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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종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철회해야”

  • 사회
  • 입력 2023.07.03 15:01
  • 수정 2023.07.03 16:57
  • 호수 1688
  • 댓글 5

7월3일, 일본대사관 앞서 투기 철회 촉구 공동성명 발표
IAEA 최종 보고서 발표 앞두고 한국·일본정부 향해 규탄
“값싸게 오염수 처리하려는 ‘해양 투기’ 행태 이젠 멈춰라”
“미래 세대까지 평온·안전한 삶 살 수 있도록 노력 부탁”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평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 공개를 하루 앞둔 날, 불교·가톨릭·개신교·원불교 등 4대 종교 단체가 오염수 해양 투기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해양 테러’와 다름없는 오염수 무단 방출 계획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와 천주교 창조보전연대(상임대표 양기석 신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문화위원회(위원장 인영남 목사), 원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오광선 교무) 등 4대 종교 단체들은 7월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일본 정부를 향해 “비용 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해양 투기를 밀어붙인다면 반생명적인 국가로 낙인 될 것이며 전 세계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오염수 문제는 괴담, 선동과 주장의 영역이 아니라 생명의 영역임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원자력기구에 의해 면죄부성 발표가 나더라도 오염수 투기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제원자력기구는 한국인의 오염수 관련 생명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해 온 피켓 ‘핵은 죽음’을 들고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철회하라”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중단을 즉각 촉구하라”는 구호를 수차례 외쳤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일본 정부가 가장 값싸게 (오염수를) 처리하기 위한 결정이기에 ‘해양 투기’로 보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실제 일본 정부는 2016년 한 차례 오염수 처리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대기 방류와 매설엔 각각 349억엔(약 3300억원)과 2431억엔(약 2조3천억원) 들지만 바다에 방류하면 34억엔(약 321억원) 정도로 비용이 절감된다는 결과가 도출됐었다.

이에 4대 종교 단체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일본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한다”며 “국민에게 납득할만한 설명과 정보를 내놓지 않고, 일본 오염수 방류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절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7월4일 도쿄에서 기시다 총리를 만나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조사한 최종 보고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여기에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비 검사가 완료되면 일주일 후 ‘합격증’이 교부된다. 이 두 가지 절차가 끝나면 기시다 총리가 언제라도 오염수 방류 시기를 정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약 132만톤)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올해 여름부터 30년 이상에 걸쳐 바다에 버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957년 설립된 IAEA는 오염수 안전성 검증을 독점하고 있어, 객관적 검증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왔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관리·감독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중간 보고서도 낸 바 있다. 때문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은 IAEA 보고서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스님은 “일본이 오염수 방류 계획 검토를 맡긴 IAEA는 이미 2015년 일본에게 오염수를 방류하라고 추천·권고했던 친(親) 원전기구”라며 “원자력 산업의 부흥과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의 객관적·과학적 검증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우리 정부와 여당의 행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했다.

조성천 원불교환경연대 고문은 “핵 폐수를 인류가 공유하는 바다에 버린다고 하니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자연 재해는 인류가 뛰어넘지 못할 만큼 혹독하게 다가올 것이다. (오염수 해양 투기를 강행한다면) 일본은 더이상 세계 선진문명국가가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온갖 명분을 들이대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무책임한 불량국가의 이미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이진형 목사도 “전날 300여명의 기독교인들이 일본 대사관 앞에 모여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전국 150개 교회에서도 투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며 “기독교 사회선교 단체들은 오염수가 절대로 바다에 투기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양기석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는 “무릇 사람은 해야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지혜를 잃게 하는 것이 바로 탐욕”이라며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는 소수의 이익만 생각하는 탐욕에 물들어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미래세대는 물론, 하늘에게까지 죄를 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대 종교 대표자들은 “우리 정부와 여당은 오염수 투기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괴담’ ‘선동’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정부가 오염수 투기를 묵인하면서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 이는 국민 간의 혼란과 불안, 분열만 일으킬 뿐이다. 침묵과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는 정치계는 정파적 이익을 내려놓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답을 내어달라. 미래세대가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거듭 촉구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88호 / 2023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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