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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사회 발원합니다”

  • 교계
  • 입력 2012.02.17 21:02
  • 수정 2012.02.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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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17일 대한문서 쌍용차 희생노동자 천도재
“노동자 아픔 외면 참회…정리해고 철폐에 앞장”

 

▲조계종 화쟁위원회와 불교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정의평화불교연대 등 교계시민사회단체들이 쌍용자동차 사태 1002일째를 맞은 2월17일 늦은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희생 노동자를 위한 천도재와 ‘정리해고·비정규 없는 세상’을 발원하는 법회를 열었다.

 

 

지난 2월13일 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에서 근무하다 2009년 사측의 정리해고로 실직상태에 있던 민모(50)씨가 끝내 세상을 등졌다.


민씨의 직접적인 사인은 심각한 당뇨와 그에 따른 합병증. 민씨는 지난 1990년 입사해 시스템 연구팀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5월 사측이 구조조정을 이유로 민씨를 정리해고 대상자로 분류하자 결국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평생직장을 꿈꿨던 민씨에게 갑작스런 실직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미래에 대한 어떤 준비도 없이 회사 밖으로 내몰린 민씨가 갈 곳은 딱히 없었다. 당장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이라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술이었다. 장기간 반복된 이 생활로 그는 당뇨라는 병을 얻게 됐고, 결국 합병증에 의한 쇼크로 유명을 달리했다.


쌍용자동차 노조에 따르면 민씨와 같이 지난 2009년 발생한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거나 병을 얻어 사망한 노동자의 수만 21명에 달한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사태로 해고된 2600여명의 노동자 가운데 파업 이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95%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화쟁위원회와 불교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정의평화불교연대 등 교계시민사회단체들이 쌍용자동차 사태 1002일째를 맞은 2월17일 늦은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희생 노동자를 위한 천도재와 ‘정리해고·비정규 없는 세상’을 발원하는 법회를 열었다.


희생노동자의 넋을 위로하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애환을 달래기 위해 마련된 이날 법회는 교계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쌍용차 희생노동자 유가족을 비롯해 노조원, 시민 등 100여명이 동참했다. 


법회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여는 시’에 이어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사무총장(한양대 교수)의 ‘여는 말’로 시작됐다.


이도흠 사무총장은 “쌍용자동차 사태로 벌써 21명의 노동자가 이 비정한 세상에서 죽음 이외의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이승을 하직했다”며 “가해자인 회사와 정부는 1년 뒤 복직을 문서화했음에도 아직까지 단 한 명의 노동자도 복직시키지 않고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이들의 죽음은 엄연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총장은 이어 “우리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중생의 신음소리를 외면하고 따뜻한 방에서 안주한 삶을 반성한다”며 “(이제 우리는) 해고 노동자의 복직과 정리해고 관련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정부와 회사에 요구하고 이것이 이뤄질 때까지 연대투쟁 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봉선사 전 주지 인묵 스님의 집전으로 진행된 천도 의식에서 사부대중들은 “정리해고로 고통 받다 죽어간 노동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또 이 땅에서 다시 쌍용자동차 사태와 같은 참극이 재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부처님은 인간의 존엄성을 끊임없이 강조하셨음에도 우리 불교도들은 그 동안 그 거룩한 존엄성이 무참히 짓밟히는 현실을 방관하고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지내왔다”며 “대단히 죄송하고 한없이 부끄러울 뿐”이라고 깊은 참회의 말을 전했다.


스님은 이어 “분노와 증오는 고통을 재생산할 뿐 진정한 승리는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고, 용서야 말로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시작”이라며 “쌍용자동차와 같은 노동과 자본의 대립관계가 공존과 상생의 관계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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