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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 톺아보기] 5. 남카 스님이 전하는 ‘나의 스승은’

  • 새해특집
  • 입력 2024.01.02 16:10
  • 수정 2024.01.02 16:28
  • 호수 1710
  • 댓글 0

“부처님 가르침 오래도록 이어진 나라 대한민국에 각별한 애정”

진신사리와 인도 망명 때 가져온 ‘대장경’ 동국대에 특별 기증  
수많은 법문 속 보리심과 공성 강조…일체중생 고통 제거 목적
자비의 온전한 상징인 스승 앞 사람들은 순한양·아이처럼 변해

2023년 11월 2일 인도 다람살라에서 한국불자를 위한 법회를 연 제 14대 달라이라마.[달라이라마 공식 홈페이지]

현재 티벳하우스코리아 원장, 삼학사 주지, 사단법인 랍숨섀둡링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게쉬 텐진 남카(Geshe Tenzin Namkha)에게 한국에 대한 달라이라마의 생각과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남카 스님은 8세에 간댄사원으로 출가, 12세부터 34세까지 ‘반야경’ ‘중론’ ‘구사론’ ‘계율’ 등 오대경(五大經)을 수학하고 강의했다. 2000년에 ‘게쉬 하람빠’가 됐으며, 2001년 규메 밀교사원에서 1년 동안 밀교를 수학하며 현교를 강의했다. 2002년 규메 밀교사원에서 삼대본사의 게쉬 하람빠 스님들과 함께 치른 게쉬 최종 시험을 수석으로 통과해 겔룩빠 본사인 간댄사원의 교수로 임명되었다. 2004년부터 한국에서 티베트불교를 전파하고 있으며, 2010~2019년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티벳대장경역경원 연구초빙교수를 역임했다. 국내에 출간된 저서로는 ‘논리에 이르는 신비로운 열쇠’(티벳대장경역경원), ‘심오한 중도의 새로운 문을 여는 지혜의 등불’(운주사), ‘마음을 다스리는 보살의 수행법’(효림)이 있다. 편집자

달라이라마 존자는 이미 불교가 전해진 나라에서는 불교가 지속되도록 애를 쓰신다. 특히 대한민국에는 1959년 망명오실 때 가져오신 아주 소중한 대장경을 동국대에 기증하셨다. 또 부처님 진신사리를 전해주셨으며 부처님 가르침의 연구와 번역을 위해 20만불을 지원함으로 현재의 티벳대장경역경원 설립에 기반을 마련해주시기도 했다. 

그런 달라이라마 존자님은 나의 스승이자 의지처이다. 나는 나의 스승을 일 년 365일 동안 늘 가슴속에 모시고 산다.  조금 더 특별한 인연을 떠올려보면, 간덴사원 새 법당 개원식 때 며칠 동안 존자님께서 참석하신 자리에서 담짜(여러 명이 모여 서로 논쟁하는 티베트 불교의 토론 방식)가 있었다. 나는 첫날 담짜에 참석하여 신나게 대론을 하였다. 

그 다음날 나는 존자님으로부터 비구계를 수지하였는데, 존자님께서 한창 계를 주시는 도중 나를 알아보시곤 ‘당신은 어제 담짜하던 그 스님이 아닙니까’라고 말씀하시며 반겨주셨다. 나는 그때의 희열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날 그 분은 이생뿐만 아니라 나의 세세생생토록 모든 것을 바쳐 받들어 모시고픈 나의 영원한 스승이 되셨다.

비구로서 목숨과도 같은 해탈계, 보살로서 핵심 정수인 보리심계, 그리고 밀교행자로서 금강승계, 나는 이 세 가지 계를 모두 존자님께 여법하게 받았다. 

불교도로서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성불이다. 성불의 주된 원인에는 2가지가 있는데, 공성과 도를 닦는 단계이다. 이는 ‘반야심경’의 직접적 그리고 간접적 주제이기도 하다. 또한 미륵보살을 통해 아상가보살로 이어온 법맥과 문수보살을 통해 용수논사로 이어온 법맥의 핵심이기도 하다. 나는 이 두 법맥 또한 존자님으로부터 받았다.

존자님께서는 수많은 법문 속에서 늘 보리심과 공성을 강조하신다. 보리심에 대해서는 특히나 자비심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팔만대장경의 내용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자비이며, 이는 중생의 고통을 헤아리는 마음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광범위하게 해석하면 그 양이 무척 방대해지는데 이 모든 것의 주된 내용과 목적은 중생의 고통을 없애는 것이다. 한 중생의 고통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일체중생 모두의 고통을 없애는 것까지 포괄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나의 고통을 없애는 것과 나를 포함한 일체중생의 고통을 없애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어느 쪽이든 이를 위한 최상의 방법은 공성을 사유하는 것이다. 나의 고통을 없앤다는 마음으로 공성에 대해 문사수를 차례대로 닦으면 결국 해탈로 가고, 나를 포함한 일체중생의 고통을 없애고자 하는 마음으로 공성에 대해 문사수를 차례대로 닦으면 결국엔 성불한다. 이는 부처님의 의도이며, 달라이라마 존자님도 늘 강조하신 바이다.

존자님은 자비의 온전한 상징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떠한 상황에 처해서라도 자비로써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존자님 앞에 고개 숙이게 되는 것은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누구라도 존자님 앞에 서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존자님 앞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존자님을 뵙고 그 앞에서 순한 양처럼, 어린 아이처럼 변해버리는 모습을 나는 참 많이 보았다. 자비의 원천인 존자님 앞에서 거칠고 어리석은 우리들은 그저 엄마를 보는 아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존자님께서는 불자에게 공부를 강조하신다. 공 사상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중론을 배워야 하며, 보리심에 대해서는 입보리행론을 볼 것을 권하신다. 수행자들에게는 실천을 강조하신다.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는 자비를 강조하신다.

