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와 한국전쟁’ 더글라스 맥아더와 관련해서 초등학교 5학년 때의 특별한 추억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큰형님이 월부로 들여온 ‘세계의 인간상’ 전집에 들어있는 맥아더 전기를 읽고 형님에게 짧은 독후감을 내서 칭찬을 받았던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해 가을에 이제는 없어진 수여선과 수인선 협궤열차를 타고 인천으로 수학여행을 가서 자유공원에 올라 맥아더장군 동상을 보고 선생님에게서 인천상륙작전과 맥아더 장군의 ‘영웅적인 설화(또는 신화)’를 들으며 감격했던 일이다. 그 뒤로는 이 인물에 대하여 특별히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일 없이 세월이 흘러갔다. 그런데 5학년 초등학생이 감격적으로 바라보았던 그 맥아더 동상을 끌어내려 부수겠다는 쪽과 지키겠다는 쪽
▲'침묵' 엔도 슈사쿠는 ‘예수의 생애’와 ‘깊은 강’을 통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가톨릭을 주제로 다루지만, 가톨릭 독선주의에 흐르거나 ‘무조건 가톨릭을 지켜야 한다’는 호교론(護敎論)을 내세우지 않아서 나와 같은 비(非)가톨릭 이웃종교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침묵’은 포르투갈 선교사와 일본 가톨릭 신자들의 순교(殉敎)를 다룬 소설이지만, ‘순교’를 소재로 한 종교 문학작품이 범하기 쉬운 ‘거룩하게 만들기’ 오류에 빠지지 않는다. 포르투갈 신부인 주인공은 자신에 앞서 일본에 파견되었다가 ‘하느님을 배신했다’고 전해진 동료 선교사의 배교(背敎) 사실 확인을 위해 왔지만, 본인도 체포·투옥되어 처형을 기다린다.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법보신문’에 ‘책’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큰 행복을 맛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큰 짐이 되어 마음이 편치 못할 때도 있다. 어떤 책을 선택하고 읽어가면서 ‘좋다’는 느낌이 드는데 너무 두꺼워서 마감일까지 완독하지 못하고 쩔쩔 맬 때에는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할까?’하면서, 연재를 후회하기도 한다. 그런데 책의 두께가 가치와 비례할까. 얇은 책은 상대적으로 내용도 가볍고, 그래서 수준 높은 독자들에게는 추천할 수 없을까. 내 경험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이 책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야말로 ‘두께는 얇지만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좋은 책’을 대표할 것이다. 이 책은 전 인류에게 ‘평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 성리학을 지배이념으로 삼았다고 하지만 조선 초기에는 고려 시대의 분위기가 이어져서 여성의 초상화가 제작되고 왕·왕비나 지방 수령들이 베푸는 노인잔치(養老宴·耆老宴)에서 남녀를 구별하기는 하되 차별하지는 않았음이 그림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고 난 뒤 성리학적 지배 이데올로기를 더욱 강화하게 되면서 여성의 초상화가 사라지고, ‘계회(契會)’와 ‘기로회(耆老會)’ 등의 ‘놀이’와 ‘서당’의 학습 장면처럼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회화에서도 여성은 노동을 하거나 남성들의 시중을 드는 부속물로 등장할 뿐이다. 이것은 곧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떨어졌음을 반영하는 변화”이고 “회화에서도 유교적 가
▲‘황종희평전’ “아이(손녀)가 한번은 내게 말했다. ‘저는 할아버지가 보고 싶으니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그래서 내가 ‘할아버지가 밖에 나가지 않으면, 너는 사탕도 과자도 못 먹는단다’라고 하자, 아이는 ‘할아버지가 계시면 저는 사탕이나 과자는 안 먹어도 돼요’라고 말했다.” 억지로 과장하거나 꾸며내는 곳 하나 없이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의 깊은 정이 소박하게 드러나는 이 글은 ‘민주와 인간해방을 외친 중국의 루소’로 평가 받는 황종희(黃宗羲, 1610~1695)가, 아끼고 사랑하던 손녀가 세상을 떠나자 애틋한 마음을 담아 묘전(墓)에 새긴 글 중 일부이다. 손녀에게는 이처럼 자상스러운 할아버지였지만, 황종희는 명(明) 말기 썩어문드러진 권력을 비판하
