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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김영일의 간결한 시 ‘노랑나비’

기자명 신현득

동시, 정형시서 자유시로 바꾼 시인
시 흐름도 나비의 날개처럼 팔랑여

꽃 피고, 나비 춤추는 계절이 되었다. 온갖 자연이 초록빛깔로 꽃빛깔로 서로 바라보며 반가와 웃고 있는 그 사이를 나비가 날고 있다.

나비 행동을 환상적으로 묘사
노랑나비 선택 애쓴 흔적 역력
초파일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자랑할만큼 불교 관심 둔 작가

나비 날고 꽃 필 때의 명절은 부처님오신날이다. 3천 년 전 부처님이 룸비니동산 꽃향기 속에서 우협탄강하시고,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첫 법문을 펴신 그날이 지구촌의 큰 명절이다. 

꽃과 나비에 어울려 초파일 봉축 등이 거리마다 주렁주렁 열린 때에, ‘노랑나비’의 시 한 편을 감상하기로 한다.   
 
‘노랑나비’   김영일

나비
나비
노랑나비
꽃잎에서
한잠 자고

나비
나비
노랑나비
소뿔에서
한잠 자고

나비
나비
노랑나비
길손 따라
훨훨 갔네. 

-김영일 동시집 ‘다람쥐’(1963, 154쪽)

나이가 든 한국 국민이라면 이 시가 낯익다. 국민학교 국어책에 교재로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시에서 나비의 행동이 아주 환상적이다. 나비가 꿀 따는 일을 하며 꽃잎에 머무는 시간을 길게 잡았다. 아주 한 잠을 푹 잔 것.

다시 나비는 쇠뿔에서 머문다. 또 한 잠을 잔다. 쇠뿔에서 한 잠을 잔다는 표현에서 강하게 시를 느낀다. 그러다가 노랑나비는 길손을 따라 훨훨, 자유를 찾아간다. 전체 시의 흐름이 나비의 날개처럼 팔랑이고 있다.

다시 한 번 ‘노랑나비’의 구성을 보자. 소재의 선택, 시어의 선택, 행 바꿈, 연 바꿈에서 암시와 의미와 그럴만한 이유가 따른다. ‘노랑나비’의 작자 김영일 시인의 입장에 서서 제목의 선택 하나만을 살펴보자.    

제목의 선택에서 노랑나비, 흰나비가 대상이 됐을 거다. 이 두 나비는 똑같이 봄을 장식하는 시어가 될 수 있다. 두 나비에서 노랑나비는 네 음절, 흰나비는 세 음절이다. 네 음절의 울림이 아무래도 더 크다. 노랑나비는 가운데에 울림소리 이응(ㅇ)이 있다. 흰나비도 앞 음절에 울림소리 니은(ㄴ)이 있다. 그러나 이응 쪽 울림이 니은 쪽보다 강하다. 

나비날개의 빛깔을 보자. 흰 것과 노란 것을 견주어보면, 노란 것이 시각적 효과가 낫다. 이런 여러 요건을 따져서 ‘노랑나비’를 시어로 선택, 제목에 앉혔던 것이다. 이 시는 제목 노랑나비의 선택에서부터 애쓴 흔적이 보인다.  

동시 ‘노랑나비’의 작자 김영일(金英一)은 1914(갑인)년 초파일에 태어나, 일흔 하나의 나이(1984)로 세상을 떠난 아동문학가요, 시인이요, 동화작가였다. 그는 자주 초파일이 생일이라는 자랑을 할만치 불교에 관심이 많았던 시인이었다. 아동문학에서 정형시인 동요시의 역사를 자유시인 동시로 바꾸는 데에 선봉에 섰던 시인이기도 했다.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 시행을 짧게 쓰고 암시를 두어야한다. 그 암시 속에는 보이지 않는 것과 볼 수 없는 것,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짧은 표현이라 해서 절대로 부족한 것이 아니다’라는 그의 주장은 오늘에 와서 동시창작의 기법이 되고 있다.

국민의 동요가 된 ‘산골짜기 다람쥐’(박재훈 곡), ‘방울새’(김성태 곡), ‘나팔 불어요’(이계석 곡), ‘구두 발자국’(나운영 곡) 등이 김영일의 시로 된 동요이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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