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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다리 잃고 계속된 수술로 정신 혼미

  • 상생
  • 입력 2016.05.09 15:50
  • 수정 2016.05.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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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콤쿤씨가 병마 속에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캄보디아 출신 콤쿤(31)씨가 몸을 웅크리며 끔찍한 괴성을 질렀다. 아무도 이유를 알 수 없다. 같은 병실을 쓰는 사람들의 항의로 격리실로 옮겨졌지만 그곳에서도 그의 괴성은 멈추지 않는다. 격리실 이동이 최근 들어 잦아졌다. 콤쿤씨를 바라보던 동생 콤좀란씨의 안색이 어둡다. 형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생업을 내던지고 한국에 온 그다.

캄보디아 이주민 콤쿤씨
한국 온 지 채 2달 만에
사고로 왼쪽 다리 절단
이어진 수술로 의식혼미
병원비 1600만원에 한숨

“끔찍한 사고와 계속된 수술로 정신혼미 증상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하고 있어요. 동생인 저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말도 못한 채 소리만 지르고 있는 형을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듭니다. 도대체 그날 공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콤좀란씨가 말하는 끔찍한 사고는 지난해 12월9일 일어났다. 콤쿤씨가 한국에 온 지 2달째로, 막 파주 근방 프레스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다. 거대한 물품이 콤쿤씨 왼쪽 다리로 떨어졌다. 현장에서 발목 아래가 으스러졌다. 긴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왼쪽 발목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첫 번째 수술 때까지만 해도 긍정적이었던 콤쿤씨였다. 비록 한쪽 발을 잃었지만 재활을 통해 충분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어서 퇴원해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날을 꿈꿨다. 하지만 수술이 2번 더 이어지며 상황은 악화했다. 콤쿤씨는 두 번째 수술에서 무릎 아래를 잃었고 이어진 세 번째 수술에서 무릎을 잃었다. 중환자실에 머무는 기간도 늘어만 갔다. 5개월 동안 3번의 대수술을 끝내고 중환자실에 장기간 머물며 콤쿤씨는 다리뿐 아니라 정신도 잃었다. 어느 날부터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던 동생을 알아보지도, 말도 하지 못했다. 몸을 비틀며 괴성을 질러대는 날이 이어졌다. 병원 측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없는 상황에서 콤쿤씨의 상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향에 있는 형수와 조카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예전엔 영상통화를 간간이 했지만 정신이 혼미해진 이후엔 엄두도 못 내요. 매번 병원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다고 둘러 말하고 끊어버리죠. 미래의 행복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참아내고 있는 형수가 너무 안쓰럽습니다.”

콤쿤씨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이제 막 돌을 넘긴 딸이 있다. 그는 아내와 딸을 프놈펜에 남겨둔 채 지난해 10월 한국에 왔다. 딸아이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던 딸은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아프기 일쑤였다. 마트에서 일하며 번 돈으로는 치료비는 물론 생활비조차 빡빡했다. 영어를 곧잘 해 관광객을 상대하는 일을 구했지만 딸아이의 병원비를 충당할 만큼 벌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딱 2년만 한국에서 돈을 벌기로 했다. 말리는 아내에게 “앞으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며 설득하고 왔건만 콤쿤씨는 고향에 돈을 한 번도 보내지 못한 채 한국에 온 지 2달 만에 사고를 당했다.

현재 콤쿤씨는 음식을 삼키지 못해 수액만으로 영양을 보충한다. 사고 전 60kg대 후반의 몸무게로 체격이 좋았지만 지금은 겨우 40kg으로 뼈만 앙상하다. 대소변도 가리지 못해 매일 좌약과 씨름하고 있다.

산재처리를 받는다고 하지만 계속된 수술과 중환자실 입원으로 병원비도 눈덩이처럼 늘었다. 현재 콤쿤씨가 감당해야 하는 병원비는 1600여만원으로 캄보디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다.

캄보디아 출신 린사로 스님의 도움으로 캄보디아 커뮤니티에서 도반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동생 콤존란씨의 생활비는 조금 마련할 수 있었다. 린사로 스님은 사고가 난 직후부터 틈틈이 콤쿤씨를 찾아와 위로와 쾌유기도를 하고 있다.

머나먼 타국의 병원에서 홀로 투병 중인 형 콤쿤씨를 위해 콤존란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기도밖에 없었다. 린사로 스님과 기도할 때마다 콤존란씨는 눈물을 쏟는다. 콤좀란씨는 걱정 가득한 손길로 형을 쓰다듬지만 콤쿤씨는 괴성만 지를 뿐이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4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43호 / 2016년 5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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