제공되지 못해 난관을 겪고 있는 비구니스님들에 대한 교육 문제를 조명했다. 툽템 삼텐 스님은 “비구니수계가 뿌리를 내리느냐 마느냐는 이 승가의 스님들에게 계율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받을 기회가 제공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며 “인도 쉬라바스티에 자리한 에비사찰에서는 비구니스님들을 위한 계율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고 전문직업의 경험이 있는 서양 여성들에게는 출가 후 적절한 교육 과정 제공이 수행자의 길을 지속하는 가장 중요한 성패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태국여성승가재단의 주티파 타파수티 스님.
태국여성승가재단의 주티파 타파수티 스님.

이 밖에도 태국여성승가재단의 주티파 타파수티 스님은 여전히 사미니 신분으로 ‘메치’라고 불리는 태국의 여성수행자들을 돕기 위한 ‘태국여성승가재단’의 활동을 소개했다. 3만여명에 달하는 태국의 메치들은 태국여성승가재단의 후원에 힘입어 복지·교육·수행 프로그램, 사회적 지원, 건강관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국민들 가까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메치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있어 머지않아 비구니승가 구성이 제도권 내에서도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국가의 불교 현실에 대한 여성불자들의 꾸준한 노력과 교류는 비구니계맥 복원이라는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사부대중이라는 불교 공동체의 원형을 복원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뜻깊은 결실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샤카디타 대회장인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은 “샤카디타 세계대회의 가장 큰 의미는 다양한 국가의 여성불자들이 모이고 서로 교류하면서 서로의 현실과 어려움을 알아가는 것”이라며 “부탄이나 스리랑카의 사례처럼 서로의 나라를 방문해 여성불자들의 노력과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 각국의 불교계에 변화를 불러오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87호 / 2023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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