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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불교의 숙명이다

기자명 성원 스님

가끔 삶이 의지와 상반된 모습으로 질주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때 한 발 뒤로 물러나 ‘운명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출가 후 얼마 되지 않아 94년 종단 개혁의 물결이 덮쳐왔다. 지금은 엄격히 금지되어있지만, 당시 해인강원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인들이 총무원 앞에 모여 시위했다. 시위의 형태는 학창 시절 워낙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출가한 승려가 이러고 있으니 가치의 혼돈을 엄청나게  겪어야 했다.

‘개혁팀’들이 성공해 종단의 구조와 관계 법령을 재정비했고 30년의 세월을, 개혁의 기본 틀에서 안정을 찾으며 불교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 주변의 상황이 바뀌었고 종단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서서히 변화하는 현실을 수용하지 않으면 변화의 욕구가 응집되어 급격한 변화를 요구받게 되는 것이 사회의 현상이다. 

다행히 이번 조계종 집행부는 30년 전에 마련된 종단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하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종회에서 마련한 ‘종단 미래대비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나온 한 위원의 말이 귀에 쟁쟁히 남아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재건축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혁명 등 외부적 충격없이 자체적으로 혁신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말 이번 변화는 조직을 꾸미는 수준이 아니라 살아남느냐, 소멸하느냐 하는 절박함으로 임하고 있다. 

30년 전, 출가자가 1년에 600여 명이 넘고, 수많은 불교단체가 외부로의 전법 활동을 모색하던 시절과 지금의 현실은 확연히 다르다. 출가자는 10분의 1로 떨어져 60여 명 수준이고, 요즘의 전법·포교단체는 통제나 지시만으로도 비교적 쉽게 움직이던 시절의 조직이 더이상은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 근본적인 개혁을 집행부 자체에서 일구어내고자 하는 내부적 시도는 매우 새로운 현상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의 원칙은 우리 전체의 미래를 담고 계획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번 개혁은 어느 부서 어느 팀 단위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총무원 내부의 구조개혁에만 있지 않다. 집행부와 축을 함께하는 교구본사들과 그 맥을 함께하며 진행해야 하므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입적 전 자승 스님께서 크게 염려했던 종단 조직의 비대화다. 사회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니 거기에 대응하려면 종단의 조직도 커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고 방만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녹록지 않은 현실을 자승 스님은 직시했다. 이번 종단 개혁은 이러한 측면에서 중장기적인 재정 안정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변화의 구도를 생각하다 보면 정말 혁명 같은 기치로 ‘다 부수고 무에서 유를 재창조하는 것이 오히려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지혜의 종교답게 함께 모여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최소한 앞으로 30년간은 종단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구조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변화는 불교의 숙명이다. 소승에서 대승으로, 비파사나 수행에서 묵조선, 간화선으로의 변화는 불교의 새로운 생명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세상에 ‘과학의 종교’ ‘지혜의 종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명상 트랜드를 어떻게 흡수하느냐 하는 수행 풍토의 변화까지도 잘 수용 할 수 있는 온전한 구조를 설계하고 안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조직 개편 중에 승가의 모습을 손상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고, 종단에 몸담은 많은 종사자에게 보다 살맛 나는 삶의 터전으로 거듭난다면 그거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백설이 만건곤하듯이 새로운 우리 불교의 세상이 운명처럼 확 펼쳐져 있기를, 종단 개혁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혁명이 아니라 혁명 같은 아픔으로 스스로를 변화시켜 펼치는 우리의 미래 말이다.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스스로 변화하여 더 밝은 미래를 일구어 나가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성원 스님 조계종미래본부 사무총장 sw0808@yahoo.com

[1712호 / 2024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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