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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 톺아보기] 6. 티베트인들에게 달라이라마란

  • 새해특집
  • 입력 2024.01.02 16:18
  • 수정 2024.01.02 18:24
  • 호수 1710
  • 댓글 0

전 세계 흩어져 살아도 ‘티베트인’ 정체성 지키는 정치·사상의 기준점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인에게 종교 지도자를 넘어 정치, 문화, 사상 등 삶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달라이라마 공식 페이스북]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인에게 종교 지도자를 넘어 정치, 문화, 사상 등 삶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달라이라마 공식 페이스북]

역대 달라이라마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삶을 살며 세계의 영적 지도자로 손꼽히는 달라이라마 14세. 티베트인들은 그를 ‘겔와 린포체(Gelwa Rimpoche, 고귀한 지도자)’라고 부른다. 북인도 다람살라의 해발 1800m 산골마을에서 티베트 난민들과 망명 정부를 수립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티베트인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티베트인들에게 달라이라마의 영향력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서 정치, 문화, 사상 등 삶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한국에 사는 평범한 티베트인들을 통해 다면불과도 같은 달라이라마에 대한 생각을 전해 들었다. 편집자
 


회사원 텐진

“타지 생활 변화주는 의지처”

“어린시절 가족과 떨어져 홀로 인도로 망명을 왔습니다. 아직 티베트에 가족들이 남아있어 혹시 인터뷰가 가족들에게 불이익이 될까 걱정됩니다. 사진을 넣지 말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을 요청하자 텐진(34)씨가 건넨 첫 마디였다. 한국에 온 지 10년차인 그는 티베트에 있는 가족 걱정에 모든 게 조심스럽다. 달라이라마의 법문이 타지에서 생활하는 텐진씨에게 더욱 의지처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7살에 혼자 인도로 망명해 불안과 가족 걱정, 중국에 대한 원망으로 괴로웠습니다. 한국에 와서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중국인들을 만나면 미움의 감정들이 더 많았죠. 이런 제 마음을 변화시켜준 것은 바로 달라이라마 존자의 법문이었습니다.”

텐진씨는 “티베트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중국인 자체를 미워해선 안되며 똑같은 사람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마음에 새기며 원망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망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존자님의 말씀을 생각했죠. 그러다보니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제가 먼저 중국인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할 정도로 편안해졌어요. 달라이라마 존자의 법문은 외국 생활 속에서 함께 존재하며 변화를 주는 의지처입니다.”
 


한국티베트문화학술연구원 초펠 스님

“비폭력주의로 물들게 해”

“일체 조사를 비롯해 모두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과 평안을 얻기를 기도합니다.”

한국티베트문화학술연구원에서 근무 중인 초펠 스님은 달라이라마가 강조한 비폭력을 실천하기 위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자비의 기도를 하고 있다.

“존자께서는 ‘비폭력이란, 전쟁과 같은 싸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사람들 마음 속에 자비가 가득한 상태’라고 말씀하셨어요. 비폭력을 주장한 존자께서도 모든 문제 해결에 있어 자비의 대화와 소통의 방법을 사용하시죠. 이렇게 몸소 보여주니 저희 티베트인들도 더욱 실천하려 노력하게 됩니다. 제가 매일 자비의 마음으로 기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와 중국의 관계뿐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에도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며 세계적 평화와 비폭력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1989년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세계적인 평화주의자, 비폭력주의자로 인정받은 달라이라마의 면모는 티베트인들도 비폭력주의로 물들게 했다.

“존자께서 2008년도에 동물 가죽의 옷을 입는 것에 대해 지적하며 이는 폭력적인 행동임을 말씀하셨어요. 치장을 위해 동물이 희생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거죠. 그러자 다음 해부터 동물 가죽 옷을 입는 티베트인들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가죽 옷을 입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에요. 이처럼 존자님이 보여주는 비폭력주의는 전 세계의 모든 티베트인들의 생활에 퍼져나가 삶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티베트공동체 대표 상보 스님 

“보리심 일으킨 종교 지도자”

2003년 인도 세라 사원에서 달라이라마에게 수계를 받은 상보 스님. 불교와 과학의 끊임없는 소통을 강조한 달라이라마의 뜻을 이어받아 드레풍로즐링 명상과학센터(Drepung loselling  Meditation and science center)대학원장을 맡기도 했다. 2018년 티베트불교를 전하기 위해 한국에 온 스님에게 달라이라마는 발보리심을 주는 존재다.

“달라이라마 존자는 늘 남을 나와 같이 여기고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그렇기에 구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사람들을 위한 법문을 이어나가고 계시죠. 이런 존자님의 모습은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보살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보살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만으로도 티베트 수행자들에게 보리심을 내게 만드는 종교 지도자입니다.”

달라이라마의 삶이 보여준 가치는 티베트의 모든 수행자에게 스승의 말씀이자 가르침이다. 행동만으로 보리심을 갖도록 일러줄 뿐 아니라 보리심을 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자님은 보리심을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티베트의 자유뿐 아니라 개인의 평안과 세계평화, 종교연합을 위해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에 불자들이 보리심을 발현해 지구 전체가 평화로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이러한 말씀은 티베트 사람들에게 ‘우리부터 먼저 시작해야한다’는 동기를 부여해줍니다. 이러한 동기 부여가 발보리심의 실천으로 이어지죠. 달라이라마 존자는 티베트인들에게 발보리심 그 자체인 종교적 지도자입니다.”

 


 

소설 ‘나마스테’ 주인공 텐진 데렉

“‘자유’ 외친 개혁적인 국왕”

소설 ‘나마스테’의 주인공 ‘카밀’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텐진 데렉(48)씨의 이름은 달라이라마가 직접 지어줬다. 그가 태어날 무렵 달라이라마는 종교 지도자였을 뿐 아니라 티베트의 국왕이기도 했다. 데렉씨가 성장하는 동안 달라이라마가 보여준 개혁적인 국왕의 면모는 현재까지도 티베트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게 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인도에서 티베트 난민들과 망명 정부를 수립하고 티베트인을 단합시킨 행보는 티베트인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뿌리와도 같습니다. 사실 달라이라마 존자는 일반 티베트인들보다 편안한 생활이 가능한데 이를 거부하고 국민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계십니다. 그 모습 자체가 티베트인으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됩니다.”

달라이라마의 망명은 티베트인들의 자유를 위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선택은 데렙씨, 한 개인뿐 아니라 티베트인들을 단합시키고 정체성을 이어 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달라이라마가 추진하는 정치 개혁 또한 그의 정치관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달라이라마 존자는 티베트 사람들을 위해 민주적 정치 제도를 도입하고자 했습니다. 티베트 망명 정부의 행정 체계를 꾸준히 개혁해 왔으며 2011년 모든 정치적, 행정적 권리를 대중 투표로 선출된 칼론 티빠(총리) 롭상 상게 박사에게 이양했어요. 이는 티베트인들에게 정치적 자유권을 준 것과 동시에 향후 티베트가 어떤 정치체계를 구축해 가야하는 지에 대한 방향을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데렉씨에게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인의 자유’를 위해 스스로 왕관을 내려놓고 열린사회, 민주적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 지도자였다. 그렇기에 티베트인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생활하며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정치제도를 지지하는 민족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데렙씨가 오랜기간 한국에 머물며 티베트인으로서 살아가는데 자긍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지윤 기자 yur1@beopbo.com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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