티베트인과 중국의 불자들은 달라이라마께서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지만 나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중이 이해할 수 있게 현실적으로 표현하자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존자님은 자비의 본질이시다. 또한 공사상에 통달하셨으며, 이 지구상에 더 이상 없는 지식을 가진 분이다. 그리고 계율을 철저히 지키시는 청정 비구이시다. 그러므로 존자님은 세계의 장엄이자 불교의 상징이자 우리의 스승이다.
 

달라이라마 존자님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자비의 원력’ 때문이다. 존자님을 수많은 나라의 여러 큰스님들께서 존경하는 이유는 존자님의 ‘계향’ 때문이다. 존자님을 세계 최고의 석학들이 존경하는 이유는 그 분의 ‘지혜의 힘’ 때문이다.    
 

나는 그저 평범한 비구로서 정치는 알지 못하고 관심사가 아니다. 나는 달라이라마 존자님의 제자로서 내가 본 달라이라마는 어떤 분인가 하는 질문에 불제자의 관점에서 사실대로 표현했을뿐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다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부족하거나 틀렸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인다면 나의 허물이기에, 너른 아량을 구한다.

텐진남카 스님 티베트하우스코리아 원장서울 삼학사 주지

 

“한국서 맛있는 김치 맛볼 날 기다려”

한국 불자들을 향한 달라이라마의 당부

달라이라마가 2016년 8월 30일 오전 인도 다람살라의 관저 접견실에서 금강, 진옥, 선재 스님 등 달라이라마방한추진위원회(방한추진위) 관계자들을 만났다. 당시 한국 취재단과 만나 진행한 인터뷰에는 방한에 대한 달라이라마의 바람이 잘 드러났다. 당시 인터뷰를 통해 한국 불자들을 향한 달라이라마의 당부 등을 되새겨본다.

-. 방한이 성사된다면 한국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어디 가서 누구와 만나고 싶나.
“누구 만나고 어디 가고 이런 생각 전혀 없다. (방한추진위 관계자들이)데리고 다니는 데로 다 따라 다니겠다(웃음). 다만 ‘맛있다’는 김치는 한번 먹어보고 싶다. 방추위가 몇 년 전부터 기울여온 노력, 정말 고맙다. 한국 불자들의 신심과 내 내면의 깨끗하고 충실한 서약에 어긋남이 없다면 방한이야 시간 문제이지 않겠나. 언젠가는 갈 것이니 조바심 내지 말고 느긋한 마음을 가지자.(웃음)

-. 한국인들에 전하고픈 메시지는.
“앞서 말한 바와 마찬가지다. 조상 대대로 불교를 믿어온 나라가 한국이다. 지금도 신자가 많다. 불교에 관심 갖고 많이 믿어주셔서 감사하다. 불법이라는 게 흔히 하는 말로 8만4000법이라 한다. 불자라면 불법을, 부처님 말씀을 배우는 데 한층 더 노력해달라. 스님뿐 아니라 일반인 남녀노소 모두 다 포함된다. 그 바탕은 아까 선물로 주신 ‘반야심경’에 다 담겨 있다. 공성과 보리심을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사유가 깊어지면 수행해야 한다. 경험과 체험이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하면 삶이 바뀌게 된다.”

-. 젊은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들었다. 법문에서 행복은 물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현실적으로 젊은이들이 취업, 결혼, 육아 걱정 등 물질 문제에 허덕인다.
“행과 불행은 두 가지가 있다. 오감에 흔들리는 것, 그리고 마음에 달린 것. 오감은 쾌락과 즐거움에 대한 요구다. 마음은 의지에 달린 문제다. 우리는 마음이 더 큰, 의지가 더 강한 사람들이다. 운동선수가 고통을 뚫고 메달을 따듯, 우린 마음의 의지를 더 굳건히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그 마음의 힘을 기르는데 불교가 도움이 될 것이다. 세속의 윤리, 도덕의 문제에 대한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다.”

-. 법문에서 평화를 많이 말씀하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시아에는 많은 충돌, 갈등이 있다. 현실적 평화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 스스로 평화를 강조하지만 10년 내, 20년 내, 30년 내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갑자기 세상이 변하거나 좋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사랑, 자비, 연민을 심어주는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 외에는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 한국에서 한때 알파고가 화제였다. 인공지능(AI) 시대 종교의 역할은 어떨까.
“글쎄. 아무리 AI라 해도 사람의 지성이 더 나을 것이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그렇다. AI도 결국 사람이 만든 것 아닌가. AI와 우리 공부 많이 하신 티베트의 게쉬 스님이 대결하면 우리가 이길 것이라 본다.(웃음)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의 문제다.”

-. 과학과 함께 나가야 한다 하셨다. 하지만 창조론은 거의 퇴출되는 등 종교 영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미래 종교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나.
“창조론의 경우 목적, 목표를 봐야 한다. 왜 서양에서는 절대적 창조주가 세상을 만들었다고 하는가. 사랑과 연민 아닌가. 그리 창조했으니 피조물인 우리도 그리 살라는 것 아닌가. 한마디로 아버지가 그 길을 보여주셨으니, 아이들도 따라 살라는 것이 창조론이 가지고 있는 참된 뜻이라 생각한다. 자이나교나 불교에선 창조주가 없다고 한다. 대신 인과 업의 원리에 따라 사랑, 연민, 자비가 필요함을 가르친다. 중요한 건 종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대해 여전히 많은 울림을 준다는 점이다.”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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