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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 탐욕의 시대 맑힐 죽비로 돌아오다

  • 불서
  • 입력 2017.01.16 10:37
  • 수정 2021.03.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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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평전’ / 김택근 지음·원택 스님 감수 / 모과나무

‘성철 평전’
‘성철 평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혼탁한 불교계 안팎의 무질서한 모습을 바로잡고자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눈푸른 납자들이 봉암사 결사를 시작한지 70년이 지난 오늘, 결사를 주도했던 성철 스님이 탐욕스럽고 혼란스러운 이 세상을 경책할 장군죽비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강조했던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 사상
오롯이 담아낸 첫 ‘평전’ 발간

고 김대중 평전 저자 김택근
스님 발자취 추적해 삶 복원

청빈과 철저한 계행 일관한 삶
이 시대 맑혀줄 청량제 될 듯

20세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인물 성철 스님.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 추앙받는 스님은 생전에 ‘자기를 바로봅시다’ ‘남을 위해 기도합시다’ ‘남모르게 남을 도웁시다’라는 가르침으로 혼탁했던 시대에 삶의 방향성을 제시했었다. 때문에 스스로 청빈한 삶과 철저한 계행으로 일관하고, 후학들에게도 엄격하기 그지없어 ‘가야산 호랑이’로 불렸던 스님이 1993년 11월4일 “참선 잘하그래이”라는 말 한 마디 남기고 열반에 들자, 세상은 시대의 스승을 잃은 슬픔에 목 놓았고 20만명 이상이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그렇게 떠나면서도 출가수행자들에게 제 역할을 다해 세상의 지남이 될 것을 당부했던 스님이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지금, ‘성철 평전’으로 다시금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봉암사 결사로 불법의 당간을 새롭게 세운 후로 70년, 깨달음의 요체를 백일법문으로 풀어놓은 지 50년 만이다.

“지구별에 여행을 와서 자국이 가장 적게 패인 삶을 살았으면서도 가장 깊은 향기를 남긴 분”으로 기억하는 언론인 김택근이 스님 삶의 궤적을 되짚은 끝에 삶과 사상, 그리고 깨달음과 가르침을 오롯이 담아 성철 스님을 다시 이 세상에 화현시킨 것. 저자 김택근은 경향신문 문화부장과 종합편집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하며 대중의 아픔과 고통을 대변한 ‘진실한 기자’로 회자될 정도로 강직했기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집필 참여를 요청받아 ‘새벽 : 김대중 평전’을 펴냈던 언론인이다. 그런 저자의 손끝을 통해 다시 대중 앞에 나툰 성철 스님은 탐욕과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자기를 속이지 말라”고 일갈하며 경책의 죽비를 내리치고 있다. 

저자가 추적한 스님의 삶은 1912년 태어난 이래 출가 수행자로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군부독재, 민주화 등 우리 민족의 파란만장했던 근현대사 한복판을 관통했다. 그렇게 혼란스럽고 피폐했던 시기를 거치면서도 오로지 수행에 매진했던 산승은 산문을 나서지 않았으면서도 세상을 꿰뚫어 보는 지혜로 한국불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성철 평전’ 속 스님은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대를 함께 살아간 불자와 민중들에게 지혜의 가르침으로 희망을 주었고 자체로 빛이었다. 특히 평생 누더기 한 벌을 걸쳤던 청빈한 수행자는 봉암사 결사로 옛 성현들이 걸었던 길을 찾아내 꽃길이 아닌 험난한 길을 따라 걸었고, 누구나 평등한 인간임을 삼천배로 가르쳤다. 사회적 지위고하와 남녀노소, 부자나 가난한 이를 막론하고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삼천배를 시켰다. 감투와 돈 보따리는 소나무에 걸쳐두고 몸만 올라오라는 뜻이다. 그래서 스님이 머물렀던 곳에서는 어떠한 특권도 없었고, 불평등 역시 존재할 수 없었다. 때문에 지금 이 혼돈의 시대에 대중 곁으로 다시 찾아온 스님은 그 자체로 세상을 맑혀줄 청량제라 할 수 있다.
 

▲ 우리 곁에 왔던 부처 성철 스님의 삶과 사상을 오롯이 담아낸 ‘성철 평전’이 출간됐다. 김택근 작가가 복원한 스님의 삶은 그 자체로 세상을 맑혀 줄 청량제이자, 혼돈의 시대를 경책하는 죽비와 같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저자는 성철 스님과 관련된 100여권의 문헌을 섭렵한 것을 비롯해 스님이 수행했던 곳이라면 가깝고 멀고를 가리지 않고 찾아 나섰으며, 맏상좌 천제 스님을 시작으로 성철 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만나면서 스님의 삶과 사상을 담아내려 혼신의 힘을 다했다. 따라서 저자가 옮긴 ‘성철 평전’에는 근현대 한국사와 한국불교사가 그대로 녹아 있고, 시대를 함께한 향곡, 자운, 청담 등 선지식들의 가르침까지 엿볼 수 있다.

성철 스님의 삶을 따라 나섰던 저자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도덕적 타락과 정의감 상실에서 오늘의 비극이 생겨났고, 종교 역시 세속에 깊이 물들어 있다”고 오늘의 시대상을 진단하고, 스님의 가르침에서 새롭게 출발 할 때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자가 전한 스님의 가르침은 자기가 부처임을 알고 자기 내부의 고귀한 마음을 찾으라는 ‘자기를 바로 봅시다’, 깨달았으면 이타행을 실천하라는 ‘남모르게 남을 도웁시다’, 이기주의를 버리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남을 위해 기도합시다’ 등 세 가지다. 성철 스님의 이같은 가르침이 이 시대에 선한 기운을 전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도 함께했다.

1월12일 ‘성철 평전’ 출간 기자간담회 자리에 앉은 저자는 “성철 사상을 흡수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지난한 작업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 자료와 증언의 부족으로 봉암사에서 나올 때 모습과 성전암에서의 동구불출 10년을 상세히 서술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해 삶을 복원하려 노력했고 그 격동의 삶을 살아낸 선지식을 추적하면서 희열과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음을 강조하며, 스님의 선사상이었던 ‘돈오돈수’ 또한 확철대오 없이 견성을 주장하는 수행자들에 대한 경책의 의미였을 것이라고 개인적 해석을 덧붙였다.

책을 감수한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의 저자 원택(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스님도 “큰스님의 첫 평전인 이 책은 역사 속 스님을 생동감 있고 가감 없이 진솔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마치 스님이 다시 오셔서 밥값 내놓으라고 죽비를 내리치시는 것 같다”며 불자의 길을 여여하게 걸어가라는 생전의 경책을 회고했다.

‘성철 평전’은 봉암사 결사 70년, 백일법문 50년 만에 우리 곁에 다시 온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 모두가 진실한 삶, 그리고 이웃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안내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혼돈의 시대에 ‘성철 평전’이 필요한 이유다. 3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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