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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종상의 ‘산 위에서 보면’

기자명 신현득

생활·사물 깊이 있게 관찰한 시인이
놀라운 관찰력으로 쓴 판타지 테마

산 위에서 보면
학교가
나뭇가지에 달렸어요.

새장처럼
얽어 놓은 창문에
참새같은 아이들이

쏙, 쏙…
얼굴을 내밀지요.

장난감 같은 교문으로
재조갈 재조갈
떠밀면 날아나오지요.

학교가 나뭇가지에 달리고
꼬마들은 작은 날개의 참새
창문은 얽어논 새장 문이 된
숨은 재미 찾은 ‘시의 포착’

이 시 작품은 196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부 당선작이다. 심사위원 윤석중 시인은 이 시를 두고, 내용에 담긴 동심이, 움직이는 한 폭의 그림이라는 소감을 말했다.

지은이 김종상(1935~ ) 시인은  불심이 놀라워, 법명까지 불심(佛心)이라 했다. 그는 동심이 곧 불심이라는 믿음으로 동시의 대작을 창작해온 시인이다. 동심이 가장 순수하다는 뜻에서 불심에 견준 것이다.  
 
이 시의 화자이자 작자는 불심거사 김종상이다. 불심거사가 산 위에서 불심으로 산 아래를 내려다봤다. 산 아래에는 학교가 있다. 

‘조-기 학교가 있네. 천진동자, 꼬마들이 운동장에서 뛰놀고 있네. 창문을 열고 내다보는 꼬마들도 있군. 지금 쉬는 시간인가봐.’

꼬마 동자들 움직임이 잘 보이는 걸 보면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닌 것 같다. 지금 이것은 소재에 대한 관찰이다. 시인은, 특히 동시를 창작하는 동시의 시인은 생활과 사물을 깊이 있게 관찰해서 시를 얻는다. 어디에 재미가 숨었는가를 살펴서 재미를 잡아내는 것이다. 이를 ‘시의 포착’이라 한다.

동시 창작은 재미를 찾아 시를 빚는 작업이며, 재미를 녹여서 시를 만드는 일이다. 동시 읽기는 시 속에 들어가 시 속에 놓인 재미를 맛보는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시인은 놀라운 포착을 한다. 그것은 학교가 산위의 나뭇가지에 매달렸다는 판타지 테마다. 학교가 나뭇가지에 매달렸다는 사실에서 시가 시작된 것이다.

판타지는 불가능이 없는 세계다. 시간이 역류되어 가을 다음에 여름, 봄이 오는가 하면, 나무가 걸어다니기도 한다. 과일나무가 자기 몸에 기생하는 해충을 스스로 잡아 없애고, 과일을 쓰다듬어가며 키운다. 키운 과일을 광주리에 담아 들고 사람의 집에까지 나른다. “잘 익힌 과일입니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까지 하는 게 판타지의 세계다. 

시를 얻은 순간을 두고 시를 포착했다는 표현 외에 ‘시가 왔다’는 말을 쓰기도 한다. 시가 온 그 순간은 시에 도취된 순간이며, 감각을 여읜 삼매의 경지다. 이때에 시가 자기 몸을 통과하는 느낌을 갖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시가 머리 위에 와서 놓이는 느낌을 갖는 시인도 있다. 경련을 경험하는 시인도 있다고 한다.

화자인 김종상 불심거사는 이처럼 도취된 느낌으로 나뭇가지에 달린 학교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또 한 번 놀라운 사실을 본다. 학교 꼬마들이 새가 돼 있는 것이다. 작은 날개의 참새들이다. 불심으로 보니 그렇게 보인다. 그 생각은 놀라운 재미다.

학교는 꽤 큰 부피를 가진 참새 새장이 돼버렸다. 창문은 얽어 놓은 새장 문이다. 참새들은 퍽 시끄럽게 재조갈댄다. 부처님 눈으로 중생을 보면 그처럼 귀엽게 보일 것이다.

‘재조갈 재조갈’‘째조갈 째조갈’

참새로 몸을 바꾼 동자들이 시끄럽게 수다를 떨며 서로 밀면서 새장 문을 날아 나온다. 산으로 우우 날아와서 나뭇가지에 앉으려는 것인 듯하다.  

이처럼, 동시의 창작 작업을 한곳에 통합하면 ‘재미’라는 한 낱말에 모인다. 그것이 동심이며 불심이다.

동시 ‘산 위에서 보면’으로 문학을 시작한 불심거사 김종상 시인은 원로 아동문학가로서 많은 시작품과 저서를 냈다. 불교 아동문학 발전에도 공적이 크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377호 / 2017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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