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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스님 취임 1주년 특집] “내 자신이 주인공...순간의 감정에 끄달리지 말고 ‘쿨’해지세요”

  • 교계
  • 입력 2023.09.24 19:03
  • 수정 2023.10.06 17:05
  • 호수 1698
  • 댓글 0

총무원장 진우 스님, 청년들과 만남 ‘마인드FULL 피크닉’ 토크콘서트
취임 1주년 맞아 9월23일 서울 길상사서 개최…“진실한 소통 이어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청년 대학생들과 색다른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청년들의 질문은 간절했고 스님의 답변은 명료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청년 대학생들과 색다른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청년들의 질문은 간절했고 스님의 답변은 명료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청년 대학생들과 색다른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9월23일 서울 길상사에서 열린 ‘청춘콘서트’를 통해서다. 일주문 앞 다라니다원에서 진행된 ‘마인드 풀(FULL) 피크닉’에는 전국 대학 불교학생회 회장단과 대학생, 사찰청년회, 불교크리에이터, 사회 초년생 등 구성된 2030 청년 30여명이 모여 진우 스님에게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고민들에 대한 답을 구했다. 청년들의 질문은 간절했고 스님의 답변은 명료했다.

이날 오후 2시. 콘서트에 앞서 홍대선원 주지 준한 스님과 길상사 걷기 명상을 마친 청년들은 기대감으로 가득 찬 눈빛을 보였다. “띵…띵…”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진우 스님이 등장하자 청년들은 일제히 합장 인사하며 박수를 보냈다. 새하얀 미소로 화답한 스님은 청년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콘서트에 온 것을 환영했다. 진행은 청춘상담소 장재열 좀놀아본언니들 대표가 맡았다.

“저는 너무 슬픕니다.” “저는 요즘 불안해요.” “저는 하루하루가 무기력해요.” 

청년들은 최근 느끼고 있는 감정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직장 상사와의 다툼으로 앞날에 대한 두려움에 빠진 청년부터 커져만 가는 경제적 어려움에 무기력함, 길어지는 취업 준비에 지쳐가는 등 다양한 고민이 쏟아졌다.

진우 스님은 “여러분이 지금 느끼는 감정은 당연한 것”이라며 위로했다. 스님은 “심리적으로나 감정적, 현상적으로나 삶에 있어 어떠한 괴로움도 없는 상태를 부처라고 한다”며 “그런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감정의 공식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즐겁고 기쁘고 편안한 감정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에 수반한 슬픔과 불편, 불행은 전혀 겪고 싶지 않아 한다. 그러나 행복한 감정과 불행한 감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하나만 선택할 수 없다. 사람들은 그 무엇으로 인해 행복해하지만 나중에는 그 무엇으로 인해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었다. 

청년들은 “그렇다면 미래의 행복을 위해 강력한 동기부여에 빠져 있는 20~30대는 커다란 불행이 무조건 예정된 것인지” 의문을 표했다. 인스타나 유튜브 등 SNS에 동기부여 영상이 많이 올라오고 청년들은 과거보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 큰데, 과연 그것을 포기하거나 지금의 고통을 참는 것만이 답이냐는 질문이다. 그러자 스님은 도둑질과 같은 범죄를 예로 들며 “행복과 불행의 크기는 똑같다. 다만 나타나는 시기가 다를 뿐”이라고 일러주었다.

“도둑질을 왜 할까요? 일단 내가 얻을 수 없던 걸 얻음으로써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건 범죄죠. 사회규범을 어긴다는 것에 일시적으로 쾌락을 느낄 수 있으나 결국 법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순간의 쾌락과 즐거움만큼의 괴롭고 고통스러운 업은 언젠가 반드시 옵니다. 이 세상 모든 움직임은 먼지 하나라도 우연인 것은 절대 없습니다. 모두가 그물처럼 연결돼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어 “성공에 얽매이지 말라”고 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성공한 사람은 매우 많다”고 운을 뗀 스님은 “히틀러도 어느 측면에서 보면 성공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행복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림 한 점 값이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화가 피카소도 생전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나. 유명하고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게 아니다. 즐겁고 행복한 대가는 반드시 괴롭고 불행한 대가로 치러진다는 게 공식이다. 욕망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대다수 종교에서 욕심을 버릴 것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스님의 직설적이며 명료한 법문은 청년들에게 크게 가 닿았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익명으로 대화하고 질문을 나눈 청년들은 “나는 이번 생에 중생의 맛을 너무 크게 느낀다” “지금 내가 조급해하고 있음을 알았다”는 등 문자를 쏟아냈다. 이에 콘서트는 청년들이 오픈채팅방에 올린 질문을 스님이 답하는 형식으로 이어졌다.

‘명상할 때 눈을 감아야 하나요’ ‘마음을 지켜보는 힘은 어떻게 기르나요’ ‘다리를 뻗어도 되나요’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중 스님의 MBTI를 묻는 질문에는 청년들에게 역으로 맞춰보라 했고, 한 참가자가 ‘ISFJ(내성·감정적-계획형)’를 외치며 정답을 맞혔다. 그는 “스님께선 수없이 사람을 만나고 따뜻한 공감의 말을 베푸시기에 그만큼 생각이 깊으실 것이다. 또 끊임없이 부처님 법을 전하려면 계획적이어야 하기에 ISFJ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스님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감사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MBTI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시도이지만, 남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하나의 표현으로 변질되고 있다”라며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기 자신만의 삶을 살라”라고 강조했다. 또 “요즘 청년들은 자기의 행복을 SNS에 자랑하면서 즐거움과 만족을 느낀다”라며 “그러나 이는 남과 비교하게 되면서 자신의 욕심을 더욱 증가시켜 결국 불행해지게 한다. SNS를 해도 된다. 그러나 단지 즐겨라. 얽매이지는 말라”라고 조언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의 자세로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은 ‘언제 어디서나 주인으로 살아가라’라는 임제선사의 가르침입니다. 여기에는 어디에 있든 불행과 괴로움과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뜻도 내포돼 있어요. 한마디로 ‘쿨’해지란 말입니다. 자기 자신이 주인공임을 명확하게 알고, 현재를 살며 순간의 감정에 끄달리지 말길 바랍니다.”

오픈채팅방에는 이날 청춘콘서트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이 올라왔다. “명상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또래의 궁금증과 심리상태를 들어볼 수 있어 유익했다” “불교와 명상에 대해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재밌었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등 스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취임 첫 행보는 청년 불자들과 만남이었다. 취임 200일에는 전남·광주 청소년들과 소통을, 300일에는 부산 청년 대학생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을 열었다. 포교를 외치기에 앞서 진실한 소통이 우선이라는 신념에서다.

청년들은 콘서트에 앞서 홍대선원 주지 준한 스님의 지도로 길상사 걷기명상을 체험했다.
청년들은 콘서트에 앞서 홍대선원 주지 준한 스님의 지도로 길상사 걷기명상을 체험했다.
진우 스님 법문 전 입정에 든 청년들.
진우 스님 법문 전 입정에 든 청년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698호 / 2023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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