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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불교 내부갈등 조장 나섰나

  • 교계
  • 입력 2017.08.21 13:48
  • 수정 2017.08.23 16:32
  • 댓글 54

윤영찬 수석, 명진 스님 농성장 방문
친분 과시하며 불교 문제 개입 시사
불교계 사실상 ‘종단개입’ 비판 확산
문재인 정부 ‘친 가톨릭’행보도 도마

조계종으로부터 제적의 징계를 받은 명진 스님이 서울 조계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윤영찬 청와대 수석이 농성장을 방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불교 내부문제에 개입한 것으로 해석돼 정교분리의 원칙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불교계 내부혼란을 정부가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교계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윤영찬 수석은 8월18일 밤 조계사 앞 단식 농성장을 찾아 명진 스님과 40여분간 면담을 진행했다.

윤 수석은 이날 “오랜 친분이 있는 명진 스님이 단식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명진 스님은 ‘적광 사미 폭행사건’과 자신이 봉은사 주지에서 물러날 때 국정원이 사찰했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윤 수석은 ‘개인 친분차원에서 방문했다’는 자신의 말과 달리 수첩을 꺼내들어 “사건의 진상에 대해 잘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종교 내부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윤 수석과 명진 스님의 이 같은 대화내용은 교계 인터넷매체 등이 전하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들 매체는 ‘윤 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입으로 불린다’ ‘문재인 정부 100일 동안 조계종 총무원을 찾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한 명도 없었다’는 수사를 동원하며 이들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상 종단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명진 스님의 징계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고, 개입할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하는 듯 비춰졌다.

그러나 윤 수석과 명진 스님의 만남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교 내부에서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도 불교내부 문제에 관여하면서 불교계 내부가 더 큰 혼란을 맞고, 결국 내분사태를 맞았던 일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1980년 신군부가 자행한 10․27법난은 대표적인 정권의 종교개입 사례로 꼽히고 있다. 10․27법난 당시 전두환 등 신군부가 중심이 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 합동수사본부는 “불교계 비리를 수사해 달라는 투서가 쇄도했다”며 “이를 수사한다”는 명분으로 군홧발로 법당에 난입해 무고한 스님들을 강제로 연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이후 10․27법난 진상조사결과 불교계 내부 비리 투서는 대부분 무고로 밝혀졌지만, 이 사건으로 불교계는 치욕의 상처를 안게 됐다.

물론 시대가 바뀌어 현 정부가 과거 전두환 정권처럼 군대를 동원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번 윤영찬 수석의 행보는 정부 차원에서 종교내부의 갈등을 부추겨 사회적 문제로 비화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출범초기부터 가톨릭에 편향된 성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물한 묵주를 들고 함박웃음 짓고 있다. 문재인닷컴 캡쳐.
문 대통령은 출범 초기 로마교황청에 이례적으로 특사를 파견했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이 교황청에 특사를 파견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물한 묵주를 들고 함박웃음 짓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기도 했으며, 청와대 사저에 신부와 수녀를 초청해 ‘축복식’을 진행하는 등 자신이 가톨릭 신자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도종환 문재인 정부 문체부 장관이 7월21일 명진 스님을 비롯해 ‘명진스님의 징계철회’를 주장하는 일부 인사 등과 만나 ‘불교계 현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김재원 문체부 종무실장이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불교계 현안을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진화에 나서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윤 수석이 다시 명진 스님의 단식농성장을 찾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불교내부 개입’의혹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는 “청와대 수석이 명진 스님의 단식농성장을 찾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설령 현 집행부에 잘잘못이 있고, 명진 스님과 친분이 있다고 해도, 정부가 종단 내부의 일을 관여하는 것은 정교분리 원칙을 위배할 뿐 아니라 불교 자주성을 심각히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한 원로 선원장 스님도 “청와대 수석이 어떤 생각으로 명진 스님의 농성장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부가 불교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차원의 공식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보신문은 윤영찬 수석의 해명을 청취하기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05호 / 2017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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