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서 불교영화의 배경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찰은 범어사와 봉정사 그리고 낙산사이다. 부산 금정산 범어사는 불교영화사에서 크게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사료를 잘 살펴보면 유서 깊은 사찰 중의 사찰이다. 1918년에 외국인이 부산의 전경을 촬영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1920년에는 서울의 단성사에서 ‘부산의 범어사’가 상영되었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은 서울 영화인의 피난지였으며 영화 제작의 중심이었다. 후방인 부산에서 수편의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그 중 대표작이 범어사에서 현지 촬영된 ‘성불사’(1952)이다. 이 작품은 현재 필름
서양에서 꿈은 이루지 못한 소망을 대체하는 무의식의 얼굴이다. 동양에서 꿈은 현실의 덧없음을 설득하는 교육의 장이다. 장자는 호접지몽(胡蝶之夢)을 통해, 현실은 어쩌면 나비가 꾸는 꿈일 수도 있으며 우리는 꿈 속에 나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불교에서 꿈은 ‘마치 불로 모든 초목을 태워서 그 자취까지 없애도록 하는 것’과 같이 일체 무상함을 일깨우는 경구로 소환된다. 배창호의 ‘꿈’은 제행무상을 깨닫게 되는 조신의 꿈으로 요약된다. 이 작품은 삼국유사의 조신 설화를 배경으로 춘원 이광수가 집필한 소설이 원작이다. 196
전문점은 대표 상품을 간판으로 내세운다. 홍삼 전문점에서는 홍삼을 구입하고 칼국수 전문 식당은 칼국수를 주문해야 선택에 실패하지 않는다. 가끔 인생은 소문난 한식집보다 골목 식당에서 별미를 만날 수 있고 정해진 길보다 우회로가 더 지름길에 가까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흥행 대작보다 저예산 독립영화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으며 칼국수 전문식당에서 덤으로 주문한 물만두가 더 식감이 좋을 수도 있다. 대중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예술영화와 흡사하게 전면적으로 표방한 불교영화보다 하나의 시퀀스로 더 설득력있게 불교의 교리를 담아낸 대중
한국영화의 흥행은 가족 신파가 핵심이다. 가족 신파는 가족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위기의 원인은 경제적 파산으로 인한 가난이거나 전쟁과 재난 같은 외부 사건으로 인한 가족의 붕괴다. 가족의 복원은 해피엔딩으로, 가족의 복원 실패는 언해피엔딩이라는 공식으로 귀착된다. 한국영화에서 가족의 범위는 확장된다. 동일한 곳에 거주하는 혈연 공동체 뿐 아니라 직장의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부서원도 유사 가족으로 확장된다. 심지어 조직폭력배의 조직원도 유사 가족이다. 그들은 가족의 호칭으로 호형호제한다.1000만 관객의 지지를 받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김태리 분)은 고향에 도착하여 요리를 한다. 그가 먹은 음식은 식욕도 정신의 허기도 모두 달래준다. 혜원은 서울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자신이라는 나무를 이식할 숲을 찾는다. 그러다 문득 집을 떠난 어머니의 숲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그동안 엄마에게 자연과 요리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람이 엄마의 작은 숲이었다”는 사실이었다. 혜원은 자신의 숲을 찾아 서울행을 택했지만 결국 귀향하여 정작 자신의 숲은 지금 살고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 자신의 숲을 찾는 여행자이다. 윤용규의 ‘마음의 고향’
이창재 감독은 ‘미국제국침략사’(2003)라는 단편영화로 한국영화계에 등장하였다. 필자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그 작품을 접하고 감독과 짧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후 그는 ‘사이에서’(2006)로 이름을 알렸고, 결국 2017년 ‘노무현입니다’로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의 위상을 굳혔다.푸른영상의 김동원 감독이 ‘다큐멘터리는 사회를 비판하는 무기여야 한다’는 명제로 맏형 역할을 맡아왔다면 이창재 감독은 ‘다큐멘터리의 덕목은 사실의 재현이다’는 본령에 충실하였다.‘길 위에서’는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첫 장면 깊은 밤 법당에서 스
임권택은 한 길을 걸어왔다. 그 길은 영화다. 영화는 그에게 예술이며, 인생이었으며 심지어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존재증명이었다. 영화는 그의 전부였다. 때문에 그는 영화의 길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으며 다른 길을 상상도 하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그의 영화에 길을 걷는 주인공들이 한여름의 매미 울음소리만큼 가득하다. 심지어 임 감독은 서양식 로드무비(road movie)가 아닌 길 영화로 명명하여 카메라로 길을 넉넉하게 담아냈다.그에게 영화는 삶의 길이며 종교에 근접해갔다. 예술의 신앙화는 그를 종교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