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납 여든 넷, 법납 일흔인 광우 스님(光雨·84·사진)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여럿 달고 다닌다. 얼굴 가득 꽃을 피운 주름 만큼이나 세월은 흘러 이제 교단은 안정되고 수행의 기틀도 마련돼 최초라는 수식어가 훈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스님의 양 어깨에 걸려 있는 최초라는 수식어는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했던 신산(辛酸)의 가시밭길이었다. 광우 스님의 삶이 일제 이후 이어져 온 비구니계의 산 역사라는 상찬도 이래서 나온 것이다. 스님은 일제 강점기가 채 끝나지 않은 민족의 수난기인 1939년 직지사로 출가했다. “교과서는 그렇게 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더니, 경전은 독경 소리만 들어도 절로 외워졌다”고 하니 전공은 제대로 찾은 셈이었다. 출가 이후 스님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마치 기네스북의 기록
차는 더 이상 사치품이나 특수 계층의 유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나 청량음료로부터 발길을 돌려 차를 찾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맞춰 시중에는 ‘차’를 주제로 한 수많은 ‘차 음료’가 시판돼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는 것에 비해 차에 대한 정보, 우리 상식의 수준이 관심의 증가추세를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눈에 띄게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중국차의 세계에 대해서는 어디서부터 이해의 가닥을 잡아 나아가야 할지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막막한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중국을 다녀온 후 또는 중국을 여행하고 온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건네는 선물중의 하나가 바로 중국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차이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선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늘고 있다. 덕분에 사찰의 템플스테이와 참선수련회는 대웅전의 문턱이 닿도록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관심이 는다고 선의 정신이 바르게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타래처럼 얽힌 삼독(三毒)의 굴레를 한자루 ‘화두’로 잘라버리는 사무치는 선의 본래 의미가 사라지고, 선이 정신이나 육체의 건강을 위한 스포츠쯤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참선을 하면 마음과 몸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삶 또한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그것이 선이 갖는 본래 목적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바다를 삼키고 허공을 토해 내는 역발산(力拔山)의 기개가 사라진 선을 어떻게 올바른 의미의 선으로 간주할 수 있겠는가. 이제 선에 입문한 이라면, 혹은 스포츠로 전락한 선
세계적인 석학으로 옥스퍼드대학 동양학부 교수이자 팔리경전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곰브리치(R. Gombrich·사진) 교수가 한국을 방문해 불교에 대해 집중적으로 강의한다.동국국제하계대학(DISS)은 7월 3일부터 15일까지 곰브리치 교수를 초청해 수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10일간 하루 3시간씩 동국대에서 붓다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강의한다고 밝혔다. 현재 옥스퍼드불교학센터 교수 및 영국불교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곰브리치 교수는 불교에 대한 인류학적, 문헌학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학자로 이번 강의에서는 붓다의 생애와 사상을 중심으로 인도불교의 기원과 발전을 단계적으로 조망하게 된다. 특히 불교 및 인도철학에 대해 심도 있는 이해는 물론 서구 불교학 연구 동향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김선근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는 6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사)한국불교학회 제18대 회장으로 취임하고 “정법을 보편화하는 학회, 교단을 빛나게 하는 학회, 불교를 세계화하는 학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이취임식에서 김 회장은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해 매일 2시간씩 법화경 사경과 108배를 하고 있다”며 “불교계의 대표적인 학회인 한국불교학회가 한국불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밝은사람들’이 6월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연찬회. 욕망은 모든 생명체가 지닌 공통적인 속성이다. 욕망이 없으면 생명 자체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욕망은 단순한 금욕주의나 쾌락주의적인 차원을 넘어 욕망 자체가 인간과 생명을 이해하는 기본 입각점이 될 수 있다. ‘밝은사람들’이 6월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연찬회는 욕망을 어떻게 이해하고 조절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장이었다. 먼저 초기불교 입장에서 욕망 문제를 검토한 정준영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초기경전에서 욕망을 지칭하는 어휘로 감각적 욕망
