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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는 어리석고 나쁜 사람”

  • 교계
  • 입력 2015.04.07 10:29
  • 수정 2015.05.11 13:49
  • 댓글 58

진도 팽목항 지켜온 금강 스님, 페이스북서 비판

▲ 전 민주당 국회의원 정봉주씨가 세월호 참사 관련 조계종의 역할을 매도하자 줄곧 팽목항을 지켜온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이 페이스북에 비판 글을 게재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소식에 진도로 달려가 줄곧 팽목항 법당을 지켜온 해남 미황자 주지 금강 스님이 전 민주당 국회의원 정봉주씨를 비판했다. 정씨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 조계종의 역할은 없었다고 매도하면서 불교계의 공분을 산 가운데 스님도 쓴소리를 했다.

진도 팽목항 지켜온 금강 스님
4월6일 밤 페이스북에서 비판
“쓰레기통에 진실 버린 사람”
“관심 멀어질 때 남은 건 불교”

스님은 식음 전폐한 가족들에게 죽과 떡을 제일 먼저 건넨 사람도 스님들이었으며 하루 13시간씩 기도한 것도 스님들이라고 했다. 팽목항과 체육관법당에 찾아와 가족들이 직접 쓴 기도문 200여장과 찾아온 사람들이 쓴 기도문 500여장이 고스란히 보관된 상황도 전하며 정씨의 무책임한 발언을 지적했다.

특히 잠수부들이 잘 먹어야 아이들 찾는데 기운 낸다며 음식을 요청한 가족들의 절절한 심정을 담아 잠수부들에게 음식을 공양했던 일과 물에 들어가기 무섭다는 잠수부들이 염주를 부탁하자 무수히 손목에 채웠던 가슴 시린 현장의 이야기도 전했다.

▲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다. 진도 팽목항에 아직 봄이 찾아오진 않았지만 법당에서는 기도소리가 여전하다. 비구니 법전 스님이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특히 스님은 “팽목항에서 관심이 멀어질 때 끝까지 남은 것은 불교계 구호활동”이라며 “정봉주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떠드는 나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도 팽목항이 잊혀질까봐 차가운 비바람 맞으며 하루 두 번씩 팽목항 법당에서 스님들은 기도 중”이라며 “자신의 인기몰이나 정치적으로 이용해 희생자 가족들을 오해 받게하고 두 번의 억울함을 당하는 고통을 주는 정봉주씨는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강 스님이 4월6일 밤 11시14분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 전문을 옮긴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정봉주는 어리석고 나쁜 사람이다. 어쩌면 세월호를 침몰시킨 사람들보다 더 못된 사람이라 평가 해야겠다. 자신이 하는 일이나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만을 가지고 막말을 하는 것은 공적인 사람이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은 비판하면서 자신이 그렇게 한다면 파렴치한이다.

아직도 저 진도 맹골수 차가운 바다에는 아홉명의 실종자들이 갇혀 있는데 세월호가 침몰하는데도 아무도 붙잡지 않고 보고만 있었던 것처럼,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는데도 바다 속에 그냥 묻어두고 보고만 있는 가슴 아픈 상황에…. 슬퍼하고 가슴아파 통곡하는 가족들…. 위로 받아야할 가족들이 발에 피멍이 들게 걷고 삭발하는 때에….

아무것도 못하고 1년을 맞이하는 상황 앞에 그 동안 팽목항에 왔다갔다한 것이 무슨 내세울 일 아니어서 입 다물고 있었습니다. 혹여 나 말고 정성을 다해 애쓴 분들에게 누가 될까하여 몇자 적습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듣자마자 진도로 달려갔습니다. 이미 진도실내체육관 실내에는 1000여명 실종자 가족들이 식음을 전폐하고 망연히 있었지요. 밖에는 봉사자들이 1000여명이 넘게 있었고 한국에서 나오는 일회용식품들은 넘쳐나게 쌓여있었고요.

