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전반에 지대한 공적을 남긴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가 2020년 5월28일 밤 세연을 마쳤다. 그리고 홍 교수의 2주기였던 지난 달 추모집 ‘연사회상의 인연 그 참다운 동행’(집옥재)이 비매품으로 발간됐다. 고인이 생전에 쓴 글과 인연 있는 이들의 추모글을 엮어낸 책이다. 서문은 간행위원장을 맡은 제자 한상길 동국대 교수가 썼다. “아쉽고 서운한 마음에 추모집 간행을 발의했고 처음엔 제자들 모임인 연사회(蓮史會) 회원들 글만 실으려 했지만 선생님은 우리들 만의 선생님이 아니었다.”추모집에 실린 글은 모두 86편. 분량은 50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지 15년 만인 5월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가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양당의 사전 합의 없이 결정된 공청회에 응할 수 없다”며 참석은 물론 진술인 추천도 거부했기 때문이다.이날 공청회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 없이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한 ‘반쪽짜리 공청회’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앞선 19일에도 민주당의 주도로 공청회 계획서가 채택되자 곧바로 ‘공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차별금지법이 “시민사회 논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9호 ‘부산 영산재’ 의식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사단법인 부산영산재보존회 이사 성림 스님(부산 사상구 관음사 주지)은 얼마 전 무척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부산시 무형문화재 보유자 심사에서 탈락 사실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부산 영산재의 전통을 이어 누구보다 앞장서 의식을 집전하고 교육해 온 스님이 정작 보유자 심사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은 스님은 물론 부산영산재보존회 모든 스님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다.부산 영산재는 영남범패를 기본으로 바라, 나비, 장엄 등 네 분야가 어우러진 불교 전통의 종합 예술 의식이
3년여 간 지속된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 2022년이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도 커지고 있다. 불교계 역시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연등회가 3년 만에 재개되는 등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반가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잔뜩 움츠렸던 불교미술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춰 서기 전 불교미술계는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크고 작은 전시회로 봉축기간을 장엄했다. 부처님오신날은 불자들에게 가장 큰 축제이기도 하지만 불교미술인들이 전시회를 통해 지난 1년간의 노력과 열정을 선보이고
몇 해 전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아이가 “주말에 교회에 가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미안했던지 딸아이는 “아주 친한 같은 반 친구가 교회에서 놀자고 해서 가는 것”이라며 “그 친구에게는 내 종교가 불교라는 것을 미리 말해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동네에도 절이 있으면 한 번은 그 친구와 절에 가서 놀았으면 좋겠다”며 푸념도 했다.이 일이 있고 나서 아이와 함께 다닐 수 있는 사찰을 물색했다. 그러나 집 주변에 사찰이 많지 않았고, 있다고 해도 주말마다 어린이법회를 하는 곳이 없었다. 수소문 끝에 차를 타고 20
법보신문이 개설한 유튜브방송 ‘법보다TV’에 새로운 콘텐츠 ‘불교, 기독교를 논하다’가 문을 열었다. 법보신문은 이미 지난 2012년 ‘정법으로 본 기독교’라는 제목의 연재를 통해 같은 주제를 지면으로 다룬 바 있다. 앞서 이명박 정권의 극심한 기독교 편향정책으로 2008년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했던 불교계에서는 기독교계의 공격적 선교행위에 더 이상 묵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법의 잣대로 기독교 교리의 모순과 허술함을 논리적으로 짚어냈던 이 연재는 게재 당시에도 매우 높은 인기를 끌며 불자들의 지
최근 출가재일을 맞아 전국 사찰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지 취재했다. 예상외로 출가재일을 기념해 행사를 진행하는 사찰‧단체가 극히 적었다. 종일 전화를 돌렸지만 10여 곳만이 특별기도, 집중수행 등 일정을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몇몇 사찰 종무원들은 “출가재일이요? 그게 뭔가요?”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어떤 날인지 간략히 설명해주자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우린 그런 행사 안한다”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탓만은 아니었다. 주지스님과 종무원들이 불교의 명절인 출가·열반재일 자체를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출전한 불자선수단이 3월2일 조계종을 찾아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포교원장 범해 스님을 예방했다. 선수들은 올림픽에서의 소회를 밝히며 선전을 기원해준 스님과 불자들에 감사를 표했고, 스님들은 염주와 순금뱃지, 템프스테이 체험권 등 불교 관련 물품을 선물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조계종 스님들은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앞서 직접 선수촌을 찾아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고 후원금을 전달했으며 법당에서 불자선수들의 무사귀환 축원문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불자 선수들은 자신의 종교가 ‘불교’임을 당당히 알
최근 조계종에서 학인스님들을 위한 불교교재 제작에 참여했던 분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스님들이 공부하게 될 책이기에 자신이 담당한 부분을 집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는 말과 함께 몇 가지 아쉬움을 꼽았는데 그 중 하나가 ‘영성(靈性)’이었다. 영성은 근래 사람들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데 있어 사용되는 중요한 개념으로 종교계뿐만 아니라 심리학이나 의학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스님들이 종교의 보편적인 현상과 불교적 특성을 보다 깊이 이해하려면 영성 개념을 적극 활용해야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그러나 영성이 기독교적인 용어라는
고려시대 조성된 ‘서울 보타사 마애보살좌상’(보물)이 서울시의 무관심 속에 심각히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언론에 따르면 이 마애불 얼굴 중앙과 좌우 이마에서 뺨까지 긴 균열이 발생했다. 기다란 금이 오른쪽 귀 부분에도 가로지른 상황. 왼쪽 귀 일부와 목 부분 등에도 손상이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마애불은 개운사 암자인 보타사 대웅전 뒤 기역(ㄱ)자로 휘어진 암벽 전면을 가득 채워 조각돼 있다. 높이 5m, 폭 4.3m 규모다. 좌우로 길게 뻗은 눈과 높게 솟은 콧등, 길고 늘씬한 손가
40일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무속인의 등장으로 혼탁해 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에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이 상주하며 선거업무 전반을 관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손바닥에 쓴 ‘왕(王)’자와 ‘천공 스승’이라 불리는 인물로 인해 선거에 무속의 힘을 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그런데 최근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의 등장과 함께 배우자 김건희씨가 발표한 4편의 논문 중 3편이 운세와 사주 관련 내
‘통도사에서는 당사의 승인 없는 일체의 문화재 해설 및 단체활동을 불허합니다. 위반 시 퇴거조치, 거부 시 형사고발 조치함을 알립니다.’지난 12월 초 통도사에는 ‘타 종교 또는 외부단체의 임의·개별적 문화재 해설 활동 강력대응의 건’이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설치됐다. 같은 내용은 홈페이지에도 게재됐다. 문화재 해설은 통도사 지정 해설사만 가능하고, 외부인은 반드시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특별 공지였다. 불보종찰로 한국을 대표하는 불교성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통도사에서 문화재 해설에 대한 이 같은 조치는 이례적이다. 불자들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