가장 아름다운 연극은 잘 짜여진 연극 자체가 아니라 개별적인 사람들의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무대 위에 그려지는 연기자들의 인위적 행위가 인생의 한판 소용돌이 속에서 울고 웃는 삶의 리얼리티를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다. 정수리에 찬물을 쏟아 붓 듯, 소름 돋는 경책도 딱딱한 경전보다 피가 돌고 살이 돋는 삶의 현장이 제격이다. 평생을 치열한 수행으로 일관하신 큰스님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터이다. 백문(百聞)보다는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다. 두 권으로 구성된 『신심』, 『원력』은 운력, 염불, 간경, 참선 등 매일을 한치의 나태함 없이 살고 있는 혜인 스님의 ‘몰록’거리는 깨달음과 아름다운 수행의 모습을 기록한 작은 잠언집이다. 수행 중간 중간 느꼈던
불교 의례는 한문 중심의 경전과 의식집, 독특한 운율의 독경 때문에 절에 오래 다닌 불자라 하더라도 자신감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이런 어려움의 극복을 위해 많은 이들이 의식의 한글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주 여래암 주지 범산 스님의 『21C 불자 자가 기도법』은 이렇게 의식이나 기도에 자신이 없어 하는 불자들을 위한 책이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가정에서 혼자서도 너끈히 의식을 모시고 기도를 할 수 있는 쉬운 편집과 구성, 친절한 해설이 특징이다. 범산 스님은 “불공이나 기도가 불자들의 생활과 유리되고, 또한 스님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것이 안타까워 책을 발간하게 됐다”는 말로 출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책은 삼귀의, 찬불가, 예불문 등 기본 상식에서
영주암 회주 정관 스님의 12번째 법문집이 출간됐다. 『본래지(本來知) 마음이 신(神)이다』는 단순하게 법문을 풀어 쓴 내용이 아니다. 하루 8시간 이상을 철저하게 정진하며 스님이 직접 틈틈이 정리한 원고를 모아 책으로 발간한 것. 특히 저서에는 스님의 처소명인 ‘본래지당’의 ‘본래지(本來知)’에 담긴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스님은 “세세생생 나와 함께 하는 것이 본래지(本來知)며, 본래지가 무아(無我)이며, 무아의 경지가 신(神)이고 종교(宗敎)”라고 강조한다. 또 스님은 의심이 붙지 않는 참선수행자들에게 ‘송화두(誦話頭)’를 제안한다. 책의 서두에도 스님이 화두를 드는 과정과 송화두의 이치를 기록했다. 9,000원.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명정 스님의 차와 선을 주제로 한 에세이집이 출간됐다. 『차(茶)이야기 선(禪)이야기』는 1994년 첫 출간된 이후 새롭게 발행된 개정판이다. 다인과 수행자들의 서재에는 항상 꽂혀 있던 필독서, 그 책이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세간의 빛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스님의 글에는 웰빙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간과해 온 ‘차’의 정신, 즉 차를 살림살이로 삼아 온 선가(禪家)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수좌시절 선방의 일화, 은사 경봉 스님에 대한 지심, 그리고 차와 함께하는 스님의 삶은 역대 선사들의 어록과 시대를 초월한 조화를 이룬다. 마치 평소 스님이 다려내는 진한 차의 향기가 오래도록 입가에 남아 온몸을 깨우는 느낌이다. 15,000원.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
수행은 어렵다. 많은 이들의 생각이 그렇다. 탐진치(貪瞋癡) 삼독을 버리고 해탈을 이뤄야 하는 수행은 그래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하며 심지어 목숨도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안거(夏安居), 동안거(冬安居) 동안 선방에 앉아 매일 8시간 내지 15시간 좌선하는 스님들의 용맹정진은 그래서 외경스럽다 못히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런 까닭에 재가자들의 수행도 스님들 만큼의 용맹정진은 아니지만, 별도의 시간을 내어 조석으로 좌선을 하고, 여건이 허락된다면 산사의 재가 선방에라도 들어가 며칠 정도 좌선을 해야 그나마 수행의 모습이라도 갖춘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용타 스님의 『10분 해탈』은 이런 수행, 혹은 좌선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들을 시원하게 날려 버린다. 수행은 일상의 삶과 결별하고
“2008년 현재 대한민국에 출간되어 있는 『금강경』은 무려 132종에 달하는데 거의가 어려운 한문과 불교용어로 뒤범벅인지라 독자들의 눈을 별반 끌지 못한다. 다행히도 이놈은 미리 자수했듯이 원채 불학무식한데다 막되어 먹다 보니 고상하고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 못해 쉽게 웃기게 옮길 수밖에 없었다.” 출가와 환속을 밥 먹듯 되풀이하였으니 세간은 그를 향해 손가락질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과 저곳 어느 쪽에서도 마음속에 남아있는 ‘제반 고민’들을 풀지 못했던 당사자의 속내는 또 얼마나 답답했을까. 행복한 가정을 꾸린 후에도 결국 그 고민을 풀기위해 히말라야로 향했고 그 곳에서 『금강경』을 찾아들고 돌아왔다. 『인도에 두고 온 눈물』『저승도 종점은 아니었다』등의 책을 펴낸바 있는 저자는 “찻길도 뱃길도 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