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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괘불’을 ‘불괘’라는 대통령실

  • 기자칼럼
  • 입력 2024.02.02 20:35
  • 수정 2024.02.05 13:53
  • 호수 17115
  • 댓글 2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불교리더스포럼이 주관한 ‘새해맞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불교대축전’이 1월 30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봉행됐다. [공동취재단]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불교리더스포럼이 주관한 ‘새해맞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불교대축전’이 1월 30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봉행됐다. [공동취재단]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불교리더스포럼이 1월 30일 ‘새해맞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불교대축전’을 봉행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한 800여 명의 교계 인사들과 윤석열 대통령이 참여한 여법한 행사였다는 평가들이 많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행사 준비과정에서 대통령실 관계자의 불교소양 부족과 독단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불교대축전’은 매년 초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해온 신년하례법회를 확대·편성한 자리다. 새해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교계 관심이 집중되고, 교계 언론들도 각각 취재 계획을 세우며 준비한다.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동선 제한과 소지품 규제 등은 늘 있는 일이다. 그에 따르는 여러 제약에 대해 교계 언론사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현장 취재를 위해 참석한 기자들에게 카메라와 노트북까지 갖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은 현 정부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보도와 관련해 교계 기자단은 대통령실 기자단 보도 이후에만 보도할 수 있다는 독단을 끝내 꺾지 않았다. 이를 어길 경우 내년 행사에선 교계 기자단 운영이 어렵다는 일방적 경고도 뒤따랐다. 70년대에나 횡행했다는 ‘보도지침’을 떠올리게 하는 행태였다. 

최근 가뜩이나 고압적이라고 비판받는 대통령실의 태도가 불교계 행사에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왔다. 실제 지난해 윤 대통령이 참석한 신년대법회에서도 이 같은 규제는 없었다.

행사 논의 과정에 교계 기자단을 대표해 참석한 기자가 문제를 제기했으나 소통의 여지는 없었다. 더욱이 해당 기자가 기자단에 전한 회의내용은 대통령실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실무 단톡방에 참여한 대통령실 관계자의 첫 인사가 “교회 다니는 OOO입니다”였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관계자는 수차례 지적에도 ‘괘불’을 ‘불괘’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결례를 넘어 무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준비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요구를 종합하면 요점은 대통령 모시기다. 최근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사건사고들로 인해 대통령실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불교대축전’은 각 종단을 대표하는 스님들과 교계 단체의 대표들이 신년을 맞아 서로 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자리다. 그러니 주인공은 사부대중이고 대통령은 초대된 손님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 같은 사실은 묵과한 채 주와 객을 전도시킨 것이다. 더욱이 폐쇄된 공간에 참석인원도 제한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어김없이 ‘반야심경’이 봉독됐다. ‘반야심경’에는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뒤바뀐 헛된 생각을 멀리 떠나,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다’라는 뜻이다. 불교계 인사들과 대통령이 자리를 함께한 것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고 협력하자는 데 있다. 그런데 불교계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식 이하의 용어를 남발하고 독단으로 일관하는 대통령실의 모습이 과연 국민과 대통령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실은 지금 ‘전도몽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원점에서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715호 / 2024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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