그 때, 식음을 전폐한 가족들 한사람 한사람 손에 죽과 떡과 과일을 제일 먼저 손에 쥐어 준 것도 스님들이었고요. 잣죽이며 땅꽁죽이며 호박죽이며 날마다 땀방울 흘리며 1000여명의 죽을 쑤고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따로 포장하고. 유가족들의 받는 손을 고마워하며 보람을 느꼈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수백벌의 옷과 이불도 날마다 세탁차량을 이용해서 세탁해준 곳도 불교단체였습니다. 구호물품이 끊겼어도 자체적으로 구입하여 200일 넘게 꿋꿋하게 먹을 것, 마실 것 제공을 한 곳도 법당이었습니다.

팽목항에서는 바닷바람과 태풍을 이기며, 가족들만큼 간절하게 기도하자며 하루 13시간씩 끊임없이 200일이 넘도록 기도하였지요. 팽목항과 체육관 법당에 찾아와 가족들이 직접 쓴 기도문 200여장과 찾아온 사람들이 쓴 기도문 500여장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팽목항 싸늘한 시신확인소에서는 가족들이 오열하고 실신하는데 손을 잡아준 종교인은 스님들 뿐이었습니다. 하루 10시간 넘게 비구니스님들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오죽했으면 시신확인소 봉사자들이 스님들 없으면 무섭다고 자리를 지켜달라고 했겠습니까. 이웃종교인들이 자기 종교인만 챙기고 갈 때는 서운한 기분도 들었지요.

침몰 지역에 다녀온 가족들이 잠수부들이 잘 먹어야 아이들을 찾는데 기운을 낸다며 스님들께 음식요구를 해와 잠수부들이 철수하는 날까지 과일, 떡은 물론이고 수육, 통닭까지 바리바리 5일에 한 번씩 2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드려 제공했습니다. 잠수부들이 물에 들어가기 무섭다며 스님들 염주를 달라고 하여 무수히 손목에 채워드리고요.

종정스님을 비롯한 수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한 시간이라도 기도를 해야겠다며 찾아 왔으며 저 강원도, 경상북도 산꼴짝 스님들까지 찾아왔습니다. 결제철 수행 들어 가기전 팽목항에서 기도하고 공부 시작하겠다고 빗속에 찾아온 스님들…. 통도사, 해인사, 운문사, 동학사, 선운사, 금산사, 송광사, 화엄사, 백양사, 대흥사, 수덕사, 동국대, 중앙승가대, 청암사….

이루 다 기억할 수 없는 공부하는 수천명의 산중스님들이 찾아왔지요. 제 중노릇하면서 이렇게 뜨겁게 희망을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감사해서 눈물날 지경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구호물품들까지….

12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남아 있을 때 가을이 깊어질때쯤 쓸쓸하고 추위가 뼈속을 스치듯 할 때 두꺼운 파커가 팽목항에 도착했습니다. 조계종 아름다운동행에서 30여벌 보내오셨지요.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생계비도 각각 100만원씩 지급도 하고….

팽목항에서 관심이 멀어질 때 실제적인 구호활동으로 끝까지 남은 것은 불교계 구호활동뿐이었습니다. 천주교는 교황방한 이후부터 적극적 참여가 시작되었습니다.

언론에 드러나지 않는 활동들이었다고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팽목항이 잊혀질까봐 차가운 비바람 맞으며 하루 두 번씩 팽목항법당에서는 스님들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정봉주는 팽목항에서 불교활동이 없었다고 비판한 내용이 전해 와서 긴 이야기를 적습니다. 더 많은 내용들이 많지만 기억이 나는 대로 적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봉주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떠드는 나쁜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진실을 반쪽짜리로 만들어버리든지 진실을 쓰레기통에 버리게도 만드는 사람입니다.

세월호의 진실도 자신의 인기몰이나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희생자 가족들을 오해 받게하고 두 번의 억울함을 당하는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입으로만 정의와 세월호를 들먹거리는 영원히 나쁜 사람이 될 것입니다.

4월16일 오후 1시 팽목항 법당에서 1주기 추모법회를 합니다. 4월16일 점심 짜장밥(12시)과 저녁 떡국(5시)을 각 1500명분씩 준비하였습니다. 팽목항에 오시는 분은 누구나 먹을 수 있습니다. 지난달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도보순례한 가족들을 위해 3000명분. 4끼니를 보시했던 남원 선원사 주지 착한짜장 운천 스님이 또 제공합니다. 비용과 배식은 조계종긴급구호봉사잔에서 하고요.
 

[1290호 / 2015년 4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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