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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비구니의 삶과 사상’ 주제 학술대회

  • 교학
  • 입력 2023.06.18 15:40
  • 수정 2023.06.18 20:08
  • 호수 1686
  • 댓글 0

한마음선원 대행선연구원, 6월17일 동국대 혜화관서
항일 운동가 봉려관부터 선경·일엽·은영·인홍·대행 등
“유구한 전통 비구니 승단, 묻혀선 안 될 불교사 반쪽”

한국 근현대 불교사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이 인물 가운데 몇몇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곤 비구니 법명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동시대를 살았던 비구 스님들의 연구가 어느정도 진척된 것과 달리 비구니 스님들 역사는 여전히 생소하기만 하다.

한마음선원 대행선연구원(원장 혜선 스님)이 6월17일 오전 9시30분 동국대 혜화관 2층 고순청세미나실에서 개최한 ‘근·현대 비구니의 삶과 사상’ 주제 학술대회는 근현대 격동기에 출가수행자의 위의를 지키며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실천한 비구니 6명의 삶과 사상이 근현대 불교를 지탱한 하나의 축이었음 증명해 냈다.

먼저 봉려관(1865~1938) 스님은 일제강점기 3·1운동보다 먼저 일어난 최초의 항일운동과 관련된 핵심 인물이다. 애초 항일운동가 은신처로 1911년 법정사를 창건해 봉기에 나선 이들을 지원했다. 여성 항일 독립운동가 100인으로도 선정돼 있다.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혜달 스님은 “봉려관 스님은 31년간 부단히 움직여 근대 제주불교를 일으켰다”며 “수행중심사찰 관음사 창건을 시작으로 유치원·중학교 설립 등 교육 문제해결과 기근 구제 등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담연당 선경(1905~1996) 스님은 이른바 ‘한 소식’ 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간화선 수행에 한 획을 그었다. 전 동국대 강사 여현 스님은 청안 스님이 선경 스님과 ‘밑 없는 철배’에 관해 얘기 나누다 충격을 받고 안거를 마치기도 전 정혜사로 돌아갔다고 했다. 청안 스님은 이후 견성암에서 만난 비구니 본공, 대영 스님에게 “선경이 한 소식했다”고 했다. 이에 두 비구니 스님이 발심하고 윤필암으로 찾아온 일화를 소개했다. 이외에도 1642년 오대산 상원사 한암 스님으로부터 당호 법연과 전법게를 받은 과정을 전했다. 일부 혼선이 있던 선경 스님의 출생 연도는 1905년으로 정리했다.

이화여자전문학교 졸업장의 오기로 인해 도첩·수행이력서 등에서도 혼동되고 있는 김일엽(1896~1971) 스님의 출생일도 이날 학술대회에서 바로잡혔다. 김일엽문화재단 부이사장 경완 스님은 일엽 스님이 1896년 음력 4월28일생이라고 했다. 또 만년 저작 ‘행복과 불행의 갈피에서’ 강조한 생명·공이 일엽 스님의 선사상을 드러낸 핵심 키워드라고 분석했다.

은영(1910~1981) 스님은 세계 유일의 비구니 독립종단인 ‘대한불교 보문종’을 창립한 인물이다. 전영숙 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일제강점기 친일 권승이었던 강대련으로부터 보문사를 지켜냈고, 1968년 보문사 보광전에서 전국비구니회 전신인 우담바라회를 창립해 초대회장을 맡았다고 강조했다.

‘가지산 호랑이’로 불렸던 원허인홍(1908~1997) 스님은 1985년 우담바라회를 전국비구니회로 확장, 결성한 인물이다. 동국대 강사 일중 스님은 인홍 스님이 투철한 비구니 수행자상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이사(理事)를 겸비한 출중한 지도자상(교육자상), 정화운동과 개혁운동 적극 참여, 비구니회 태동 및 발전에 공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봉암사 결사정신을 계승해 석남사 수행도량을 건립하고 철저한 수행가풍을 만들어 330명 이상의 후학을 배출했다. 이 과정에서 비구니의 출가정신과 수행정신을 확립했다. 인홍 스님의 선사상은 선밀쌍수(禪密雙修), 복혜쌍수(福慧雙修), 계율위의(戒律威儀) 중시로 요약했다.

윤종갑 동아대 초빙교수는 ‘대행선(大行禪)의 마음공부와 주인공 명상 - 주인공 관법과 인지과학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논문에서 “대승불교의 사마타 수행과 위빠사나 수행을 중도적으로 통합하는 동시에 가장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가르침을 펼쳐 불교 재통합과 재창조를 이룩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광식 전 동국대 특임교수,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장 주경스님, 하춘생 동국대 경영전문대 사찰경영과정 책임교수, 전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정운스님, 이상호 서강대 박사는 “비구니 스님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합장한 예우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개회식에는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동국대 종학연구소장 정도 스님, 백도수 한국불교학회장을 비롯해 한마음선원 스님과 신도 등 500여명이 함께했다.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 스님은 환영사를 통해 “고통의 세월을 겪으면서 오로지 중생들의 아픔을 같이하고 교화하기 위해 힘쓰시고 자비로 이끄셨던 선사들의 행보와 행화(行化)가 가슴 벅차고 감동적인,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담아낼 수 없는 세월이 대중들의 마음에도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은 축사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삶을 연구하고, 넓게 조망하여 후속 세대의 연구 토대를 만들어주는 작업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토대를 기반으로 비구니 승가 연구는 더욱 견고하고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대행선연구원이 앞장서 주니 고맙고 든든하다”고 격려했다.

대행선연구원장 혜선 스님은 종합토론을 끝으로 학술대회를 마치면서 “기록하지 않으면 역사에 남지 않으며, 기록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내는 것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면서 “내년에도 이런 자리가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한편 학술대회에서는 제5회 묘공학술상 시상식과 묘공학술장학 증서 수여식도 진행됐다. 김경집 한국전통문화대 외래교수(묘공 대행선사의 한마음선원 설립과 그 시대적 의의)와 조승미 경북대 동서사상연구소 전문연구위원(중국 명말청초 비구니선사 황금기의 조명)이 각각 묘공학술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묘공학술장학증서는 나의진(동국대 WISE캠퍼스), 안홍민(하버드대), 이혜빈(오슬로대), 석보원(동국대 WISE캠퍼스) 씨가 받았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85호 / 2023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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