▲‘커피밭 사람들: 라틴 아메리카 노동자, 그들 삶의 기록’ 나는 커피를 즐긴다. 직접 볶아서 내 나름의 맛과 향을 내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래도 ‘유명 상표가 달린 커피전문점보다는 내가 내려서 마시는 커피 맛이 훨씬 좋다’는 자신감은 있다. 커피 원두를 사게 되면 봉투에 표시된 원산지를 살피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코스타리카’·‘과테말라’·‘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가 이름과 익숙해지고 가까워졌다. 이 책 ‘커피밭 사람들’은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이다. 지리학을 전공하던 대학원생 임수진이 ‘지역 연구’를 학위논문 주제로 정하면서 우연히(?) 선택한 곳이 중남미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였다. 그러나 저자와 코스타리카
▲‘잿더미의 유산’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최악의 테러리스트’로 지목하고 추적해오던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장면이 TV화면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과연 CIA!’하면서 그 능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CIA는 대단한 능력을 갖춘 조직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것은 막연한 내 느낌도 아니고, 이 조직을 음해하려는 쪽에서 꾸민 모략도 아니다. 팀 와이너가 역대 CIA 국장들과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갖고, 비밀이 해제된 미 정부 문서를 꼼꼼하게 읽어낸 뒤 얻어낸 ‘사실 확인’일 뿐이다. “60년 동안 수만 명의 비밀공작 요원들이 수집한 정보들 가운데 정말 중요한 정보는 극히 조금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이것이
▲‘정묘·병자호란과 동아시아’ ㄱ 동아시아 지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비교적 안정상태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망망대해에 솟아있는 작은 섬 몇 곳(釣魚島 또는 尖閣列島)에 대한 소유권을 둘러싼 중일(中日)간의 영토분쟁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이미 양쪽이 국유화 조치와 상륙 시도 등으로 샅바 싸움을 시작하고 있고 서로 물대포를 주고받는 상황으로까지 이르러서 언제 어느 쪽에서 먼저 화약심지에 불을 붙일지, 그 불이 얼마나 클지 그리고 쉽게 꺼질 수 있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위기 상황에다가 최근 중국이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를 공식 진수하면서 앞으로 대외 정책을 더욱 공세적으로 펼쳐나갈 것임을 국내외에 분명하게 선언하고
▲‘똥 살리기 땅 살리기’ 어렸을 때 시골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근처의 과수원에서 정기적으로 학교 인분을 수거해가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재순환된다’는 자연의 법칙을 제대로 따랐던 것이지만, 당시 우리나라나 중국을 찾았던 서양인들은 이것을 비(非)문화적인 모습의 전형처럼 묘사하였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모든 분야에서 서양인들의 기준을 좇아가면서 이제 논밭에서 ‘똥 냄새’를 맡는 것도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인분을 그대로 거름으로 뿌릴 경우 토양에는 유익한 영양분이 되지만 그 안에 남아있는 기생충과 갖가지 병원균들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고, 따라서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레 ‘인분’은 아예
▲‘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청음 김상헌의 증손자로 주요 관직을 두루 거치고 은퇴한 뒤 학문에 전념하며 일가를 이룬 농암(農巖) 김창협(1651~1708)에게는 운(雲)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학문이 뛰어나서 아버지의 기대를 온몸에 받다가 스무 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생전에 아버지에게 “저는 여자라 후세에 이름을 남길 방도가 없으니, 아버지보다 먼저 죽어서 아버지가 제 묘지명을 지어준다면 그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하였는데, 결국 그 말대로 아버지는 앞서 간 딸의 묘지명을 지으며 “정말로 내 앞에 죽어서 내 손으로 네 묘지명을 짓게 하니 이제 시원하냐?”며 오열하였다. 그런가하면 천재시인 허난설헌은 “조선에서 여자로 태
