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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환경에서도 용맹정진할 수 있어야”

  • 교계
  • 입력 2024.02.26 09:05
  • 수정 2024.02.2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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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총림 방장 임담 의현 대종사
계묘년 동안거 마친 대중에 당부

팔공총림 방장 임담의현 대종사가 계묘년 동안거를 마치고 선방을 떠나는 이들에게 "자유로운 환경에서도 용맹정진할 수 있어야 '한 경계를 넘어선 견처'를 얻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팔공총림 방장 의현 스님은 2월 24일 오전 안거를 마치고 선방을 떠나는 이들을 위한 해제법문을 했다. 동화사 금당선원과 산내암자 내원암•양진암 등 4곳에서 90일간 동안거를 마친 70여 명의 선승이 법문을 듣고자 모였다.

의현 스님은 이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방일함을 허락하지 않은 채 생사를 타파하겠다는 일심으로 수행해온 선승들에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정진했다”고 격려하며 법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1960년대 금당선원에서 정진하다 주흘산 바위 밑에서 수행을 이어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의현 스님은 “불교정화 운동이 끝나고 금당선원에서 정진했다. 설석우 스님이 당시 금당선원 조실로 있었다"며 "용맹정진하다 보니 규율에 얽매였다. 오히려 자연스럽지 못하단 생각이 들더라. 문경새재 주흘산으로 향해 바위 밑에서 생식하며 가행정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화식하지 않으니 정신이 맑아졌고 화두가 또렷해졌다. 이내 한 경계를 넘어 견처(見處)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의현 스님은 이때 남긴 게송, "만 길 주흘산이 푸른 하늘 뚫어 버리고 흰구름 덮인 깊은 골짜기에 옛 소가 있으니 선정 삼매 속에 능히 코를 뚫어 꿰어 젓대를 불며 돌아와 자성을 보았네"를 소개하며, “규율 속 정진도 좋지만 규율을 벗어나 자유롭게 용맹정진하라"고 당부했다.

이어진 게송에선 "정진할 때 허공에서 칼과 창과 몽둥이가 소나기 쏟아져 내 몸이 마디 마디가 가루가 되더라도 생사 대해를 건너지 못하면 마침내 영겁으로 보리좌를 여의고 떠나지 않으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잠에 들 때도 화두를 놓치지 않는 오매일여(寤寐一如)에서 정진하길 바란다”며 법문을 마무리했다.

 

동화사 방장 의현 대종사 해제 법어

시간이 무상하게 흘렀습니다. 삼동(三冬)이 지나 해제일이 됐습니다. 동화사 금당선원 정진 대중과 수좌 큰스님, 율주 큰스님을 모시고 해제를 맞이하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저는 1950~1960년대 불교정화운동 때 막내로 동참했습니다. 정화운동이 끝난 뒤 금당선원에서 정진했습니다. 설석우 초대 종정 예하께 금당선원 조실로 계실 때였습니다.

대중생활 규칙에 얽매이다 보니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문경새재 주흘산에 갔습니다. 바위 밑에서 용맹정진 했습니다. 대궐 터에 콩 밭 옥수수를 심어 농사를 지으며 정진했습니다. 화식하지 않고 생식하며 면벽정진했습니다. 그러니 정신이 맑아지면서 화두가 또렷해졌습니다. 그러다 한 경계를 넘어 견처(見處)가 왔습니다.

만장주흘(萬丈主屹) 취삽천(翠揷天)
백운심처(白雲深處) 고우재(古牛在)
입정삼매(入定三昧) 능천비(能穿鼻)
취적귀래(吹笛歸來) 반자성(返自性)

규율 속 정진도 좋습니다. 하지만 규율을 벗어나 자유롭게 용맹정진하면 초견성할 수 있습니다.

금당선원 선불장에 방부 들인 선지식들이 지환 수좌 큰스님 제접 하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주 모범적으로 정진했습니다. 율주 큰스님과 전국수좌회를 대표하여 불산 대선사께서 참석해서 증명해 주니 석가모니부처님 영산 당시를 방불케 하는 회상입니다.

허공도장우아신(虛空刀杖雨我身)
촌촌절절할아체(村村節節割我體)
아약부도생사해(我若不渡生死海)
경불이차보리좌(經不離此普提座)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 모든 외경계에 끄달리지 않고 모든 반연 다 끊어 수행해야 합니다. 나아가선 자는 순간에도 화두를 놓치지 않는 오매일여(寤寐一如) 속에서 화두 정진해야 합니다. 생사대사를 해결하지 못하고 생사대해를 건너지 못하면 마침내 영겁으로 보리좌를 떠나지 않겠다는 원력을 다지는 공부인이 되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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