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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반출됐던 송광사 ‘오불도’, 제자리 찾는다

  • 성보
  • 입력 2016.09.01 10:09
  • 수정 2016.09.01 10:54
  • 댓글 0

미국인이 안국동서 구매한 뒤
2014년 포틀랜드박물관에 기탁
조계종·문화재청, 2015년 확인
박물관 측 협조로 기탁자 설득
2017년 상반기 한국반환 합의

▲ 조계종, 문화재청, 미국 포틀랜드박물관은 9월1일 “포틀랜드박물관에 ‘오불도’를 기탁했던 로버트 마티엘리(86세)씨가 원 소장처인 송광사로 돌아가도록 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도난당한 뒤 미국 포틀랜드박물관에 보관되고 있던 순천 송광사 ‘오불도’가 조계종과 문화재청의 노력으로 제자리를 찾게 됐다. 이는 조계종과 문화재청이 ‘불교 문화재 도난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이후 ‘선암사 동악당재인대선사 진영’을 환수한 데 이은 두 번째 성과다. 해외 소재 도난 불교문화재 환수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향후 환수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 문화재청(청장 나선화), 미국 포틀랜드박물관(관장 Brian J. Ferriso)은 9월1일 “포틀랜드박물관에 ‘오불도’를 기탁했던 로버트 마티엘리(Robert Mattielli, 86세)씨가 원 소장처인 송광사로 돌아가도록 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오불도’는 ‘오십삼불도’ 중 하나이다. ‘오십삼불도’는 ‘관약왕약상이보살경(觀藥王藥上二菩薩經)’을 근본경전으로 조성된 불화로, 송광사를 비롯한 일부 사찰에서만 전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희귀성을 인정받고 있다.

당초 송광사 불조전에 소장된 ‘오십삼불도’는 모두 7폭으로 ‘십삼불도’(2폭), ‘구불도’(2폭), ‘칠불도’(1폭), ‘오불도’(2폭)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에서 ‘오불도’ 2폭이 모두 도난 되어 현재 5폭만이 남아 있다. 도난 된 ‘오불도’ 2폭은 조계종이 1999년 발간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수록(104쪽)돼 있다. 미국 포틀랜드박물관에 기탁된 ‘오불도’는 송광사 불조전 왼쪽 출입문 벽에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오른쪽 출입문 벽에 위치해 있던 나머지 1폭의 ‘오불도’는 현재 그 소재를 확인할 수 없다.

기탁자인 마티엘리씨는 1960년대부터 30여년 동안 서울에서 화가, 조각가, 도예가, 미술교사 등으로 활동해 왔으며 우리나라의 전통미술과 공예에 매료돼 불화, 목가구, 민속품 등을 열성적으로 수집했다. 마티엘리씨에 따르면 1970년 초, 서울 안국동 골동품점에서 목가구를 구경하던 중 서랍장에서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구겨져 있는 ‘오불도’를 처음 발견했다. 2주 후, 다시 골동품점을 찾았을 때는 목가구는 팔린 상태였고 ‘오불도’만이 구석에 놓여 있었다. 마티엘리씨는 이를 구입해 보존처리 전문가를 통해 수리했고, 1985년 ‘오불도’와 함께 미국으로 돌아와 보관하다가 2014년에 포틀랜드박물관에 기탁했다.

문화재청 소속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4년 7월 미국 포틀랜드박물관이 소장한 한국문화재의 현황을 조사했는데, 2015년 5월 조사 자료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포틀랜드박물관에 기탁된 ‘오불도’가 도난 불화라는 것을 확인했다. 조계종과 문화재청은 2015년 7월 우호적 해결에 합의하고, 협상 권한을 문화재청에 위탁해 미국 포틀랜드박물관에 ‘오불도’가 도난 문화재임을 알렸다. 또한, 문화재청은 ‘오불도’가 송광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포틀랜드박물관이 중개자가 되어 마티엘리 부부를 설득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화재청의 요청을 받은 포틀랜드박물관은 마티엘리 부부를 찾아가 문화재청의 입장을 전했고, 마티엘리 부부는 ‘오불도’가 도난 불화라는 것을 알고 송광사로 돌아가는 데 적극 동의했다고 전한다. 발견 당시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진 상태였기 때문에 마티엘리 부부의 한국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보존 노력이 아니었다면 ‘오불도’는 지금까지 남아있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올 5월17일 포틀랜드박물관에서 마티엘리 부부, 문화재청, 포틀랜드박물관이 직접 만나 마티엘리 부부의 공로를 기념했다. 또 ‘오불도’가 한국과 미국 간 상호 이해와 문화교류의 모범사례로서 미국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특별전과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로 했으며 2017년 상반기 중 한국 반환을 합의했다.

특별전은 9월3일~12월4일, 심포지엄은 12월3일 포틀랜드박물관에서 열린다. 심포지엄에서는 로버트 버스웰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한국불교와 송광사’를, 마야 스틸러 캔자스대 교수가 ‘오불도와 한국의 불교의식’을 주제로 각각 강연한다. 조계종과 송광사는 2017년 상반기에 개최될 ‘오불도’ 봉안식에 마티엘리 부부와 포틀랜드박물관 관계자를 초청해 불화 보존과 반환 노력에 대해 감사를 표명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조계종과 문화재청이 지난 2015년 3월 미국 경매에 출품된 도난 불화 ‘선암사 동악당재인대선사 진영’을 협력을 통해 같은 해 6월27일 환수한 이후 두 번째 성공사례”라며 “‘오불도’ 반환 합의는 마티엘리 부부의 불화 보존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포틀랜드박물관의 적극적인 중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와 함께 ‘불교문화재 도난백서’ 발간 등 조계종의 불교문화재 도난 방지에 대한 노력이 이룬 성과”라고 강조했다.

조계종은 “앞으로도 외국에 소재하는 도난 불교문화재를 적극 환수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며 “특히, 2017년 상반기까지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를 증보하고 영문판으로 발간해 미국, 프랑스 등 180여 개국과 국제형사경찰기구, 국제박물관협의회 등 국제기구에 배포함으로써 불교문화재의 도난 방지와 환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58호 / 2016년 9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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