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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빈집에 거주…투병하다 홀로 병사하기도

  • 교계
  • 입력 2017.03.03 23:37
  • 수정 2017.03.06 17:14
  • 댓글 2

[집중취재] 갈 길 먼 승려 노후복지

조계종 스님 40% 대책 없어
스님 노후불안도 최고 수준
선방 수좌들도 노후는 막막
조계종 복지법 여전히 미흡
노스님 주거 문제도 과제

 A스님은 2014년 암 진단을 받았다. 세납 72세, 건강보험료의 오랜 미납으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치료는 포기했다. 한평생 수좌로 살아왔지만 병세가 깊어지면서 안거에도 들지 못했다. 속가 동생의 도움으로 작은 토굴을 마련했다. 스님은 홀로 투병하다 지난해 입적한 채 발견됐다.
 
지난해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입적한 80대 B스님도 수좌였다. 입소 당시 치매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머리 긴 행려병자로 거리를 배회하던 스님을 옛 신도가 알아보고 정토마을로 인계했다. 조계종 재적승임에도 결계신고가 안 돼 스님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정토마을에 입소했을 당시 스님은 본인의 인적사항에 대해서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스님이라는 사실과 법명만은 잊지 않았다.
 
덕망 높은 큰스님도 노후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모 교구본사에서 후학 양성에 매진해 온 C스님은 최근 암 진단을 받은 후 소임을 내려놓고 본사를 떠났다. 편치 않은 몸으로 사중에 머무는 것이 대중 스님들에게 피해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스님은 마땅한 거처를 찾지 못하다가 인연이 닿은 한 사찰에 몸을 의탁한 채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평생 수행과 전법에 매진하던 노스님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조계종이 2010년 승려복지법을 제정·공포한 데 이어 승려복지회를 주축으로 스님 의료비와 건강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등 기초적인 보장체계를 구축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성직자 노후보장 실태와 국민연금 가입제고 방안’ 보고서에서도 스님들은 다른 종교 성직자들에 비해 노후문제를 더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성직자 가운데 ‘노후가 걱정된다’는 비율이 스님은 40.8%로, 개신교(34.0%) 가톨릭(14.2%) 성직자에 비해 가장 높았다. 이 중 ‘매우 걱정된다’고 답한 스님이 15.9%로, 가톨릭(1.5%) 개신교(7.3%)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노후를 대비한 준비도 스님들이 가장 열악했다. 설문조사에서 현재 준비 중인 노후수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스님의 45.5%가 ‘없다’고 답했다. 이는 이웃종교의 두 배 수준이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제도에 가입한 비율도 스님들은 31.8%에 그쳐 가톨릭 신부(55.6%), 개신교 목사(34.7%)에 비해 저조했다.
 
이와 관련 유희원 연구위원은 “조계종이 승려 노후복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해 왔지만 아직 체계적인 노후보장제도를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스님 대부분이 공적 노후보장체계인 국민연금 적용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종단이 자체예산을 통해 노후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조계종 승려복지회가 시행하고 있는 의료비·국민연금보험료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결계 신고, 포살 참여 등 종단 소속 스님으로서 최소한의 행정적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사중에 거주하지 않는 70대 이상 스님의 상당수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치매·중풍으로 거동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승려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국민연금의 경우 스님들은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개별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데다, 최소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승려노후복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따른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무엇보다 노스님들의 주거 문제도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병환으로 사중 생활이 어려운 노스님들은 수행과 요양을 병행할 수 있는 안정된 공간이 필요하지만, 노스님을 위한 전용시설 자체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승려복지회가 시설 건립을 유도하기 위해 교구본사 차원에서 전용 주거시설을 마련할 경우, 운영비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조계종 선원수좌선문화복지회도 수좌 노스님들을 위한 원로선원 건립을 추진 중이지만, 재정, 부지 확보 등 과제가 남았다. 일각에서는 공동 생활을 꺼리는 스님들의 인식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돕고 보살피는 승가공동체 문화가 해체되면서 가난하고 병든 노스님들은 어쩔 수 없이 1인 토굴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승려 노후를 위한 시설 인프라 구축은 더디게 진행되는 반면, 노스님 비율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조계종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65세 이상 스님 수는 1438명, 2015년에는 2140명으로 급증했다. 종단 재적승 현황이 40~50대에 집중된 항아리형 구조임을 감안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정토마을 이사장 능행 스님은 “그나마 종단과 교구본사 차원에서 승려노후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스님들이 있다”며 “홀로 시골 빈집이나 토굴에 거주하는 노스님들은 결계 신고는커녕 승려증도 없이 사는 경우가 다반사인 데다, 치매·중풍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막막한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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