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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귀환한 국보급 ‘법화경’ 사경본, 실물 첫 공개

  • 성보
  • 입력 2023.06.15 15:47
  • 수정 2023.06.16 08:33
  • 호수 1685
  • 댓글 1

문화재청·국외소재문화재재단, 6월15일 고궁박물관서
국보 지정된 호림박물관·중앙박물관 소장본과 유사
“달필 사경승이 보름~한달걸쳐 완성한 것으로 예상”

사진 제공=문화재청
사진 제공=문화재청

사람들이 성내며 쫓아와 돌을 던져도 ‘그대들 모두 성불하리라’고 말하는 상불경보살품(常不輕菩薩品·제20품)부터 불길 속에서 자신의 몸을 바쳐 공양하는 약왕보살본사품(藥王菩薩本事品·제23품)까지…. 700년 전 당대 최고 사경승이 쪽물 들인 감지(쪽빛 종이) 위에 금가루·은가루로 아로새긴 고려 시대 사경(寫經) 한 점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6월15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인 개인 컬렉터가 소장했던 14세기말 ‘묘법연화경 권제6′을 올해 3월 국내로 들여왔다”며 실물을 처음 공개했다.

사경은 금가루나 은가루를 개어 한 글자 쓰고 한 번 절하는 ‘일자일배(一字一拜)’의 정성으로 부처님 말씀을 옮겨 쓴 것. 이 사경은 병풍처럼 접는 얼개의 절첩본(折帖本)이다. 접었을 때는 세로 27.6㎝, 가로 9.5㎝이며 첩을 펼쳤을 때는 가로 길이가 10m를 넘는다. 세필(細筆)로 완성한 고려 사경은 원나라에서 우리 장인들을 요청할 정도로 국제적 명성을 자랑했다.

배영일 마곡사 성보박물관장은 “발원문이 없어 정확한 제작 연도를 알 수 없지만, 1377년 제작된 국보 ‘묘법연화경 권제6′(호림박물관 소장), 1385년 제작된 ‘묘법연화경 권제4′(국립중앙박물관 소장)와 화면 구성, 구름·넝쿨 무늬 등 도상이 흡사해 14세기 후반 작품으로 추정된다”며 “금·은빛 그림과 글씨가 정교하게 빛나는 수작이라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했다. 

사진 제공=문화재청
사진 제공=문화재청

표지엔 4개의 연꽃이 금가루로 그려졌다. 연꽃들 주위에 은물을 써서 여백 없이 넝쿨무늬로 빼곡이 채웠고, 위로는 사각의 칸을 두어 경전의 제목을 적은 것이 특징이다. 경전 내용을 압축해 그린 변상도(變相圖)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인다. 화면 오른쪽에 설법하는 석가모니 부처를 중심으로 경전의 가장 극적인 장면을 4개 화면으로 그렸다. 총 108면에 걸쳐 이어지는 경문(經文)은 한 면당 6행씩, 각 행 17자가 정성스럽게 적혀 있다.

김종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환수 사경본을 쓴 저자가 당대 최고 사경승일 것으로 보았다. 그는 “구양순·안진경·조맹부 서풍(書風)을 모두 숙달한 달필의 전문 사경승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획이나 부수가 다른 이체자(異體字)도 다수 보인다고 전했다. 김 감정위원은 “사경 가운데 復(복), 指(지), 邊(변), 歌(가), 籌(주), 圍(위), 敎(교), 切(절), 修(수), 解(해), 歲(세), 愛(애), 象(상), 粮(량)이 대표적인 이체자”라며 “14세기 사경원 서체와는 다른 새로운 경향이라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사경승이 ‘묘법연화경 권제6′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보름에서 한 달 정도로 예상했다. 김 감정위원은 “사경 중간중간 하얗고 두껍게 쓰인 글자들은 기후 영향을 받아 필속이 달라진 것”이라며 “사경을 할 때 물고기로 만든 아교(점착성 물질)에 금·은가루를 녹여 붓으로 쓴다. 하지만 날씨가 건조하면 이 아교가 쉽게 굳는다. 사경하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라고 했다. 또 “현존하는 고려 사경 150여 점 중 일본·미국 등 국외에 60여 점이 있다. 흩어진 사경이 국내로 돌아왔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최수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유통조사부 주임은 “일본인 소장자가 2012년 일본 내 고미술상 경매에서 작품을 구입한 뒤 보관해왔고, 지난해 6월 재단에 유물을 매도의사를 전해왔다”며 “2022년 10·11월 추가 조사와 협상을 진행한 뒤 복권기금을 들여 구입했다”고 했다. 환수 사경본은 국립고궁박물관이 맡아 전시·관리할 계획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7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보존 상태가 좋아서 앞으로 다양한 연구와 전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85호 / 2023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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