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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 톺아보기] 4-1. 가까이서 만나 본 달라이라마

기자명 법보
  • 새해특집
  • 입력 2024.01.02 15:58
  • 수정 2024.01.03 13:44
  • 호수 1710
  • 댓글 0

“한없이 낮추는 모습에 존경·감동”

2010년 8월 인도서 열린 한국인 위한 ‘금강경 법회’서 처음 친견
‘보리심’ 강조하며 매일 오체투지·명상…불자는 영원한 수행자
정부 비자 거부로 내한 불발…89세 고령이라 장거리여행 우려

달라이라마의 손을 감싸고 있는 안동일 변호사. 
달라이라마의 손을 감싸고 있는 안동일 변호사. 

2010년 8월 사흘간 인도 북부 다람살라 남걀사원 대법당에서 열린 한국 불자를 위한 ‘달라이라마 존자의 티베트 금강경 특별법회’에 동참했다. 그리고 존자의 접견실에서 친견할 기회를 가졌다. 당시 달라이라마 존자는 세계 각국의 초청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법회를 펼쳤다. 그러나 유독 한국 정부는 비자 발급을 거부해 존자의 친견을 위해서는 인도 다람살라 또는 법회가 열리는 곳을 찾아가야 했다. 이에 진옥 스님 주관으로 매년 한국불자를 위한 특별법회가 열렸는데 그때가 8회째였다. 

존자를 뵙기 전에 존자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어서인지 처음 뵈었지만 구면 같았다. 오래전에 읽은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을 비롯하여 ‘용서’ ‘달라이라마의 관용’ ‘달라이라마의 자비명상법’ ‘달라이라마의 365일 명상’ ‘달라이라마의 마음공부’ 등을 열심히 탐독했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인터넷 등을 검색해 여러 영상으로 달라이라마 존자의 법문을 보아왔기에 자주 뵈어온 것처럼 느꼈다.

존자는 대뜸 한국의 변호사는 처음 만난다며 반가워하시면서 오랫동안 내 손을 놓지 않으셨다. 존자는 누구나 만날 때마다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마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난 때도 계속 고개를 숙여 교황이 난처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회자될 정도다. 각오는 했지만 나에게도 연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니 여간 난처하고 송구스러웠다. 

존자께서 항상 강조하는 것은 ‘보리심(Bodhicitta)’이다. 즐거울 때도 슬플 때도 언제나 보리심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입보리행론’의 기도문들을 새벽마다 암송하며 기도한다고 했다. 그 하나가 “우주가 지속하는 한, 모든 생명 가진 존재들이 남아 있는 한, 나 또한 여기 남아, 세상의 모든 불행을 몰아내리라”는 게송이다. 

달라이라마 존자는 이러한 기도가 힘을 솟게 하고 인생의 뚜렷한 목적을 제시해 준다고 했다. 지금은 나도 존자를 따라 이 게송을 새벽기도 때마다 암송한다. 존자는 나아가 ‘보리심’을 “모든 중생의 이익을 위해 완전한 깨달음을 얻으려는 이타적 의지”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보리심의 실천은 연민과 자비의 수행인 것이다.

법회 첫날 존자가 하신 첫 말씀은 “여러분, 그동안 수행, 즉 긍정적인 마음공부를 얼마큼 했나요?”였다. 그러면서 당신은 아주 조금씩 수행의 진전이 있다고 했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오체투지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바쁜 일정에도 평생 수행을 계속하시는 달라이라마께서 수행의 진전이 미미하다고 하신 것이다. 존자는 단기간에 수행이 이루어질 수 없고, 이생에 다하지 못하면 내생에도 수행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불자는 영원한 수행자여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알려진 티베트불교의 영적 지도자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종교를 초월해 세계적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는 존자께서 세계 어느 곳에나, 심지어 한반도 주변 일본·대만· 몽골에도 가는데 유독 한국만이 아직도 비자를 내주지 않아 오지 못하는 게  실로 기상천외한 일이 아닌가!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서울대 불교학생회가 외교부에 초청비자를 신청했으나 정부가 불허했고, 2002년에도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과 법장 스님 등이 범국민연대기구로 ‘방한준비위원회’를 조직하여 추진했으나 정부의 반대에 막혔다. 2005년에는 제9회 만해대상 수상자로 달라이라마가 선정되면서 시상식에 맞춰 방한이 성사될지 기대했으나 역시 거부되었고, 2006년에도 ‘세계종교지도자대회’와 ‘노벨평화상 수상자 광주정상회의’에 초청하였으나 이 또한 성사되지 않았다. 그후 2013년 12월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나도 추진위원으로 동참했다. 이후 홈페이지 개설, 전국적인 서명운동, 존자 예방 홍보 등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이뤄졌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불발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 정부는 항상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모호한 핑계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기존과는 사뭇 달라져, 이전과는 다르지 않겠냐는 기대에서 다시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비록 비자가 발급된다 하더라도 존자의 사정상 한국까지의 여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존자는 1935년생으로 내년이면 89세의 고령이다.  벌써 몇 해 전부터 장거리 여행은 피하신다. 최근 달라이라마 홈페이지(www.dalailama.com)의 일정을 보면 단거리에 치우치고 있다. 오시면 더없이 좋겠지만 이제는 방한 자체보다는 존자의 장수를 기원하면서 높은 가르침에 좀 더 진지하게 귀의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안동일 동산반야회 명예이사장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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