▲‘동물의 감정: 동물의 마음과 생각 엿보기’ ‘죽은 새끼를 등에 업은 채 여러 시간을 헤엄치는 고래의 모정’, 지난 7월 중국에서 촬영되어 인터넷에 유통된 동영상 한 편이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것이 우발적인 사건이었을까. 아니다.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동물의 감정’의 저자 마크 베코프에 따르면 “동물들도 친지의 상실이나 이별에 대해 엄청난 괴로움을 경험한다. 슬픔에 빠진 동물들은 밖으로 끌어내려는 동료들의 권유도 물리치고 무리에서 벗어나서 혼자 떨어져 지낸다. 그들은 먹지도 않고 한곳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허공만 쳐다본다. 죽은 동물을 살려내려고도 하고, 며칠 동안 시체 옆에 머물기도 한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
▲‘하늘에 새긴 우리역사: 천문기록에 담긴 한국사의 수수께끼’ 신문 서평 등을 통해 ‘좋은 책’이라는 판단이 서면 일단 그 책을 사고 본다. 그런 식으로 사서 서가에서 몇 년씩 묵다가 아예 읽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묵어가는 책도 가끔 눈에 뜨인다. 어떤 경우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잊혀져 있다가 문득 눈에 띄어 기분을 좋게 하는 책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그 때 이 책을 사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 했나?’하고 안도하면서, 중독에 가까운 내 ‘도서 구입 버릇’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박창범의 책도 그런 경우이다. (구입날짜를 보니 2002년 11월 17일이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던 저자는 우리
▲‘내일 우리 가족이 죽게 될 거라는 걸, 제발 전해주세요!’ 1994년 4월부터 세 달 만에, 중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작은 나라 르완다에서 다수를 이루는 후투족 정권의 ‘인종 말살 작전’으로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100만 명 가까운 투치족이 학살되었다. 후투 극단주의자들의 주도면밀한 여론 조작에 따라 광기(狂氣)에 휩싸인 후투족이 오랫동안 이웃으로 지내며 사이좋게 살아온 투치족을 상대로 잔혹한 ‘인종 청소’를 자행했던 것이다. 지성인 그룹에 속했던 의사나 ‘영혼의 구원자’ 역할을 맡고 있던 가톨릭과 개신교 성직자들도 이 미친 짓을 방관하거나 적극 가담하였으니, 어느 한 곳에서도 멀쩡한 정신을 가진 집단을 찾기 어려웠다. 후투와 투치, 이 두
▲‘권력과 인간: 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 250년 전인 1762년 7월4일(음 윤 5월13일), 엄연히 다음 왕위 즉위 자격을 갖춘 세자 자격으로 부왕을 대신하여 국정을 책임지고 있던 사도세자가 아버지 영조의 명으로 창경궁 휘령전 앞에 놓인 뒤주에 보름이나 갇혀 고통을 겪다가 죽었다. 7월의 여름 무더위에 사방팔방으로 꽉 막힌 뒤주 안에서 그가 겪었을 마음과 몸의 고통이 마치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져, 나는 요즈음 창경궁 앞을 지날 때마다 ‘아버지가 왜 아들을 그처럼 잔인하게 죽여야 했을까?…’ 깊은 상념에 잠기곤 한다. 이렇게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불륜(不倫)을 둘러싸고, 사건 직후부터 그 원인과
▲‘가이아의 복수’ 지난 6월 6일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제5차 지구환경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는 “인구증가와 지속 불가능한 경제 성장으로 지구 생태계가 재앙과도 같은 변화를 갑작스레 맞을 수 있다.(…) 우리가 가만히 손 놓고 앉아 기다리며 자녀세대가 지금보다 나쁜 환경에 살도록 둘지, 아니면 행동을 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심각한 경고를 보낸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차이는, “지구는 본래 더워졌다가 다시 추워지는 역사를 반복해 왔으니 앞으로도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낙관하는 쪽과 “온난화로 지구에 닥칠 재앙이 그리 멀지 않다”면서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쪽으로 나뉠 뿐이다
