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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쓰레기 들여오는 어리석은 짓까지 하나?

기자명 이병두
노아의 방주. 사진 출처=한국노아의방주유치위원회
노아의 방주. 사진 출처=한국노아의방주유치위원회

중앙정부에서 결정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던 시절에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공무원들의 힘은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막강했다. 그러다 1995년에 지방자치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장관급 예우를 받던 서울시장은 물론이고, 차관급 예우를 받던 다른 광역자치단체장들도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군수와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의 위상도 높아져, 국회의원·장관 등 중앙정치 무대 진출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는, 국민들의 정치의식을 높여서 행정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등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 그런데 이런 흐름과 반대로 자치단체장의 잘못된 판단과 정책 집행으로 지역 주민에게 큰 피해를 주고 갈등을 일으키는 일이 늘어나고 있어, “과연 현재와 같은 지방자치제 실시가 옳은가?” 하며 고개를 가로젓는 국민들이 많아진다.

충청북도 괴산군은 2005년 무게가 43.5톤에 이르는 초대형 가마솥을 설치했다. 도와 군 예산에 군민 성금을 더하여 제작하는 데에만 5억3천여만 원이 들어갔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릇’이라며 추진했던 기네스북 등재도 포기하고, 축제가 열릴 때에 ‘군민이 함께 밥을 지어 먹겠다’던 시도도 실패하였다. 이제 이 가마솥을 유지하는 데에만도 해마다 만만치 않은 예산이 들어가게 되어, 전 국민에게 ‘활용 아이디어’를 공모했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괴산군은 인구 감소로 지자체 소멸 위험을 안고 있는 곳인데 ‘가마솥’ 관리에까지 예산을 낭비하고 있으니 20여 년 전 잘못 판단하여 추진한 정책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랜 세월 동안 괴산군민이 그 짐을 지고 가야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지자체들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터인데,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게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네덜란드 건축가 요한 휘버스라는 사람이 돈을 벌 목적으로 2012년에 ‘노아의 방주’라는 이름으로, 길이 125 미터에 3천 톤이 넘는 거대한 나무배를 만들어 바다에 띄웠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정박료만 한 달에 1000만원이 들어가게 되면서 처치가 곤란하게 되었다. 이 물건에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에 떠넘기려 하다가 실패하여, 이제는 어디에 내다 버리기도 어려운 쓰레기가 되었는데, 김포시를 비롯한 자치단체 몇 곳에서 이 대형 쓰레기를 기꺼이 떠안겠다고 나섰다. 겉으로는 ‘무상 기증’이라고 하지만 실은 네덜란드에서는 처치 곤란하게 된 쓰레기를 떠넘기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평화와 희망,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물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유치위원회까지 조직해 적극 나서겠다고 한다. 이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수송비용 수십억 원을 부담하겠다고 하지만, 설사 그 쓰레기를 가져와 설치하고 잠시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할지라도 앞으로 계속될 보수 및 유지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결국 해당 시민들이 힘들게 일해 납부한 세금을 퍼붓게 될 것이다.

쓰레기를 수출했다가 필리핀 국민들에게 원성을 사고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뒤 다시 실어오는 일을 여러 차례 겪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나라가 수십억 원을 들여 네덜란드에서 계륵(鷄肋) 신세가 된 목조 건조물을 들여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보수하고, 그 관리에 해마다 시민의 혈세를 쓰겠다고 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나무배[木船]가 얼마나 버틸까. 멀지 않아 모두 썩어서 쓰레기가 되어 우리 땅과 바다를 오염시킬 것이다.

하긴 외국 군대를 보내 “이 나라를 무너뜨려 달라”고 했다가 처벌받은 사람을 기리는 순례코스와 침략군을 위해 복무한 군종 신부 기념공원을 만들어 관리하는 데에 혈세를 쓰는 나라이니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그래도 그렇지 쓰레기 들여오는 데에 나서는 어리석은 짓만은 하지 말자. 제발 눈 똑바로 뜨고 정신 차리자.

이병두 beneditto@hanmail.net

[1703호 / 2023년 1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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