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는 웃음꽃이 피는 날이 적지 않다. 중앙종무기관 소임자 임명식이나 각종 기금 전달식, 외부 인사들의 예방 때마다 총무원장 스님이 구사하는 특유의 화법 때문이기도 하다. 느닷없이 ‘아재 개그’를 던지거나, 때론 짓궂은 농담도 거침이 없다. 그럴 때면 접견실을 찾은 손님들도, 배석한 스님들도 파안대소를 감추지 못한다. 긴장감이 흐르던 접견실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동네 사랑방’ 같은 훈훈한 분위기로 전환된다.
때론 따뜻한 말 한마디로 공감을 이끌어낼 때도 있다. 올해로 세수 85세인 노비구니 스님이 보시금을 모아 승려복지기금으로 전달할 때는 “고목이 푸른 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듯, 스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한국불교가 건재한 것”이라며 “스님의 뜻을 잘 받들어 승려복지에 잘 사용하겠다. 건강하게 더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심을 담은 총무원장 스님의 따뜻한 말에 노비구니 스님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진우 스님의 격식을 깨는 행보는 올해 6월 조계종 신행수기 시상식과 화쟁위원 위촉식에서 빛을 발했다. 스님은 이날 기념촬영의 관례를 깨고, 재가자들에게 앞자리를 양보했다. 처음 겪는 일에 재가자들은 당황했지만, 금세 스님의 뜻에 공감하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거듭된 진우 스님의 탈권위 행보는 한국불교의 변화를 이끄는 신선한 바람이 되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98호 / 2023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