▲‘나는 골목길 부처다:이언진 평전’ “머리숱은 가을 짐승처럼 성글고/ 얼굴은 고목나무 껍질처럼 메말랐네/(…) 해진 승복 한 벌/ 손수 거듭 깁네/ 바늘귀에도 꿰맨 실에도/ 모두 하나의 부처가 있네.” 천재로 태어났지만 미천한 신분 때문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몸과 마음의 병을 깊이 앓다가 불교에 귀의하고, 스물일곱(27)에 요절한 역관 이언진(1747~1766)이 죽음을 앞두고 쓴 시(병 끝에; 病餘)에서 그린 자화상이다. 사상과 신분체계가 경직된 사회에서 신분 차별 타파와, 사상·문학의 혁명을 꿈꾸었으니 그는 시대의 이단아였다. 그래서 박희병은 그를 일러 “조선 시대에 속해 있으되 조선 시대 너머의 세계를 사유했다”고 평한다. “나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 비폭력 성자와 체제 옹호자의 두 얼굴’ 인류 역사상 제 아무리 위대한 성인이라고 할지라도, 시공을 초월하여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칭찬을 받기는 불가능한가보다. 인도 빈민과 고아들을 돌보는 일에 일생을 바치며 ‘성녀(聖女)’라는 찬사를 받고 그것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던 테레사 수녀의 경우, 지난해 세상을 떠난 무신론 작가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자비를 팔다’라는 책에서 테레사 수녀에게 ‘돈을 받고 고아를 구미 부자들에게 팔아넘긴 악녀(惡女)’라면서 무자비한 비난과 비방을 퍼부어대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우리에게 마하트마(위대한 聖者) 간디로 알려진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Mohandas Karamchand Gandh
▲‘부부’ 지난 1998년 이응태(1556~1586)라는 조선 사대부의 묘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며 “원이 아버님께 사룁니다. 항상 나에게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먼지 가시나요?”라는 간절한 사연으로 시작되는 한글 편지가 나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처럼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에서도 오늘날의 부부들과 다를 바 없이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고 갈등하며 다투기도 하였으며, 아내가 남편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음을 이종묵이 애써 찾아낸 사연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9년 동안 함경도로 유배를 갔다가 다시 복직된 뒤 출세가도를 달려 전라감사와 대사헌까지 지낸 유희춘(柳希春, 1513~15
▲‘건륭제:하늘의 아들 현세의 인간’ 최근 중국 항저우(杭州) 영은사 전시관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책의 주인공인 청(淸) 건륭(乾隆)황제의 친필 유묵을 직접 대할 기회가 있었는데, 문외한인 내게도 강한 힘이 느껴진다. 건륭은 1736년에서 1795년까지 60년 동안 재위하며 중국 역사상 영토를 가장 크게 넓혔고, 재위 기간 동안 전국을 숱하게 순회하며 직접 국정을 확인할 정도로 정력적이었으며, 늙어서까지 사냥을 즐길 정도로 건강을 자랑하였던 인물이다. 그러나 건륭에게는 이런 무인(武人) 정치가의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다. 일생 동안 1500 수가 넘는 한시를 지어 남겼고, 예술품에 대한 안목이 높아 그의 수집품은 현재까지도 구미의 박물관과 소장가들이 즐겨
▲다원 지능 중학교 때부터 나는 수학과 과학 과목에 자신이 없었다. 학교 성적은 그럭저럭 유지했지만, 역사나 일반사회 등 이른바 인문 과목에 갖는 관심과 흥미에 비하면 거의 ‘영(0)’에 가까울 정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어렵사리 대학에 들어간 뒤로는 결국 과학에서 거의 완벽하게 멀어지고 말았다. 그러던 내가 다시 과학의 세계에 흥미를 갖고 마침내 흠뻑 빠져들게 되어 매년 과학서적 여러 권을 정독하게 이끌어 준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진화생물학자 최재천이다. 나는 ‘개미제국의 발견’에서 시작해 오늘 소개하는 ‘다윈 지능’에 이르기까지, 그가 대중들을 위해 써서 세상에 내놓은 책은 거의 모두 사서 읽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문사철(文史哲)에 치우