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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 한 구절, 누군가 인생 바꿀 수도 있잖아요”

  • 법보시
  • 입력 2023.08.21 15:57
  • 수정 2023.09.13 20:34
  • 호수 1693
  • 댓글 1

남진숙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

중학생 시절 이형기 시인 ‘낙화’ 읽고 94년 동국대 대학원 진학
이 시인 마지막 제자…장편소설 ‘석가모니’로 불교 사상 고찰도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낙화(落花)’를 읽던 소녀의 두 눈이 반짝였다. ‘어쩜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감탄했다. 시인의 삶이 문득 궁금해 졌다. 시인은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이 무렵 동국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중학생이었던 소녀는 가르침을 직접 듣고 싶었다. ‘아, 동국대를 가야겠다.’

남진숙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는 이형기(1933~2005) 시인의 마지막 제자이다. 하지만 남 교수가 동국대 국문학과 석사로 입학했을 1994년, 이 시인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남 교수는 시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선후배 동기들과 스승의 집을 찾았다. 

“제자들이 오면 참 좋아하셨어요. 선생님 옆에 사모님이 항상 계셨던 것이 기억나요. 편찮으시기 전에는 차가운 인상이었다고들 하던데, 제 기억 속엔 한없이 따뜻한 모습으로 남아 있어요.” 

하루는 남 교수가 이 시인에게 “지도교수가 되어달라”고 청했다. 비록 병석에 있었지만 ‘낙화’를 사랑한 소녀의 마음을 헤아린 이 시인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 덕에 남 교수의 석사논문 ‘한국 환경생태시 연구’(1998) 첫 장에는 ‘이형기’라는 세 글자가 또렷이 새겨져 있다. 이 시인의 이름이 적힌 마지막 논문이다.

이형기 시인은 1950년 시 ‘비오는 날’을 잡지 ‘문예’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때 나이가 17세. 최연소 등단기록이었다. 시 창작뿐만 아니라 소설, 평론, 시론, 수필 등에 이르기까지 열정적인 창작활동을 펼쳤다. 

남 교수는 그런 스승의 작품 세계를 좇고 있다. 이 시인이 등단 30여년이 지나 처음 펴낸 장편소설 ‘석가모니’(1993)를 고찰해, 올해 7월 열린 교불련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남 교수는 석가모니 일대기에 담긴 이 시인만의 부처님 형상화 특징과 의미를 헤아렸다.

“선생님 인생과 불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요. 하지만 정작 ‘이형기의 불교사상’은 조명받지 못했죠. 스승의 작품에 남겨진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마주하고 싶어요.”

남 교수가 올해 9월부터 상월결사 수미산원정대 활동을 시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좀 더 깊이 불교를 이해하고 싶어서다. 한국교수불자연합회 기획위원장 활동으로 빠듯하지만 “공부할 생각에 설렘이 앞선다”고 했다.

그런 남 교수는 ‘법보신문’도 불교 공부에 열정을 타오르게 하는 신선한 자극제라고 평가했다. 

“신문에서 가장 눈여겨 보는 부분은 연재입니다. 필진 분들이 각 분야에서 느낀 부처님 말씀을 일상 언어로 풀어줘 어느 한 면만 보더라도 불교의 깊은 부분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국문학과 불교 공부를 함께하고 있는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남 교수는 최근 법보신문을 교도소, 군법당, 병원법당, 관공서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도 동참했다. 

“우연히 마주한 ‘낙화’ 시 한편이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놨어요. 부처님 법음(法音)이 가득한 이 신문이 세상 곳곳에 퍼졌으면 해요. 적어도 한 사람 인생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익숙함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획으로 불교계 변화를 이끄는 법보신문을 보고 누군가 눈이 ‘반짝’ 떠졌으면 좋겠습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93호 / 2023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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